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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2018 부산비엔날레, 한반도 분단통(痛)에 지구적 조명

‘비록 떨어져 있어도’ 주제로 70여 작가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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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4호 김금영⁄ 2018.04.19 15:23:25

'2018 부산비엔날레'를 이끄는 전시 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왼쪽)와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오른쪽).(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8 부산비엔날레’가 전시 주제를 공개했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노래 가사를 연상케 하는 시적인 문구이지만 내용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론이나 낭만적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외면하고 싶었던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하고자 하는 의지에 가깝다. 탈냉전 시대에 분리된 영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접근하며 균열과 대립도 서슴없이 풀어낼 계획이다.

 

이번 부산비엔날레 전시 주제가 더욱 주목받는 건 그간 부산비엔날레가 보여준 행보와 한반도의 현 정세 때문. 부산비엔날레는 2016년 ‘혼혈하는 지구, 다중 지성의 공론장’, 2014년 ‘세상 속에 거주하기’, 2012년 ‘배움의 정원’, 2010년 ‘진화 속의 삶’ 등 동시대 미술을 살펴보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 가장 중요하게 외친 건 현대 미술의 대중화였다. 동시대 미술을 거시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면이 있었던 반면, 규모만 클 뿐 두루뭉술하게 특별한 주제가 없다는 혹평 또한 있었다.

 

마우리시오 지아스 & 발터 리드베그, '콜드 스토리즈(Cold Stories)'. 8채널 비디오 및 꼭두각시 인형 설치 작업. 2013.(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이는 같은 해마다 열려온 광주비엔날레가 정치적 성격이 짙은 작품을 선보여 온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2014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그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전시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올해 9월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정치, 경제, 감정, 세대 간 복잡해지고 있는 경계에 대한 작가들의 다각적인 시선을 보여주며 이전과 일관된 맥락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18 부산비엔날레가 정치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만 집행위원장은 “현재 우리는 역사의 변혁기에 서 있다. 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앞뒀고,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화되고 있다. 해방 이후 지속된 분단의 질곡이 해결되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며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한반도가 겪어야만 했던 분단의 질곡에 대해 알아보고, 여기에 질문을 던지며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호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1984년 독일민주공화국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나 동독에서 자란 헨리케 나우만 작가는 독일 통일의 여파를 담은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하지만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주제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영향을 받아 선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집행위원장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한반도의 정세가 급격하게 변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 선정은 그 이전에 이뤄졌다”며 “지난 18년 동안 부산비엔날레가 대체로 동시대 미술의 흐름에 집중해 왔는데, 여러 전시 기획안 중 최종으로 선정된 기획안이 ‘분리’라는 명확한 주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전시 주제를 선택한 데에는 전시 감독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전시 감독 선정 과정에서 공개 모집을 채택했다. 그 결과 파리에 기반을 둔 독립큐레이터이자 예술평론가 크리스티나 리쿠페로가 전시 감독, 그리고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미술이론가 외르그 하이저가 큐레이터로 최종 선정됐다. 두 외국인 감독이 ‘분단’을 주제로 한국에서 전시를 마련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마다 드레이푸스, '어머니 날(Mother's Day)'. 비디오 설치. 2006~2008.(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리쿠페로와 하이저는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분리된 영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한반도의 분단에만 국한돼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다. 독일을 비롯해 인도와 파키스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분리와 분단으로 갈등과 분쟁을 경험했다. 과거 식민지화를 겪으며 분단에 대한 적대적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어느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가 분리, 분단으로 겪은 아픔에 접근하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분리된 영토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떤 인식을 형성하게 하는지 여러 문제들을 고찰하고 싶었다”며 “과거 냉전 시대를 고찰하고,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까지 시대를 나눠서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83년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다시 보며

물리적인 분리의 트라우마 되새겨

 

천민정, '움마 상승 : 지구 평화를 향하여(Umma Rises: Towards Global Peace)'.(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참여 작가들은 분리와 관련된 주제와 이슈에 참여해 왔다. 전시는 영토의 물리적인 분리가 사람들에게 남긴 트라우마에 집중한다. 또한 역으로 어떤 심리적인 요소가 물리적인 분리와 갈등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도 작가 개개인의 경험까지 담아 다양한 측면들을 제시한다.

