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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투’와 ‘미투가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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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1호 정의식⁄ 2018.03.26 10:36:08

무분별한 미투 고발에 일침을 가한 미국 HLN 채널의 여성 앵커 애슐리 밴필드. (사진 = 유튜브)

미투(#MeToo) 바람이 거세다. 최근 몇 달간 전세계를 흔들어놓은 미투 운동의 위력은 국내에서도 각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어일으켰다. 

 

문단의 원로시인, 연극계의 거물, 연예계의 중견 연예인과 유명 영화 감독, 심지어 지난 대통령선거의 유력 후보 중 하나였던 유명 정치인까지 미투의 화살이 겨냥한 표적은 어김없이 쓰러졌다. 

 

물론 모든 미투 고발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고발자가 실명을 드러내지 않거나, 피해 사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에 그친 미투 고발도 있고, 배우 곽도원의 사례처럼 아예 ‘근거없는 무고’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불량 미투’의 사례가 늘면서 정작 주목받아야 할 ‘진짜 미투’의 정당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또 한번 현실에서 입증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마련된 미투 운동의 호기가 사그러들 수도 있다.

 

미투 운동이 올바른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아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모든 상품 혹은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품질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최소한의 기준선을 설정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은 명확한 성범죄(성폭행, 성추행 등)와 ‘불쾌한 성행위 시도’의 차이 구분이 필요하다. 일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체의 성폭행, 성추행과 설사 동의를 구했다하더라도 권력관계, 혹은 위계에 근거한 행위는 현행법상 성범죄로 간주된다. 당연히 이는 미투 운동의 대상이다. 

 

반면, ‘불쾌한 성행위 시도’는 일체의 폭력과 위력이 동반하지 않았지만 일방이 불쾌감을 느낀 경우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 일방에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범죄가 아니다. 따라서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기에도 부적절하다. 

 

미국의 코미디 배우 아지즈 안사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14일 미국의 여성 전문 매체 ‘베이브’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레이스’라는 가명의 여성은 안사리와 데이트를 하고 그의 아파트로 갔다. 문제는 안사리가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시도했지만 그레이스는 소극적이었던 것. 그레이스는 “내가 수차례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안사리가 이를 무시했다”며 “생애 최악의 밤, 좋지 않은 데이트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고백’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은 “안사리는 단지 여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을 뿐”이라며 “그를 성폭력범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HLN 채널의 여성 앵커 애슐리 밴필드는 뉴스 진행 중 공개편지를 통해 그레이스에게 “대체 무엇이 문제였냐? 안사리와의 데이트가 즐겁지 않았다는 것?”이라 물은 후 “성폭행을 당했으면 당장 경찰서로 뛰어가라. 하지만 그저 즐겁지 않은 성행위였다면 집에 가고 이후 다시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됐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당신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고작 데이트 얘기를 언론에 공개해서 그의 커리어를 끝장내놨다. 게다가 나와 내 동료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사회운동에 큰 상처를 냈다”며 미투 운동이 그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밴필드의 주장은 국내에서도 많은 반향을 낳았다. 국내에서도 명확한 성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은데 미투로 지목된 사례가 더러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그녀의 주장이 맞다. 폭력과 위계, 권력관계 등 범죄적 상황이 있었다면 법의 심판을 요구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다면 미투 고발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법의 심판을 요구하고 싶지만 성범죄의 특성상 명확한 증거가 없고, 시일이 오래 지났다면? 그땐 실명을 걸고 미투 고발을 하면 된다. 

 

왜 실명을 드러내야 할까? 자칫 고발이 거짓이었을 경우 고발대상자가 억울한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발자도 결과의 진위 여하에 따라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자신의 사회적 신용을 거는 것이다. 실명을 걸고 하는 증언에는 당연히 신뢰도가 부가된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진실을 폭로하는 것, 그것이 미투의 원래 취지고 작동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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