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워라밸 ③] CJ 등 취준생에 인기 최고 왜? “高연봉<사내 민주화 인식 변화”

  •  

cnbnews 제580호 윤지원⁄ 2018.03.23 17:04:06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2018년 희망취업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취업 정보 포털 업체들은 공채 일정에 즈음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각각 내놓았다. 조사 업체 및 대상, 질문의 세부적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제시되는 것으로 보아, 현재의 구직자들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조건은 전보다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연봉 및 복지 수준, 글로벌 인지도 등에서 뚜렷한 장점을 지닌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취업 선호도 상위를 유지하는 반면 부동의 1위로 여겨지던 기업들이 구직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순위가 하락하는 예도 있었다.

 

역대 최고의 청년 실업률이 화제가 되는 와중에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는 모순된 현상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취업준비생(취준생)이 원하는 조건, 또는 그 반대의 조건 사이에 그만큼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입사할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이제 연봉 외에도 다양해졌다.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라는 의미의 ‘워라밸’ 트렌드나 민주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취업 시장에서의 기업 선호도 순위는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맞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워라밸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취업박람회 현장에서 구인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구직자들. (사진 = 연합뉴스)

조사마다 결과 다른 기업 선호도

대기업 중 삼성과 CJ 선호 뚜렷한 편

 

2월 말 두산과 셀트리온이 상반기 공채를 시작한 데 이어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CJ 등이 3월부터 본격적인 상반기 공개 채용에 들어갔다.

 

대기업들의 상반기 공채 일정에 즈음해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취업 정보 포털 업체들은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관한 다양한 최신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조사 업체 및 조사 대상, 질문의 세부적 차이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 선호도 면에서 전체적으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CJ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취업 선호도 1위 자리를 최근 들어 다른 기업에 자주 내주고 있고, 많은 여성 취준생들은 연봉이 다른 그룹보다 적은데도 CJ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각각의 개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사람인은 3월 13일 구직자 1092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복수응답으로 진행한 이 조사 결과 삼성전자가 31.3%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20.4%), 현대자동차(19.1%), LG전자(14.6%), 포스코(13.6%), 한국가스공사(11.6%), 기아자동차(11.3%), SK이노베이션(11.1%), SK하이닉스(10.7%), CJ제일제당(10.3%) 등이 이어졌다.

 

지난해 같은 주제로 이루어진 조사(단일응답)에서도 1위는 삼성전자(1693명 중 13.9%)였다. 나머지 순위는 현대차(10.2%), 한전(6.6%), LG전자(4.8%), 포스코(2.9%), LG생활건강(2.5%), 기아차(2.2%), CJ제일제당(2.1%), 아시아나항공(2.1%), SK이노베이션(2%) 순이었다.

 

이중 주목되는 대기업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2016년 조사에서 전년 대비 8.1%포인트나 상승한 응답률로 삼성전자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2년 연속 국내외 실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순위가 계속 하락했다.

 

LG전자는 2016년에는 10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6계단이나 상승한 4위에 올랐고, 올해도 전년 순위를 유지했다. LG생활건강은 2016년까지 순위 밖에 있었지만 매출 상위 100대 기업에 들며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지난해에는 6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랐다.

 

16일 열린 현대자동차주식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인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람인이 해마다 조사하는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순위에서 현대자동차는 최근 2년 연속 순위가 한 단계씩 하락했다. (사진 = 연합뉴스)

대학생, 지난해 하반기 삼성 선호도 낮게 평가

 

잡코리아가 2월 20일 발표한 ‘상반기 대기업 신입 공채 지원 의사’ 조사 결과 중 실제로 입사 지원할 대기업 그룹을 선택하는 순위에서 CJ그룹은 43.2%(복수응답)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사람인의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는 8위~10위를 오가던 CJ그룹이지만 잡코리아의 해당 조사에서는 3년 연속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33.6%로 2위에 올랐고, 그 뒤로 SK그룹, LG그룹, 신세계 그룹이 차례대로 위치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10월 1879명의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도 CJ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중 카카오(31.5%, 복수응답)에 이은 2위(29.4%)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16년에는 2위였으나 지난해에는 6위에 그쳤고, 반면 오뚜기(20.7%)가 급상승하며 3위에 오르는 등 순위 변화가 크게 일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7월 101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선호하는 그룹’ 조사에서는 삼성그룹이 15.8%로 1위, CJ그룹이 12.7%로 2위에 올랐다. 특히 CJ는 인크루트의 이전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였으나 삼성그룹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인크루트가 같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질문을 그룹사 단위가 아닌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바꾼 조사에서는 포스코가 1위(7.2%), 한전이 2위(6.4%), CJ E&M이 3위(5.1%)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도 삼성전자는 2.9%의 선택을 받아 6위에 그쳤다.

 

3개 취업 포털의 조사는 조사 대상 기업의 분류, 설문 대상 그룹 등이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대기업 그룹사별로 보면 삼성그룹과 CJ그룹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대기업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올해 상반기 입사지원 할 그룹사로 ‘CJ’를 1위에 꼽았다. (자료 = 잡코리아)

기업 선택 기준, 연봉은 절대적이지 않아

 

기업 순위가 다양하게 나온 배경은 각 조사를 진행할 때 함께 조사한 선호 기업 선택 이유에 대한 응답 결과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성별에 따라 선호 기업과 선택 이유 등이 달라지는 양상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람인의 2016년 입사 희망 기업 순위 조사에서는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근소하게 앞선 1위로 꼽혔다. 최근 3년간 이때의 조사 외에는 현대차가 입사 선호도 1위로 꼽힌 일은 거의 없었다.

