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갤러리퍼플이 작가들과 후원자를 잇는 교두보가 된다. 남양주에 위치한 갤러리퍼플이 4월 2일~6월 2일 ‘G.P.S 3기 아트 내비게이터(Art Navigator)’전을 연다.
갤러리퍼플은 (주)벤타코리아,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작가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갤러리퍼플은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스튜디오 입주 작가를 모집하고, 선정된 작가들에게 (주)벤타코리아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지정 기부금 제도를 통해 기업 및 개인 후원자가 직접 작가들에게 매월 일정금액을 후원해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후원자가 작가의 창작 활동과 전시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예술적인 교류를 나누고, 소정의 작품을 선물로 받는다. 또한 후원을 받은 작가들은 지역 내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무상으로 미술 멘토링 프로그램(4회 진행)을 진행하는 후원의 선순환을 실행 중이다.
갤러리퍼플스튜디오는 2014년 첫 입주를 시작했다. 2014~2015년 진행된 1기에서 김세중, 박제성, 신건우, 신기운, 이세경, 장원영, 정직성, 황선태, 차용석 작가 총 9명이 입주를 거쳤다. 뒤를 이어 강선미, 경현수, 김성윤, 김세중, 김태동, 민성식, 유의정, 이창원 작가 총 8명이 2016~2017년 2기 입주 작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18년부터 2년 동안 함께할 3기 작가 8명이 올해 초 선정됐다.
김성윤, 김신일, 배윤환, 유의정, 이배경, 이완, 조현선, 한경우 작가가 이번 3기 입주 작가의 주인공이다. 갤러리퍼플은 “회화, 설치, 미디어, 도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갈 유망 작가들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되는 예술가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성윤 작가는 다양한 주제나 대상물에 주목해 그에 적합한 회화적 실천을 모색해 왔다. 근대 올림픽과 묵시록, 박제, 최근에는 미술 용품에 관련한 이미지까지 그가 취해 온 주제물은 대체로 상이하고 하나로 수렴되기 어렵다. 이를 작가는 “형식과 내용 중 어느 하나가 우선하지 않으며 양자가 서로를 강제할 때 회화적 실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단일한 주제나 기법을 기본 값으로 놓지 않고 ‘각각의 대상물에 적합한 그리기 방식은 무엇인가’ ‘반대로 회화적 실천이 가능한 세계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회화가 가진 여러 가지 경로를 탐색한다.
김신일 작가는 비디오, 조각, 드로잉, 사진 등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은 설치 작업을 펼쳐왔다. 압인드로잉, 빛드로잉, 빛의 환원을 시도하는 비디오설치, 문자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통해 작가는 가려진 본질에 접근한다. 작가는 “본질은 우리의 관념과 범주화 등에 가려져서 쉽게 간과되거나 느끼니 못하는 또 하나의 현상일 것이다. 내 작업은 가려진 본질엔 어떤 것이 있고, 왜 그렇게 돼왔는지 재고해 보는 과정”이라고 작업을 설명했다.
배윤환 작가는 창작의 진행 과정에서 느껴지는 모호함과 모순들이 작업의 아이디어이자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이 안에서 자기합리화의 모순들이 유희적인 놀이로 전환되기도 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연상적이고 서술적인 동시에 하나의 언어가 아닌 다양한 초점에 맞춰져 있어 관람자에게 혹은 자신에게조차 모호한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작가들과 후원자 잇는 교두보
‘G.P.S 3기 아트 내비게이터’
유의정 작가는 흙을 빚어 가마에 굽는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해 동시대의 시각이미지와 상징들을 재현하는 작업을 펼쳐 왔다. 도자에 현대의 물신적 이미지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유명 브랜드 로고 등이 재현돼 눈길을 끈다. 단순 그릇이 아닌, 끊임없는 해석과 재현으로 현재의 삶을 담은 도자를 기록하고, 이 도자가 추후 미래에 발견돼 과거를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 작가에게 도자기는 의식의 흐름을 담는 중요한 그릇이 되며, 정신을 물질화하는 이기(利器)로 작동한다.
이배경 작가는 ‘시간’, ‘공간’, ‘몸’이라는 요소와 각 요소들의 접점 그리고 상관관계를 주제로 인터랙티브 영상설치 및 혼합미디어 설치작업 등을 이어왔다. 상호 작용성을 토대로 현상을 만들고, 이렇게 구현된 현상을 매개로 관객이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완 작가는 현대 사회가 지각해야 할 탈식민적 시의성과 시각 예술로서의 작품성을 동시에 가진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를 통해 시각 예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가 가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 이를 정치 및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 표현한다. 보이는 것 이면에서 작동되는 사회적 선입견이나 관습, 그리고 타인의 시선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런 사회적 관념을 전복시키는 성향의 작업을 진행한다.
조현선 작가는 주변의 풍경과 건축물, 지리적 특성 등에서 영향을 받아 시간과 장소, 경험, 그리고 기억을 맵핑해 그림을 그린다. 그가 스스로 역사라고 부르는 겹겹의 시간이 담긴 여러 장소에서의 경험들을 모양, 색, 형태로 옮기면서 그 시간들의 연약함과 덧없음에 주목한다. 혼란스러운 뒤섞임과 그것을 컨트롤하려는 시도 사이에서 일련의 규칙과 패턴을 찾아 경험을 재구성하는데, 이는 주로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귀결된다.
한경우 작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상을 인지하는 우리의 ‘관점’ 사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간극의 존재에 주목한다. 사실 그대로를 지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아는 바에 의거해 이미지의 실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주관성이 끼어들 수밖에 없음을 짚은 것. 우리가 보는 실체는 고정관념에 의해 왜곡되며 결국 상대적으로 수용될 수밖에 없음을 고찰해온 작가는, 관념에 의한 지각이 적극적으로 다뤄지는 영역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들의 작품을 갤러리퍼플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퍼플은 후원 프로그램을 알림과 동시에 G.P.S 3기 입주 작가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로 ‘G.P.S 3기 아트 내비게이터’전을 기획했다. 갤러리퍼플은 “지속적인 후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예술계의 활성화 도모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