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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61) 브뤼셀·모스크바] 작은 나라 벨기에, 건물 지었다 하면 어머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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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7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3.05 09:43:11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5일차 (제네바 → 브뤼셀 도착)


마음 편해지는 브뤼셀


이른 아침, 항공기로 제네바를 떠나 브뤼셀로 향한다. 항공기 승객 중 아프리카인이 절반은 되는 것 같다. 중서부 아프리카에 방대한 노선을 가진 브뤼셀 항공은 제네바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브뤼셀에 도착하니 금세 눈에 띠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종적으로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솔직히 유럽에서는 유색 인종 덕분에 여행이 그마나 편하다. 특히 그들은 여행자가 현지인을 만나는 접점인 호텔, 음식점, 대중교통 등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기사가 그랬고, 숙소 체크인 직원이 모두 흑인이었다. 벨기에에 외국인, 특히 흑인이 유독 많은 이유는 과거 벨기에의 아프리카 식민지였던 불어권 콩고 출신을 비롯해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남미 수리남, 가이아나 등 네덜란드어 사용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남유럽과 북유럽의 접점


숙소에 이른 체크인을 하고 곧장 시내로 향한다. 브뤼셀은 도시가 크지 않아서 일단 중앙역만 찾아 가면 그곳에서부터 유명 방문지는 대부분 걷는 거리에 있다. 게다가 보행자 거리와 골목들은 예쁘고 볼 것이 많아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도 금방 도달한다. 코스만 잘 잡는다면 당일 여정이라도 충분히 유쾌하게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브뤼셀 부르스 광장은 증권거래소가 있었던 곳이다. 증권거래소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름 해를 즐기고 있다. 사진 = 김현주

브뤼셀, 아니 벨기에는 북유럽과 남유럽의 딱 중간쯤 되는 분위기다. 나라는 작지만 인종적, 언어적 다양성에 건축물까지 퓨전이다. 먹을 것도 다양하고 저렴해서 여행자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노르웨이, 스위스, 아일랜드 등 물가가 비싼 지역을 다녔던 뒤라서 더욱 확실하게 확인한다.


오줌싸개 동상은 스토리텔링의 승리


마네켄 피스(Manneken Pis), 일명 ‘오줌싸개 동상’에서 시내 탐방을 시작한다. 연못에 오줌을 누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은 청동상이지만 너무나 작고 어느 골목 안 낯선 구석에 있어서 찾기 쉽지 않음에도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수십, 수백 단위로 운집한 세계 각국 방문자들 때문이었다. 체코 프라하의 구 시청사 옆 천문시계(Orloj)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뤘던 것이 생각난다.


동상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주장이 있으나 이곳은 한때 오줌 시장이 있었던 곳이라는 설명이 가장 그럴 듯하다. 가죽 제품을 연하게 하기 위해 오줌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무 것도 아니었을 조그만 동상 하나를 일약 세계에서 수십 만, 수백 만 명이 찾아드는 명소로 만들어낸 벨기에 사람들의 창의적 두뇌, 스토리텔링은 대단하다. 오줌싸개 동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와 무지막지하게 밀어 붙이니 여기가 베이징인지 브뤼셀인지 모를 지경이다.


 

‘오줌싸개 동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다. 조그만 동상 하나를 일약 세계에서 수십, 수백 만 명이 찾아드는 명소로 만들어낸 벨기에 사람들의 창의적 두뇌, 스토리텔링은 대단하다. 사진 = 김현주

브뤼셀의 볼거리는 사람


오줌싸개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은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화려한 건물, 정돈된 거리만 아니었더라면 북아프리카 어디쯤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곧 부르스 광장(Place de la Bourse)이다. 증권 거래소가 있었던 곳이다. 증권 거래소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름 해를 즐기고 있다.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돈된 느낌,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질서가 있는 이 광장에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브뤼셀의 볼거리는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대광장(Grand Place, Grote Markt)이다. 브뤼셀의 중심이자 으뜸 랜드마크다. 하늘을 찌르는 시청사 첨탑, 맞은 편 브뤼셀 시립박물관, 화려한 길드홀 등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광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브뤼셀의 건물들은 매우 크다. 나라 면적은 작아도 지었다 하면 어마어마한 최대 규모로 짓는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브리쉘에서 ‘코리아(KOREA)’ 글씨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학생들을 만났다. 온라인으로 보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사진 = 김현주

놀라운 한류의 현장


이 거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을 하나 겪는다. 가슴에 태극기가 부착돼 있고 등에는 ‘코리아(KOREA)’라고 큼지막하게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는 두 젊은 아가씨를 만난 것이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해서 먼저 말을 걸어 보니 한류에 아주 깊숙이 빠진 프랑스인 룰라와 벨기에인 쥐스트멘, 고등학교 졸업반 백인 학생들이다.


