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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재 탈모 칼럼] 딸바보의 탈모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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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3호 홍성재 의학박사⁄ 2018.04.16 09:27:49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요즈음은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하면 기뻐하고 반대로 아들이면 별로라고 한다. 불과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현상으로 그 시절엔 남아선호사상이 두드러졌다. 남아선호 사상(男兒選好思想)이란 자녀를 가질 때 아들을 낳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여아 낙태, 여아 살해 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시절 필자 주위에도 이런 사건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였다. 다음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1990년 문산에서 태어난 지 한 달 된 여아가 수돗가 물통에 빠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변사 사건이라 의사의 검시가 필요해 경찰의 요청으로 필자가 참여했다. 한 달 밖에 안된 신생아가 기어서 물통에 빠지기는 절대 불가능하여 누가 봐도 아이를 물통에 집어넣어 익사시킨 타살이었다. 수사 결과 엄마가 범인이었다. 범행 동기는 딸을 연속해서 셋을 낳자 시어머니가 대를 끊어 놓았다고 노발대발하면서 스트레스를 주자 자신의 딸을 살해한 것이었다. 


이 시절 남아선호사상이 심해 성별을 구분하여 딸이면 낙태시키는 일들이 성행하였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태아성별고지금지법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 시절은 한마디로 여아 수난 시대였다.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사상은 고려 시대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조선 시대에 이르러 유교의 확산과 함께 강화되었으며, 특히 조선 시대 후기에 와서 직계가족 제도가 강화됨에 따라 더욱 성행하게 되었다. 심지어 아들을 출산하지 못한 경우, 즉 무자(無子)는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속해 쫓겨나기까지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아들보다는 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아들이 대를 이어야 한다는 풍습은 사라진 지 제법 되었고, 자녀 키우기가 힘들어 1~2명만 출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들 키우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딸 키우는 게 더 수월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딸바보란 말이 등장했다. 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나는 치료 안 돼도 딸만은”


탈모 치료를 위해 부녀가 함께 방문했다. 50대인 아버지 탈모도 심했지만, 20대 중반인 딸의 탈모도 심했다. 부녀는 한눈에 봐도 전형적인 안드로겐형 탈모였다. 안드로겐형 탈모의 주요 원인은 유전이 70~80%를 차지한다. 

남성과 여성에 있어 안드로겐형 탈모의 발생기전은 같지만 유형은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은 앞이마 헤어라인부터 정수리까지 모발이 빠지는 유형, 흔히 대머리로 나타난다. 여성은 정수리에 모발이 적은 ‘O’자형 형태이고 앞머리는 남아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드로겐형 탈모를 일으키는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와 결합하여 발생한다.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남성의 1/6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DHT의 생산량 역시 남성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여성호르몬은 발모를 촉진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남성처럼 심한 탈모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데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한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 안드로겐형 탈모는 폐경 이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두 부녀의 탈모 치료를 시작했는데 6개월이 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예상과 달리 딸이 더 빨리 회복되고 있었다. 딸이 점점 새까만 두피로 변하자 아버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나는 치료되지 않아도 좋으니 딸만 치료되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도 요즈음 흔한 딸바보였다. 

 

(정리 = 최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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