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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전달’이 아닌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수행하는 문자

타이포그래피 작가 안상수·노지수·이푸로니, 바라캇 서울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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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7.12.15 16:06:20

▲안상수, ‘날자. 날자’. 캔버스에 아크릴, 259 x 194cm. 2017.(사진=바라캇 서울)

바라캇 서울은 12월 16일~2018년 1월 28일 ‘인스퍼레이션 시리즈’의 첫 전시로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를 연다. 인스퍼레이션 시리즈는 바라캇 갤러리가 보유한 고대 예술품 컬렉션에 영감을 받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국내 타이포그래피 작가 안상수, 노지수, 이푸로니의 작품과 세계 각국의 고대 문자 예술품을 나란히 선보인다. 이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서는 문자의 예술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을 조명한다.


바라캇 서울 측은 “과거에는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 곧 권위와 특권의 상징이었고 각 문자에 담긴 의미는 주술과 같은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에 문자와 책은 모두 신성시됐다. 때문에 당시 문자를 다루려는 인간은 능숙해질 때까지 ‘수행(修行)’을 거듭했고, 인간이 다룬 문자는 여러 소임을 ‘수행(遂行)’했다”고 글자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어 “고대 문자는 실용적인 수단인 동시에 예술 작품이었고, 더불어 제의적 도구로 사용되는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문자는 그 쓰임에 있어 점점 실용성과 보편성이 강조되고, 오랜 시간 동안 그 형태는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진화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문자의 실용적 면모가 강조돼 예술로서의 성격이나 제의적 역할을 미술, 종교, 과학 등 다른 분야에서 담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시점에서 본 전시는 문자 예술의 전통을 이어받아 그 정신을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 되살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의미 전달의 수단’이라는 실용적 기능을 넘어 문자를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장인과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작가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전시장에는 문자 이전의 상징이 담긴 고대 유물과 수메르의 쐐기문자, 이집트 상형문자나 산스크리트어를 포함한 총 40여 점의 주요 고대 예술품을 선보인다. 또한, 한글의 조형성을 끊임없이 실험해온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독특한 시각으로 한글의 조형성에 접근하는 노지수, 이야기와 상징의 기호들을 실험하는 이푸로니 작가의 작품이 고대 예술품과 함께 변주를 이룬다. 특히 안상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고 고대 문자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문자의 원형을 추적해 문명 간의 어떤 공통된 진리를 찾고자하는 탐구자적인 자세를 가져 왔다. 갤러리 지하 전시 공간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행자의 자세로 문자의 본질을 탐구하고 한글의 조형성을 실험해온 안상수 작업으로 채워진다.


한편 바라캇 서울은 고대 예술품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바라캇 갤러리가 런던, 로스앤젤레스, 아부다비에 이어 지난해 10월 서울에 오픈한 새로운 전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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