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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빵 아저씨’ 브래드 리틀과 ‘마저스’ 마이클 리의 연결고리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 함께 서는 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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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4호 김금영⁄ 2018.04.20 11:01:47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마이클 리 : “빵 아저씨요? 아하하! 정말 귀여운 별명인데요.”
기자: “본인에게는 어떤 별명이 있었나요?”
마이클 리: “저요? 저는 언니라는 말이 많이 붙었어요. ‘마언니’요.”
브래드 리틀: “마오빠가 아니라?”
마이클 리: “네, 마언니요. 하하. 그리고 또 기억나는 별명은 ‘마저스’요.”

 

 

별명을 둘러싸고 한바탕 이야기가 꽃폈다. 이야기의 포문을 연 건 빵 아저씨 이야기였다. 1984년 뮤지컬 ‘에비타’로 데뷔 이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브래드 리틀은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첫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킬 앤 하이드’ ‘캣츠’ 등에 출연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런 그에게 팬들은 빵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브래드란 이름 덕분에 탄생한 별명.

 

마이클 리에게도 별명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95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그는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극 중 그가 부른 고난도의 넘버 ‘겟세마네’는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고, 이로 인해 마이클 리와 지저스의 합성어인 마저스라는 별명이 생겼다. 두 배우의 별명이 생긴 경위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두 배우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깊은 애정에서 비롯됐다는 것. 이밖에도 두 배우 사이의 연결고리가 눈에 띈다.

 

연결고리 하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
‘오페라의 유령’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주역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 출연하는 브래드 리틀(왼쪽)과 마이클 리. 브래드 리틀에게는 ‘빵 아저씨’, 마이클 리에게는 ‘마저스’라는 별명이 있다.(사진=클립서비스)

‘믿고 보는 배우’로 애정을 듬뿍 받는 두 배우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서 만난다. 5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뮤지컬계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 탄생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연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웨버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5월 2일)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전곡을 선보이는 갈라 콘서트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5월 4~6일)로 구성된다.

 

두 배우는 이번 공연이 특히 뜻깊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들을 알린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모두 웨버의 대표 작품이다. 또한 브래드 리틀은 올해 초 ‘캣츠’ 내한공연 무대에 올랐고,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으로 미국, 아시아 전역에서 2700회 이상 공연하며 역대 최다 팬텀을 소화한 배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브래드 리틀과의 호흡이 마이클 리는 기대된다고 한다.

 

“웨버의 뮤지컬은 우리 둘 다에게 익숙해요. 그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죠. 그리고 이것이 관객들에게도 기대감을 주는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 하면 브래드 리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하면 저를 떠올려 주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추며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기대돼요.” (마이클 리)

 

브래드 리틀 또한 마이클 리에게 신뢰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가족과 같다”며 “어떤 기회라도 마이클 리와 노래할 수 있다면 그 공연은 매번 특별할 것이다. 관객들이 우리의 무대를 보고 즐기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와 마이클 리도 이번 공연에서 한껏 즐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결고리 둘. 이방인
미국에서 활동하던 두 배우가 한국 무대에 오른 이유

 

미국에서 태어난 브래드 리틀(왼쪽)과 마이클 리는 현재 한국에 보금자리를 잡고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두 배우는 한국 사랑으로 유명하다.(사진=클립서비스)

두 배우는 인터뷰 내내 서로를 무척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엔 둘 사이를 묶어주는 유대감이 있다. 브래드 리틀과 마이클 리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미국 출신의 두 배우가 지금 웨버의 콘서트에 오기까지의 과정, 그곳에 또 다른 연결고리가 있었다.

 

브래드 리틀을 한국으로 이끈 것은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내한 공연을 오면서 한국 관객들을 만났는데, 관객들이 보내준 애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한국 무대에 지속적으로 오른 그는 빵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난해 한국인 여성과 결혼도 했다. 현재 한국에 자리를 잡은 상태로, 미국에는 가족을 보러 1년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 리는 2002년 ‘미스 사이공’ 때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2013년 운명과도 같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에 올랐다. 마이클 리는 “그때부터 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하면서 가족들 또한 한국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안정적으로 큰 문제없이 한국 생활에 정착한 듯 보이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제약이 있었다. 가장 큰 제약은 역시 언어. 배우로서 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지만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연기를 펼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또 한국의 공연 시스템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힘들고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동질감을 느낀 두 배우는 서로에게 의지했고, 또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세 번째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연결고리 셋. 도전
연출가 그리고 한국어 공부

 

마이클 리(왼쪽)는 드라마 ‘화유기’에 출연하며 새로운 도전을 보여줬다. 브래드 리틀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에 협력 연출로 참여하며 연출가로서의 행보도 보여줄 예정이다.(사진=클립서비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놀란 점이 있었다. 바로 마이클 리가 별도의 통역 없이 질문을 듣고 한국어로 답했다는 것. 과거 공연 프레스콜에서 그를 봤을 땐 기본적인 인사 외에는 통역가가 꼭 같이 있어야 할 정도로 한국어가 많이 서툴렀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마이클 리는 월등하게 나아진 한국어 실력을 보여줬다.