 

부산비엔날레는 출품 작가 및 작품 중 일부를 공개했다. 대체적으로 이전 작업을 확대, 재구성한 작업들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활동해 온 임민욱은 2015년 작 ‘만일의 약속’을 새롭게 재구성해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업은 1983년 방영된 KBS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장면들을 이용했다. 상대가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의 상실감, 반대로 사랑하는 이를 되찾은 이들의 환희가 교차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임민욱, '만일의 약속'. 비디오 설치. 2015.(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브라질 출생인 마우리시오 지아스, 그리고 스위스 출생인 발터 리드베그는 2013년 작업 ‘콜드 스토리즈(Cold Stories)’를 새롭게 각색해 선보인다. 1960~70년대 조명된 매스컴의 관심, 연속극, 노래와 신문 등의 문서를 발췌해 형형색색의 조각을 만들었는데, 특히 정치적 역사의 중요한 측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다. 체 게바라, 마오쩌둥, 존 F. 케네디, 니키타 흐루쇼프 등 정치 역사의 중요한 인물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등장시키면서 역사를 구축하는 사실들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싱가포르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밍웡은 ‘테일즈 프롬 더 뱀부 스페이스쉽(Tales from the Bamboo Spaceship)’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소개한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작가가 분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살필 수 있다. 1984년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난 헨리케 나우만은 동독에서 자라면서 90년대 지배적인 청년 문화인 극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경험했다. 작가는 1989년 이후 독일 통일의 여파로 불거진 급진화가 청년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마찰을 빚었는지 탐구한다.

 

2018 부산비엔날레가 열릴 예정인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한국에서 태어나 볼티모어, 뉴욕 사이를 오가며 활동해 온 천민정도 참여한다. 작가는 정치적인 팝 아이콘에 초점을 맞춰 뉴미디어,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작업을 펼쳐 왔다. 서민정은 사회를 형성하는 암류를 넌지시 암시하는 건축적 개입을 구성할 예정이고, 이스라엘 태생으로 런던에 기반을 둔 스마다 드레이푸스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될 때까지 매년 휴전선 가까이에 모여 다마스쿠스로 유학 간 아들과 딸들의 건승을 기원한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부산비엔날레에는 약 70여 명의 작가가 최종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 장소 또한 바뀐다. 역대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을 활용해 왔으나, 올해 최초로 주요 거점을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옮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설계 당시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기획됐고, 6월 개관을 앞뒀다. 이와 더불어 남포동 인근에 위치한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도 이번 부산비엔날레 개최지로 선정됐다.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기획된 부산현대미술관은 6월 개관을 앞뒀다.(사진=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리쿠페로와 하이저는 “2018 부산비엔날레는 두 개의 전시 장소에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는 세 개의 시간대를 투영한다. ‘전형적 냉전기의 고찰’로 명명되는 과거와 ‘유동적 격량의 시대와 냉전 풍조로의 회귀’를 대변하는 현재는 부산현대미술관에 구현될 예정이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공상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한 투사와 예견’을 콘셉트로 한 미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소가 두 군데여서 관람하기 불편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는데, 이를 고려해 참여 작가의 수를 줄여 집중도를 높였다. 대부분의 비엔날레 참여 작가가 100명이 넘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비엔날레는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할 계획이다. 참여 작가 수가 너무 많은 초대형 전시는 관람객이 보다가 지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런 초대형 전시는 이제 위기에 봉착했다고 생각한다. 부산비엔날레는 전시 기획의 응집도를 높여 명확한 주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2018 부산비엔날레는 9월 9일~11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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