일본 사회에서 변화하는 여성의 역할과 젠더 의식을 시대별 만화로 살펴볼 수 있다면? 한국만화박물관(이하 박물관)이 일본소녀만화전 ‘일본소녀만화의 세계: 소녀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전을 내년 2월 25일까지 제2기획전시실에서 연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사장 김동화)과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소장 야마사키 히로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한국만화박물관 상반기 기획전시 ‘소녀, 순정을 그리다’의 후속 전시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순정만화 및 소녀만화의 특징과 전개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기획됐다.
‘소녀, 순정을 그리다’전이 우리나라 순정만화의 황금기였던 1980~90년대부터 현재의 로맨스 웹툰까지 국내 순정만화의 흐름을 보여줬다면, 이번 ‘일본소녀만화의 세계’전은 1950년대부터 등장하는 일본소녀만화의 장르적, 세대적 특징과 흐름에 주목한다.
일본 소녀만화 대표작가 12명을 선정해 소녀만화가 발전하게 된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그 역할을 크게 3세대로 구분해 전시를 구성했다. 엄선한 작품 57점을 1세대 ‘현대소녀만화의 여명기’, 2세대 ‘소녀만화의 발달기’, 3세대 ‘소녀만화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구성해 전시한다. 또한, 작가들의 대표작품 단행본 350여 권과 ‘겐지모노가타리’의 리카짱 피규어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1세대 ‘현대소녀만화의 여명기’는 1950년대 혹독한 전후 사회를 배경으로 와타나베 마사코,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 미즈노 히데코, ‘겐지모노가타리’ 마키 미야코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고된 환경 아래 자라며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하는 소녀들의 꿈과 욕망을 시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2세대 ‘소녀만화의 발달기’에는 ‘만화 그리스신화’의 사토나카 마치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유리가면’ 미우치 스즈에,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하기오 모토, 구라모치 후사코, 영화로 제작된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작가의 1970년대 이후 작품들이 전시된다. SF, 연애물, 사극, 모험물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일본소녀만화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3세대인 ‘소녀만화의 새로운 방향성’에서는 1980년대 이후 나타난 소녀만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집중 조명한다. 코믹마켓의 대표 동인작가인 ‘음양사’의 오카노 레이코, ‘백귀야행’ 이마 이치코를 비롯해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는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요시나가 후미의 1990년대 이후 작품들이 전시돼 기존 만화에 영향 받지 않은 새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11월 23일 열리며, 이날 큐레이터 도쿠 마사미(캘리포니아주립대학(치코) 교수)가 직접 전시에 관해 설명하는 큐레이터 토크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