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반항심으로 얼굴에 소위 썩소를 머금은 ‘치키호돌이’(호랑이)와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상대를 조심스레 살피는 모습의 '치유치유’(고양이)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로 알려진 치키홍 작가. 그는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해왔다. 화려한 원색과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표현하는 상황은 재밌고 유쾌하기보다는 진지하면서도 무겁고,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하며, 간략한 주제 의식 이상의 무언의 언어를 전해줬다.
이번 롯데갤러리 일산점에서 4월 29일까지 열리는 치키홍의 개인전 ‘파랑새 표류기’에서는 파랑새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해 작가 자신을 비롯해 ‘내 안에서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회화 약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치키홍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구상적이면서도 간결하지만 파스텔톤의 블루와 핑크, 엘로우 색감을 덧입힘으로써 모호하면서도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듯한 탈일상적이면서도 나른한 행복, 사랑스러우면서도 우수가 서린, 다양한 추상적 감정을 상상하게 한다.
롯데갤러리는 “유명한 파랑새 이야기 속 ‘파랑새’는 속이 텅 비어 있는 상징과도 같다.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그것은 돈, 건강, 명예, 사랑 등 저마다 다르다. 파랑새라는 상징 속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들어가기에 그 의미는 끊임없이 표류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우리가 찾는 행복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치키홍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랑새는 어떤 행복의 장소,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치키홍이 매번 작업할 때마다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 짤막한 노트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의 눈을 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가령 ‘지금 이대로 여도 좋다’는 안도감, 태양이 빛나는 시간이 주는 따스함, 맑고 시원한 공기와 봄이 주는 충만함과 같은, 어느 한 순간에 문득 찾아오는 좋은 감정과 느낌들을 전달해준다”고 덧붙였다.
‘눈빛의 온도’ ‘덜 외로워지는 방법’ ‘132번의 추억과 3번의 사랑’ 등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번 전시에서 치키홍이 선보이는 그림들은 자기 내면과의 대화의 장이다. 또한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애틋한 감정과 위로, 소망, 행복의 감정이 담긴 비밀일기와도 같다.
롯데갤러리는 “지금까지의 ‘치키호돌이’ ‘치유치유’ 시리즈에서 보여준 팝아트적인 색채 대신 파스텔톤으로 잔잔하게 그려진 이번 출품작을 통해 더 이상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스스로 빛나는 행복의 다양한 감정들을 상상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와 연계해 ‘작가와 함께 하는 일요 아트클래스’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치키홍이 직접 참여해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고 뱃지와 거울을 만드는 시간이 3월 11일, 3월 29일 마련된다. 4월 29일엔 ‘나만의 파랑새 디퓨터 꾸미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치키홍은 2016년 진행된 CNB저널 커버 공모전 선정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