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예술사진은 역설적이다. 누구나 사진을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늘날의 예술 사진은 깊이 공부해본 소수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미학이나 이론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예술사진에 관한 주요 논쟁을 다루면서 이 간극을 좁혀보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널리 알려졌거나 최근 조명 받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두루 살핀다. 그리고 다음의 여섯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동시대 예술사진의 특성을 하나씩 살펴간다. “동시대 사진은 전통 회화 장르의 주제를 왜 그렇게 많이 공유하는가?” “동시대 사진은 무표정, 객관적 스타일을 왜 그리 많이 보여주는가?” “‘연출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왜 사진가 각자가 좋아하는 사물을 촬영하거나 아름답고 모호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디지털은 예술사진에서 무슨 차이를 만들었는가?” “사진이 다른 동시대 예술 형태와 혼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직 ‘사진’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은 질문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이로써 저자는 동시대 예술사진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면서 그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예술의 맥락에서 사진에 의거해 이뤄진 ‘작품’들의 존재 의미를 찬찬히 탐색한다.
루시 수터 지음, 김동훈·조용준 옮김 / 1만 8000원 / 미진사 펴냄 /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