 

이 조사에서 가장 상위권으로 꼽힌 현대차, 삼성전자, LG화학, 기아차, 대한항공 등을 선택한 취준생들은 해당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높은 연봉’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을 선택한 취준생들은 정년 보장 등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CJ제일제당을 고른 취준생들은 의료·육아 등 ‘사내 복지 및 복리 후생’을, LG전자를 고른 취준생들은 대외적 평판과 같은 ‘기업 이미지’와 정시 퇴근 등 ‘근무 환경과 조직문화’를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한편, CJ그룹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잡코리아의 지난 2월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업 선택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직원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기업’을 꼽았다. 2위로 꼽힌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연봉이 높은 기업’은 세 번째로 중요한 기준이었는데, 특히 앞선 두 개의 이유와 응답률 차이는 9%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이런 변화는 "돈보다는 사내 민주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삼성그룹 로고. (사진 = 연합뉴스)

삼성이 1위, CJ가 2위로 꼽힌 인크루트의 지난해 7월 그룹사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대학생)들은 해당 그룹 선호 이유로 ▲구성원으로서 자부심 ▲동종업계와 지역사회에서 선도기업의 이미지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하고 공평한 보상제도 ▲고용 안정성 등을 꼽았다.

 

한편, 해당 조사에서 CJ그룹은 남녀 간 선호도 비율이 22:78로 여자 대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2위에 올랐고, 현대차그룹은 반대로 76:24로 남자 대학생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아 3위에 올랐다. 1위 삼성은 53:47로 남녀가 고르게 지지하는 그룹이었다.

 

포스코와 한전이 선호도 1, 2위를 차지했던 인크루트의 지난해 7월 기업 대상 조사에서 질문을 받은 대학생들은 이들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로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포스코, 아시아나항공, 수출입은행) ▲고용 안정성(한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관심 업종(CJ E&M) ▲성장 및 개발 가능성과 비전(카카오, 네이버) 등을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하고 공평한 보상 제도(현대차, 삼성전자) 보다 더 중요하게 언급했다. 이 조사의 응답자들은 급여 및 성과급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한 성향이 강했는데, 그 결과 SK, LG, 롯데 등의 국내 대표 대기업은 아예 10위권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CJ, '연봉 낮아도 가고 싶은 기업' 꼽혀

일상에 와 닿는 복지 혜택…여성 취준생이 특히 선호

 

최근 각 취업 포털의 조사 결과에서 또 한 가지 발견되는 특징은, 응답자들이 기업 선호 기준으로 사내 복지나 기업 문화를 연봉보다 중요하게 꼽은 경우, CJ의 선호도 순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다른 기준을 연봉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높았으며, 그에 따라 거의 모든 조사에서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대기업 1위는 CJ가 차지했다.

 

지난해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 조건은 1위가 연봉, 2위가 결혼·출산 이후의 경력 유지 가능성, 3위가 조직문화, 4위가 근무환경에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경력 단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조직문화도 잘 갖춰진 기업이지만 연봉이 낮은 경우 자신의 기대임금을 낮출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는 과반수인 51.5%가 10% 수준에서 기대 연봉을 낮출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런 조건에 더해 조직문화 측면에서 ‘수평적이며 성별 간에 평등한 사내 문화를 갖춘 기업’이라면 기대 연봉을 낮추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무려 70.6%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도 CJ에 대한 여성 취준생들의 높은 선호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CJ그룹의 온라인 채용토크쇼. (사진 = CJ그룹)

여성 취준생의 CJ 선호는 약 5년 전부터 꾸준히 유지되는 특징이다. 잡코리아의 과거 조사 결과들을 살펴보면, CJ는 남녀 합산 선호도에서 2011년 7위, 2012년 5위, 2013년 4위를 차지한 후 2014년 2위에 올랐고, 특히 2014년부터는 여자 대학생 선호도에서 1위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CJ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식재료, 카페, 인터넷 쇼핑 등의 사업 분야를 많이 거느리고 있고, 임직원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 혜택도 많다”며, “또 CJ E&M과 CJ CGV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 기업’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제조업·중공업 비중이 큰 다른 그룹에 비해 감성적으로 더 어필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CJ는 조직 문화가 다른 그룹에 비해 수평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아직도 남성 위주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 갇혀 있는 국내 다수 대기업에 비해 CJ는 여성 임직원이 심리적 압박은 덜 느끼면서 자신의 역량을 좀 더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는 기업으로 여겨져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지난 기사 보기

 

[워라밸 실천 ②] SK·CJ·카카오 등 ‘휴가 셀프승인’ ‘출장 간김에 휴가’ 등 휴가 늘리기 경쟁

 

[워라밸 실천 ①] 롯데·신세계·현대百, '男육아휴직 의무화' '반반차' 등으로 새바람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