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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 공운법이 ‘낙하산’ 양성? 법개정 표류하는 이유

‘정치인 배제’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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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9호 이성호 기자⁄ 2018.03.19 10:33:21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2013년도 7월의 KBS1 방송화면 캡처.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국내 공공기관 기관장 4명 중 1명이 ‘낙하산’ 인사로 나타났다. 최근 실체가 드러난 채용비리 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오고 실정.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관의 공공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률로써 근절 방안을 강구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CEO스코어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공기업·준 정부기관 등 353곳 중 기관장이 공석인 67곳을 제외한 286곳의 기관장 출신을 조사했다.


그 결과가 전체 286명 중 77명(26.9%)이 상급 주무부처 출신으로 나타난 것. 


기획재정부의 경우 산하기관 4곳은 기관장 전원이 기재부 출신으로 김기영 국제원산지정보원장,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이원식 한국재정정보원장,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하 기관장 11명 중 90.9%인 10명이 주무부처 출신이었는데 오경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백종호 축산물품질평가원장, 류갑희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등이 해당됐다.


중소벤처부의 경우에도 전체 8명의 기관장 중에서 김순철 신용보증재단중앙회장,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김흥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강시우 창업진흥원장 등 4명이 중소벤처부 전신인 중소기업청 출신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행정안전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환경부·외교부·고용노동부·법무부·여성가족부·국방부·국토교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국무총리실·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의 산하기관에 많든 적든 주무부처 출신의 기관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대물림 인사가 만연돼 있는 상황. 사정이 이러다 보니 공공기관 채용비리와도 직결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275개 공공기관, 659개 지방공공기관, 256개 기타공직유관단체 등 1190개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무려 946곳에서 총 4788개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중에서 부정청탁·지시 및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9건을 수사의뢰하고 255건은 징계(문책)를 요구한 상태다.


수사의뢰 대상 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서울대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정부법무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식진흥원, 한국석유관리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 근로복지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제원산지정보원 등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197명으로 드러났고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현직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이 진행됐다.

이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前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폐의 근원은 바로 낙하산 기관장 인사에서 비롯된다”며 “실력이 아닌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임명권자나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낙하산 기관장에게 과연 공정한 채용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보은인사” vs “직업자유 침해”


고질적인 병폐인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관련 법·제도의 허점이 지적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선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등 절차를 진행토록 하고 있고, 기타공공기관은 개별 기관의 설립근거법률 및 정관의 규정에 따라 임원을 선임하며 필요시 공운법을 준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임원추천 기준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것.


공운법에서는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기관장 후보자로 추천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임추위나 주무기관의 재량 영역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 임추위의 구성이 정부에서 임명된 비상임 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독립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임원선임과정에서 포괄적이 아닌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자격이 불충분할 경우 제외토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낙하산 방지를 위해 현 공운법에 메스를 가하려는 개정안들이 제출되고 있다.


지난달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대표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임추위 회의록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요구할 경우에는 제출토록 규정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자가 임명되거나 낙하산 인사로 의심되는 자가 선임되는 것을 막도록 함이 골자다.


또 정권교체기 등의 이유로 적시에 임추위가 개최되지 않는 것을 방지키 위해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임원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이사회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7일 이내에 임추위를 구성토록 하고 임기 만료가 예정된 임원의 후임자 선임을 위한 경우에는 해당 임원의 임기 만료 2개월 전에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김동철 의원(바른미래당)이 제출한 ‘공운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이 개정안은 공공기관 임원후보자 추천기준으로 관련분야에 5년 이상 종사할 것을 추가하고, 국회의원·정당지역위원장·공직선거공천신청자·공직선거 낙선자 및 국회 2급 이상 정당 당직자 등 그 직을 사임한지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를 임원후보자로 추천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더불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에 국회가 추천하는 반드시 인사를 포함토록 했다. 공운위는 임추위에서 추천된 공공기관장 임명 등의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획재정부장관 소속의 기구로,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당연직 공무원과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데 공공기관장 인사 전횡을 막고 견제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기획재정위에 따르면 일단 찬성 측은 “공공기관의 임원이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함에 따라 특히 정치인이 임원으로 임명되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고, 보은인사 등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추천 기준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정치인 등 특정 분야 인물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특정 분야의 인물만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은 공공성도 중시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 분야 종사자가 공익성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관련분야에 5년 이상 종사하도록 요건을 강화한 것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임원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며 임원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좁아지고, 기관의 내부출신자 중심으로 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향후 법안 논의 과정이 주시되고 있는 가운데 김동철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법안이 상임위 계류중”이라며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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