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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현대오일·교보생명·애경…상장 붐 ‘동전의 양면’

기대·우려 교차…앞만 보고 달리는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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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8호 손정호 기자⁄ 2018.03.12 10:10:11

3월 2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1.04% 내린 2,402.16에, 코스닥 지수는 0.37% 오른 860.23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정호 기자)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 기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교보생명 등 대기업의 코스피 상장이 예정돼 있고, 코스닥에서는 ‘카페24’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들이 완화된 요건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이 기업가치를 끌어 올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대세지만,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꽃’으로 불린다. 상장이 되면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되고, 해당 기업은 이를 통해 자금이 유입된다. 늘어난 자본력은 사업 확장에 쓰인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배당과 주식 매매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꽃(경영과 자본)’에 비유된다.  


올해 IPO 시장에는 대어(大魚)들이 많다. 우선 생활용품 기업 애경산업은 오는 13~14일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이달 넷째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공모 희망가 밴드는 2만9100원에서 3만4100원, 공모주식수 680만주로 1979~2319억원에 달한다.


올해 코스피 1호 상장 기업이 될 애경산업의 매출은 2016년 기준 5067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 규모 7602~8907억원 수준이다. 


이어 공모 규모 1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크호스’들이 기다리고 있다. 교보생명(연매출 14조4423억원)과 현대오일뱅크(11조8853억원),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2조8677억원), 롯데정보통신(6229억원), 카카오게임즈(1012억원)도 올해 상장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이디야커피와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안마의자 1위 브랜드인 바디프랜드도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IPO 시장 흥행에 한 몫 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IPO 시장 규모는 최근 7년 새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작년 IPO 시장은 약 7조8188억원으로 최근 들어 최대였는데, 올해는 총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운영 기관의 보수적인 전망치다. 증권가에서는 한·일 롯데그룹의 연결점인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올해 IPO 시장 규모가 총 12조원대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호텔롯데는 과거 롯데가(家) ‘형제의 난’으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면서 다시 상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

올해 기업 상장(IPO) 시장의 핵심은 호텔롯데의 상장 여부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으로 상장이 연기됐지만,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기 때문에 상장할 경우 전체 IPO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호텔 전경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롯데의 유통·식품 부문 42개 계열사를 편입한 롯데지주를 창립해 ‘뉴 롯데’를 선언했다. 이후 롯데지주에 주요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형태로 한때 74만800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다. 


최근 신 회장이 면세점 뇌물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음에도 이런 흐름은 끊기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2월 2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갖고 롯데지알에스,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롯데아이티테크, 대홍기획, 한국후지필름 등 6개 비상장사의 분할·합병안을 승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난해 검찰 수사 때문에 무산됐던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가진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국내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40%대로 높아지게 돼 롯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처럼 IPO 시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영 투명화 정책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상장 요건 완화 등을 꼽는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작년 코스피 지수는 평균 2467.49로 전년대비 21.8%p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606조원으로 22.8%p 증가했고, 일 평균 거래대금은 5조3300억원으로 17.9%p 늘었다. 

 

IPO 시장, 왜 계속 커질까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집단에 지배구조 투명화와 더불어 주주총회와 이사회 기능 강화를 요구한 점도 IPO 시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순환출자 등을 해소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상장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상장 후 이사회 기능이 강화되면 배당이 늘어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상장 요건이 완화된 점이 상장 붐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도입된 ‘성장성 평가 특례 상장 제도’(일명 테슬라 효과)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적자기업에게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적자이지만 나스닥에 상장해 포드(시총 453억 달러)를 누르고 작년 기준 미국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2위에 오른 전기차 전문기업 테슬라(시총 487억 달러)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지난달 8일 코스닥에 상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는 ‘테슬라 효과’로  IPO에 성공한 국내 첫 사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CNB에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등 올해 IPO 시장에 대형 딜이 들어오면서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작년 넷마블과 셀트리온의 코스피 상장으로 성장한 IPO 시장이 올해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SK증권 나승두 연구원은 “좋은 주식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서 투자 목적의 IPO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작년 IT 업종의 실적이 좋아지고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화학 업종도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서 미뤄둔 IPO가 올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피해 우려도 


이 같은 흐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세미나를 갖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른 단기 과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효과’로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게 돼 벤처기업의 사업 기회는 확대됐지만,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는 ‘양면 효과’에 대한 우려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파산할 경우에 대비한 투자자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증권시장 운영제도를 보다 디테일하게 보완하고,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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