 

중간에 그 노력을 짐작하게 한 무대도 있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2014)에서 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처음엔 놀랐다. 한국어 배우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발음이 많은 대본에, 송스루(song through) 형식의 작품이라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 하지만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연습한 그는 ‘벽을 뚫는 남자’ 무대를 잘 소화하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외 자신이 다른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화유기’ 출연도 인상적이었다. 교포 출신 감독 역할로 출연한 그는 가끔 영어 대사를 쓰긴 했지만, 거의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했다. 그는 “역할의 제한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민자이기에 처음엔 역할의 제한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건 제가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한국 배우들은 진짜 노래, 연기를 잘 해요. 거기서 제가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어요. 그래서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좋은 기회가 닿아서 ‘화유기’에 출연하게 됐고, 여기서 제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어를 더 많이 섞어도 됐지만 한국어 발음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어 대사를 줄이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좋은 경험이자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마이클 리)

 

브래드 리틀은 배우에서 이젠 연출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번 웨버 기념 콘서트에는 협력 연출, 그리고 5월 개막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연출로 참여한다. 브래드 리틀은 그동안 수많은 무대에 오르면서 이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고 한다.

 

“제가 하는 일들 중 추가된 것일 뿐 전 여전히 배우예요. 하지만 배우로서 공연계에 있으면서 향후 길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죠.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기에 스스로의 실력을 다지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것을 고민할 때 연출 제의를 받았고, 그 기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잡았어요.” (브래드 리틀)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념 콘서트’ 포스터. 웨버의 대표곡을 즐길 수 있는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와 ‘오페라의 유령’ 전곡을 즐길 수 있는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로 구성된다.(사진=클립서비스)

웨버 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은 연출로서 관객들에게 기존 뮤지컬보다 풍성한 음악을 들려주는 게 목표라고 한다.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는 35인조 오케스트라,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는 40인조 오케스트라로 편성돼 깊이 있는 소리를 들려줄 계획.

 

또 이번 공연의 특별한 점은 역시 웨버의 곡이다. 브래드 리틀은 “사람들은 웨버의 음악을 사랑한다. 대표적인 공연 ‘오페라의 유령’을 사랑하는 이유도 음악”이라며 “다른 갈라 콘서트에서는 웨버의 곡을 이렇게 많이 들려줄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웨버 70주년 기념 콘서트의 취지로 100% 웨버의 곡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무대에서 선보일 곡을 고르는 선택의 자유도 어느 정도 주어져 우리가 의견을 나누며 노래를 고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짜인 틀대로의 공연이 아니라 웨버의 공연에 수없이 출연하며 쌓은 공연과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무대를 보여준다.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비롯해 ‘선셋 블러바드’ ‘러브 네버 다이즈’ 등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웨버의 노래까지 다양하게 들려주려고 해요. 정확히 어떤 노래를 들을 수 있을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아직 알려드릴 수 없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기대해도 좋다는 거예요. 놀라운 무대를 보여드리겠어요.” (브래드 리틀)

 

마이클 리 또한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웨버의 작품 경험이 많은 브래드 리틀은 이번 공연을 잘 구성할 것”이라며 “배우로서의 경험도 풍부한 그이기에 무대에서 스토리텔링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웨버를 알았고, 또 몰랐던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를 마친 두 배우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달릴 계획이다. 브래드 리틀의 한국 사랑으로 시작된 관심은 한국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 창작 공연들에 대한 존경이 크다”며 “한국 작품들이 외국에서 제작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클 리는 한국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예술가로서 작품을 한국에서 만들고, 그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며 “이것이 제 다음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굉장히 운이 좋다”며 현재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두 배우. 괜히 관객들이 빵 아저씨, 마저스라는 별명을 붙인 게 아니다. 무대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 열정을 꾸준히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은 팬이 한 명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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