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3월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계획안을 공개했다. 올해 한국관 전시는 지난해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한 박성태(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최춘웅, 박정현, 정다영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한다. 한국관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이본 파렐, 셸리 맥나마라 두 총감독의 기획 아래 ‘자유공간’을 주제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다. 한국관은 시민사회의 힘이 미약하고 시민 공간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도시와 건축 유산을 파헤친다. 그리고 건축의 보편적 가치이자 당위적 요구로서 제시된 자유공간에 대한 오늘날 건축가들의 대답을 들려준다. 동시에 시민사회의 요구가 아닌 국가의 개발에 의해서 시작된 아시아와 제3세계 도시의 현대 건축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관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이자 당대 최고 건축가들의 집합소였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의 작업에 주목하고 그 성격을 ‘국가 아방가르드’로 해석했다. 상호 배타적 개념인 국가와 아방가르드의 공존과 병치를 통해 기공의 작업이 갖는 역설적이고도 모순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1960년대 말 이 시기 기공의 도시계획부와 건축부에는 윤승중, 유걸, 故 김석철, 김원, 김원석 등 한국 현대 건축사의 주역이 모두 모여 있었다. 한국관은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인 기공의 역사 속에서 故 김수근(1968~69년 기공의 2대 사장) 그리고 그 팀이 주도한 예외적인 시기의 네 프로젝트(세운상가, 구로 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에 초점을 맞춘다.
기공은 한강연안개발, 삼일고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관광단지, 보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형성한 주요 개발계획을 도맡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실한 아카이브는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관은 그 실체가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한국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함으로써 이런 상황 자체를 문제 삼고 전시의 조건으로 활용했다.
한국관 전시는 두 개의 기공 아카이브와 7인(팀)의 참여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로 이름 붙인 아카이브는 전시의 배경과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위한 맥락을 제공한다.
▲김성우(엔이이디건축사사무소)는 세운상가(1967)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 ▲바래(전진홍+최윤희)는 구로 산업박람회(1968)를 대상으로 ‘꿈 세포’ ▲설계회사(강현석+김건호)는 엑스포70 한국관(1970)을 대상으로 ‘빌딩 스테이츠’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플랜(1969)을 대상으로 ‘미래의 부검’을 선보인다. 또한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EH)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전시 주제를 구체화한다.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 전시는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은 시대와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한다. 개발 체제의 프로젝트와 건축가들의 유토피아적 열망을 함께 다루면서 한국 건축이 직면했던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발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로 양분된 시대 인식을 극복하고자 한다. 박성태 예술감독은 “한국관 전시는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오늘날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동시대 한국 건축을 이해하는 역사적인 맥락과 참조점을 생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8년도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5월 26일~11월 25일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