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상상이 빚어낸 ‘불안’이라는 감정 미술은 불안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여러 감정 중 하나인 불안은 언제고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하게 해주는 방어기제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두려움은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새로운 불안이 새로운 공포를 불러오는 과정의 반복. 이 가운데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는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속한 시대의 불안을 작품에 표현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감내해 왔다”고 말한다. 또한 “작품에는 예술가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며 “설령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가렸거나 슬쩍 내비치기만 했더라도, 인간이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완전하게 감출 수 없듯이 작품에는 예술가가 삶에서 경험한 감정이 오롯하게 드러나 있다”고 덧붙인다. 인간이기에 불안을 경험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는 것.
이 책은 섹스, 이별, 노쇠, 공간 등 주제 아래 인간이 느끼는 불안을 미술 속에서 들여다보고 작가 개인, 작가를 둘러싼 세상, 다른 작품과의 관계까지도 살펴본다. 저자는 글 속에 수많은 물음을 남겨두었다.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불안에 더욱 빠져들고 싶은 것일까? 불안에 이르는 그림을 보며 각기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연식 지음 / 1만 6000원 / 재승출판 펴냄 / 2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