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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57) 북아일랜드] “도시생활은 생각도 못한다”는 북아일랜드 바닷가에서 맞은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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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2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1.29 10:34:22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8일차 (아른헴 → 잔서 스한스 풍차 마을 → 암스테르담 도착)

풍차 마을 잔서 스한스

암스테르담 공항에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에 잔서 스한스(Zannse Schans)에 들른다. 17~18세기 풍차와 목조 건물을 재연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암스테르담 시내에는 현재 풍차가 한 개만 남아있고 외곽에는 이곳 포함 여덟 개 남아있다. 

평생 호기심의 바구니에 담아뒀던 풍차 아닌가? 참으로 독창적인 네덜란드만의 풍경을 즐긴다. 무사히 공항에 차를 반납하니 1100km를 달렸다. 숙소로 돌아와 오후 내내 마음 편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9일차 (암스테르담 → 벨파스트 → 자이언츠 코즈웨이 도착)

벨파스트 = 얼스터

암스테르담 공항 출국장, 여권 자동스캔 대상 국가들의 국기가 표기돼 있다. EU 국가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도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 그리고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 해외여행 중 이런 식으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들을 맞을 때면 짜릿한 전율이 올라온다.

암스테르담 출발, 영국 버밍엄(Birmingham)에서 환승해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벨파스트(Belfast)에 도착한다. 현지인은 이 도시를 얼스터(Uls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구 30만의 도시는 산업혁명 이후 크게 성장한 블루칼라 도시다. 17, 18세기 스코틀랜드인이 건너와 선(先) 거주자 켈트족(Celts)을 압박하며 성립된 도시다. 1차 대전 직후 일어난 아일랜드 독립 전쟁(1920) 이후에도 이 지역만은 영국에 잔류함으로써 복잡한 역사가 쓰이기 시작했다.

▲17~18세기 풍차와 목조 건물을 재연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잔서 스한스. 사진 = 김현주

▲대서양을 오른쪽에 바짝 끼고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북아일랜드 해안 지역의 아름다움. 사진 = 김현주

아름다운 아일랜드 북동 해안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북동부 해안을 향해 이동을 시작한다. 왼쪽 운전(좌측통행)에 수동 기어, 진땀을 흘리다 보니 그래도 곧 자동차에 익숙해진다. 곧 바다에 떠 있는 듯 서 있는 키릭퍼거스(Carrickfergus) 캐슬을 만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성은 북아일랜드 역사를 통해 중요한 군사적, 전략적 요충이었다.

대서양을 오른쪽에 바짝 끼고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북아일랜드 해안 지역은 아름답다. 우거진 숲, 사방으로 트인 넓은 초원, 그리고 바닷가 절벽과 기암괴석, 그 사이에 점점이 섞여 있는 그림 같은 전원 마을들…. 톰 존스(Tom Jones)의 유명한 노래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Green Green Grass of Home)’ 가사와 곡조가 절로 떠오른다.

▲히치하이킹을 하는 프랑스 청년 아당을 태웠다. 그는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노숙 중이다. 사진 = 김현주

▲북아일랜드 북동부 해안을 향해 이동하던 가운데 바다에 떠 있는 듯 서 있는 키릭퍼거스(Carrickfergus) 캐슬을 만났다. 사진 = 김현주

어느 프랑스 청년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날 즈음,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하는 프랑스 청년 아당(Adam)을 태웠다. 초원에 텐트를 치며 북아일랜드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 됐고 이동은 오늘처럼 히치하이킹으로 하고 있단다. 자기 집에서는 소중한 외아들인데 아무리 경험도 좋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매일 차가운 들판에서 이슬 맞으며 밤을 지낼 그의 모습을 그려보니 측은한 마음도 든다. 외롭게 홀로 운전해야 했는데 나로서는 동승자가 생겨서 고맙고 잘된 일이다.

자이언츠 코즈웨이

벨파스트에서 자이언츠 코즈웨이(Giant’s Causeway)로 가는 130km 해안도로(Coastal Route)는 조금 멀기도 하거니와 길이 좁고 굴곡이 심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가는 중간 중간 자주 차를 세워야 할 정도로 아름답다.

쿠셴달(Cushendall), 밸리캐슬(Ballycastle) 등 작은 마을들을 수없이 지난 끝에 자이언츠 코즈웨이에 도착하니 막 땅거미가 깔리기 직전이다. 바다를 향해서 수천 개의 바위 기둥들이 길게 뻗어나간 모습이 영락없이 거인이 쌓은 것처럼 보인다. 아득한 옛날 바다 건너 사는 다른 거인과 결투를 벌이느라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제방을 쌓았다는 전설에 의하면 말이다. 

▲벨파스트에서 자이언츠 코즈웨이로 가는 130km 해안도로는 좁고 굴곡이 심하지만 중간 중간 자주 차를 세워야 할 정도로 아름답다. 사진 = 김현주

중국인 탓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한국인

마침 여러 무리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지나간다. 초일류로 차려입은 모습으로 볼 때 중국에서는 꽤나 높은 계층 사람들일 것으로 짐작된다. 런던도 아니고 북아일랜드, 그리고 이 변방 구석까지 찾아올 정도라면 해외여행 경험이 꽤나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떠들고 남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여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다르지 않다. 현지인이 보기에 생김새가 비슷한 한국인은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일쑤이니 결코 마음 편치 않다.

자이언츠 코즈웨이 탐방이 끝나고 프랑스 청년 아당과 헤어질 시간이다. 내가 걱정하니까 넓고 평평한 풀밭이면 어디든 좋다고 그런 곳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한다. 내 아들 나이 또래 청년인데 잠자리를 돌봐주지 못하니 안쓰럽다. 헤어질 때 오늘 차 태워준 고마움을 갚아야 한다면서 프랑스에 오면 르아브르(Le Havre) 자기 고향에 꼭 오라고 한다. 

▲작은 마을 부시밀즈에서 필자에게 즐거운 ‘불금’ 시간을 안겨준 또래 중년들. 사진 = 김현주

▲땅거미가 깔리기 직전 자이언츠 코즈웨이에 도착했다. 바다를 향해서 수천 개의 바위기둥들이 길게 뻗어 있다. 사진 = 김현주

선술집의 흥겨운 저녁 한 때

인근 작은 마을 부시밀즈(Bushmills)에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아간다. 위스키 양조장(Bushmills Distillery)으로 유명한 곳이다. 1784년 설립된 양조장에서 생산한 위스키는 미국 필라델피아, 뉴욕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요코하마까지도 팔려 나갔을 정도로 유명하다. 

저녁 식사 이후 숙소 아래층 식당은 선술집으로 바뀐다. 이 동네 유지쯤 되는 중년들에게서 맥주와 위스키를 번갈아 대접받는다. 인심 좋은 이 마을 사람들이 멀리서 온 아시아 남성에게 보내는 환대의 손짓이다. 여행 시작한 지 열흘이 돼가는 시점이라 사람이 그리웠던 터라서 나도 터무니없이 수다쟁이가 된다. 도시 생활은 생각도 할 수 없다면서 이 작은 시골 생활을 행복의 절대치로 삼는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 북아일랜드 깊숙한 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맞이하는 금요일 밤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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