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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49) 튀니지] ‘유럽 같은 아프리카’ 튀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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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3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11.27 09:31:25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일차 (이스탄불 출발 → 튀니스 도착)

여기가 아프리카?

터키 일주 여행을 마치고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Atatürk, IST)에서 지루한 6시간을 기다려 밤 10시 30분 튀니스(Tunis)행 항공기에 오른다. 1039마일, 2시간 50분 걸린다. 나에게 튀니지는 이집트, 모로코,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에 이어 일곱 번째로 방문하는 아프리카 국가다. 

아타튀르크 공항은 터키항공의 허브 공항으로서 유럽 전역은 물론 러시아,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극동아시아, 그리고 중북부 아프리카의 방대한 지역과 연결된다. 예나 지금이나 이스탄불은 세계의 중심,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인종과 문명의 십자로다.

가장 서구화된 튀니지라지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다. 승객들은 모두 양손 가득히 수하물들을 들고 탄다. 모두 이스탄불에서 쇼핑한 물건들이다. 항공기는 밤 11시 20분 튀니스 공항에 도착한다. 항공기에서 옆 좌석에 앉았던 유누스 형제를 마중 나온 동생의 자동차에 편승해서 예약해 놓은 시내 숙소로 향한다. 택시 요금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심한 시각에 시내로 나가는 택시를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얻은 행운이다.


2일차 (튀니스 ↔ 수스 당일 왕복)

아랍의 봄 진원지

시내 산책을 시작한다. 숙소가 위치한 프랑스 아브뉘(Avenue de France)는 튀니스의 중심 거리다. 거리의 서쪽 끝은 메디나(medina, 올드 타운) 입구에 해당하는 승리 광장(Place de la Victoire)이고 동쪽 끝은 빅벤(Big Ben) 시계탑에 닿는, 말하자면 우리나라 서울 세종로 같은 곳이다.

시계탑이 있는 작은 로터리는 ‘아랍의 봄’(Arab Spring)의 진원지로서 그 사건 이후 ‘2011년 1월 14일 광장’으로 새로 명명됐다.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일찌감치 자유주의 가치를 추구해 왔지만 높은 실업률, 부패한 정부, 열악한 생활 조건 등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랍 세계 민주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곳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남성들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를 서성이고 있고, 이곳 사람들은 ‘아랍의 봄’이 아니고 ‘아랍의 가을’이라고 자조한다.

▲튀니지 튀니스의 풍경. 이집트, 모로코, 남아공,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에 이어 일곱 번째로 방문하는 아프리카 국가다. 사진 = 김현주

▲수스 메디나의 중심인 시장. 온갖 잡화를 파는 상점들과 가판점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이 떠오른다. 사진 = 김현주

유럽이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프랑스 아브뉘는 가운데에 넓은 보행자 거리 불르바르(Boulevard)가 이어진다. 오늘 일요일 아침이지만 노천카페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이 모습만 보면 여기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아프리카가 아니다. 남유럽이나 이태리 남부 어디쯤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사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탈리아 시칠리 서남단까지는 200k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도로 표지판이 없거나 매우 부실한 도시에서 길 찾기가 쉽지 않지만 소싯적 배워둔 약간의 프랑스어가 큰 도움이 된다. 튀니스 열차역을 어렵사리 찾아 수스(Sousse) 행 열차에 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전 퇴역했을 낡은 객차다.

수려한 풍광

열차에 앉아 지중해 남안의 온화한 기후와 수려한 풍광을 즐긴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 마그렙(Maghreb) 5개 국가(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중에서는 면적이 가장 작지만 그래도 남한의 1.8배 면적이다. 서쪽은 아틀라스 산맥 끝자락과 닿아 있고 남쪽으로는 사하라 사막이 시작된다.

거대한 초원은 군데군데 올리브 농장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휴경지(休耕地), 빈 땅으로 놀고 있어서 안타깝다. 로마 제국 시절, 튀니지는 로마의 ‘빵바구니’(bread basket)로 불릴 정도로 곡창이었다. 부지런한 한국인이었다면 옥답으로 바꿔 놓았을 것이다.

▲‘북아프리카의 파리’라 불리는 튀니스에서 프랑스 아브뉘 거리를 마주했다. 우리나라 서울 세종로 같은 곳이다. 사진 = 김현주

▲튀니스 시내 중심에는 영웅 부르기바의 동상에 세워져 있다. 어디를 가도 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현주

사람들 생김새로는 유럽

열차 안에서 튀니지인의 다양한 얼굴을 만난다. 튀니지인의 조상은 BC 12세기(3300년 전) 페니키아(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등 지중해 동안 지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다. 얼굴이 갸름하고 체격이 큰 그들 중에는 금발이나 푸른 눈, 흰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느린 열차는 세 시간 걸려서 수스에 도착했다. 그래도 열차역이 시내 중심에 있어서 메디나 탐방에는 그만이다. 메디나 입구, 리밧(Ribat)부터 찾는다. 요새화된 이슬람 성소(聖所)다. 부근 그랜드모스크(Grande Mosque)에 들른 후 메디나 탐방을 시작한다. 수스 올드타운은 아랍 세계 기준으로도 정통성이 높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니발 전함을 흉내낸 유람선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스페인 안달루시아 닮은 수스 메디나

메디나의 중심은 시장(souk)이다. 이름 하여 ‘낙타시장’이지만 오늘은 아니다. 대신 온갖 잡화를 파는 상점들과 가판점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소음의 종류와 냄새만 다를 뿐 우리나라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을 꼭 닮았다.

메디아 옛 골목을 배회한다. 하얀 벽과 파란 대문, 청색 모자이크 타일, 영락없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풍이다. 1492년 스페인의 국토회복 운동, 레콩키스타(Reconquista) 이후 이베리아 반도에서 철수한 무슬림들이 정착한 곳임을 말해 준다. 시장을 지나 언덕 위 거대한 성곽, 카스바(Kasbah)에서 메디나 탐방을 마친다.

여기에도 한류

광장에서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튀니지 청소년들과 잠시 시간을 함께 한다.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 모두 달려들어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민다. 그중 한 여학생 한나는 눈물까지 글썽인다. 빅뱅과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단다. 튀니지하고도 지방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그저 놀랄 뿐이다. 그들의 인생과 그들의 조국에 행복과 무운을 빈다. 해변 산책로로 나간다. 한니발 전함을 흉내낸 유람선이 승객을 모은다. 해변 백사장은 모래가 밀가루처럼 곱다. 

▲해맑은 튀니지 청소년들. 빅뱅과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는 소녀팬도 만났다. 사진 = 김현주

▲메디아 옛 골목. 하얀 벽과 파란 대문, 청색 모자이크 타일, 영락없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풍이다. 사진 = 김현주

아랍의 봄, 그 이후

튀니스로 돌아오는 길은 의외로 복잡하게 꼬인다. 오늘 일요일 오후, 열차에 좌석이 없단다. 고민하다가 계획을 바꿔 택시를 타고 루아지(louage) 터미널로 이동한다. 루아지(8인승 미니버스) 덕분에 늦지 않게 튀니스 숙소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루아지 안에서 만난 리비아 중년 남성 자말(Jamal)은 중국 광저우를 오가며 의류 수입판매를 한다. 중국어도 제법 구사한다.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 리비아 모두 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내 머릿속에 있던 아랍의 봄에 대한 생각이 마구 혼란스러워진다. 프랑스 아브뉘를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다. 조명이 훤하고 곳곳에 경찰이 많아서 편안하게 밤길을 걷는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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