온라인으로 보는 드라마를 통해 익혔을 뿐인데 한국어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도 알고 일본도 알지만 한국이 최고”라고 한다. 사람들이 따뜻하고 정이 많아서 그렇단다. 한국 음악은 리듬이 좋고, 한국어는 듣기도 말하기도 좋다고 한다. 굳이 물어보지 않았는데 자기 나라 사람들은 차갑고 남에게 무관심해서 싫다는 말도 덧붙인다. 무슨 뜻인지 알고도 남는다.


벼르고 별러 드디어 내년에 한국에 온다고 부풀어 있다. 말로만 듣던 한류의 현장, 그리고 한국 문화(K-Culture)의 놀라운 지구적 호소력을 확인한다. 한류의 서쪽 끝은 아시아 서쪽, 즉 인도가 시작되기 전인 미얀마쯤일 것이라는 평소 생각을 접는다. 그들과의 즐거운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벨기에는 북유럽과 남유럽의 딱 중간쯤 되는 분위기다. 나라는 작지만 인종적, 언어적 다양성에 건축물까지 퓨전이다. 사진 = 김현주

왕궁(Palais Royale)에서 도시 탐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올 때 쯤 땅거미가 깔린다. 남과 북의 교차로, 자유분방한 도시 브뤼셀을 만끽한 하루였다. 손을 잡고 가는 흑백 커플을 심심치 않게 본다. 젊음과 활력의 도시에 잠시나마 함께 섞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유럽 어느 도시에선가 살아야 할 일이 생긴다면 분명 브뤼셀도 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항공기 환승을 위해 아무 기대 없이 잠시 하룻밤 들렀을 뿐인데 브뤼셀의 느낌은 아주 강렬했다.

 

 

16일차 (브뤼셀 → 모스크바 도착)


모스크바의 여러 타이틀


브뤼셀을 떠난 항공기는 3시간 30분 날아서 모스크바 도모데도보(Domodedovo, DME)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 바깥 분위기는 영락없이 제3세계 어디쯤 와 있는 느낌이다. 서유럽을 돌다가 왔으니 러시아는 분명 유럽의 변방이다. 어수선하고 어딘지 사회주의 냄새도 더러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왠지 마음은 훨씬 편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방문이 벌써 몇 번째인가? 잘 아는 나라, 잘 아는 도시에 온 것처럼 거침없이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환승해 가며 예약해 놓은 숙소를 찾아간다.

대광장은 브뤼셀의 중심이자 으뜸 랜드마크다. 나라 면적은 작아도 건물을 지었다 하면 어마어마한 최대 규모로 짓는다. 사진 = 김현주

변방의 작은 촌락으로 시작했으나 1237년 몽골군의 키예프 정복으로 슬라브의 중심이 북쪽 모스크바로 옮겨 오면서 성장한 도시다. 1480년 이반 3세 당시 240년 간의 몽골 지배를 벗어난 이후 훗날 표트르 대제는 서구화 정책의 일환으로 1712년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갔었다. 그러나 1918년 혁명 이후 다시 러시아의 수도가 됐다. 인구 1150만 명,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모스크바. 러시아 인구의 10%가 거주하는 거대 도시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다양한 나라. 깊이 있는 이 나라에서 이번에는 어디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게 될지 기대된다.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 철도. 동서 냉전시대에 핵전쟁에 대비해 방공호 용도로 건설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깊이로 세계 최고일 것이다. 사진 = 김현주 

모스크바 명물 지하철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구 소비에트 지역에서는 변함없이 맹주로 우뚝 서 있으니 그 중심 모스크바는 국제도시로서 손색없다. 흑인만 있다면 미국 뉴욕과 다를 게 없다. 마침 퇴근 시간 무렵이어서 모스크바 지하철은 1~2분 간격으로 들어오지만 오는 차마다 승객들로 만원이다. 그리고 무척 저렴하다. 거리에 관계없이 1회 승차에 55루블, 한화 1100원이다.


동서 냉전시대에 핵전쟁에 대비해 방공호 용도로 건설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깊이로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포베디(Pobedy) 역은 지하 84m,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다. 깊은 만큼 에스컬레이터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손잡이를 꼭 잡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 역은 부산 지하철 3호선 만덕역으로 깊이 65m이고, 수도권에서는 8호선 산성역이 50m로 그 다음으로 깊다. 북방에 이룩된 또 다른 거대한 문명권을 엿본다. 훤칠한 사람들이 많고 특히 여성들의 미모와 체격의 출중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시간 표준시가 당겨진 터라 밤이 곧 다가온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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