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6월 3일까지 준양의 개인전 ‘오버뷰 퍼스펙티브(The Overview Perspective)’를 연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준양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중국계 오스트리아 작가로서 비엔나, 타이페이, 요코하마 등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온 준양은 자신의 작품 안에서 상투적인 미디어 이미지가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 그리고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실험한다.
전시 제목은 ‘오버뷰 이펙트(overview effect)’라는 말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주인이 우주를 탐험하면서 지구를 바라볼 때 가치관이 확대되거나 전환되는 현상을 뜻한다. 전시 제목처럼 전시의 서사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관점이 개인에서 사회, 정치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 인류적 차원의 고민으로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샐러리맨에서 수퍼맨까지’(1998), ‘준양과 솔저우드’(2002)와 같은 작업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사진 설치, 영상으로 이뤄진 ‘샐러리맨에서 수퍼맨까지’는 영화 ‘수퍼맨’ ‘백투더퓨처’ ‘마지막 황제’의 스틸컷을 이용해 진행한 렉처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다. 이 작업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의 내용과 당시 작가가 중국에서 경험했던 실제 사건들을 중첩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문화 충돌에 관해 이야기한다.
‘위장술 – 그들처럼 보이고 그들처럼 말하고’(2002~2004)에는 작가의 사회적, 정치적 관점이 드러난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에서 아랍인처럼 생긴 사람을 모두 억류했다는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상 작업이다. 외모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로 인종차별을 자행하는 기형적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았다.
‘죄책감과 용서의 시대’(2016)는 작가의 역사적 관점이 드러나는 영상 작업이다. 알랭 레네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을 참고점으로 삼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0년이 지난 현재의 일본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살핀다. 이 영상은 전쟁이라는 과거의 사건에서 파생된 ‘죄책감’의 문제를 남자와 여자의 개인적 관계에 투영해 ‘용서’의 의미를 묻는다.
나아가 ‘별과 바다를 건너’(2018)와 ‘오버뷰 퍼스펙티브’(2018)는 우주에서 인류와 인간의 문화를 바라보는 원경(遠景)을 암시한다. ‘별과 바다를 건너’는 스톤헨지, 피라미드 등 역사적인 전망대 유적지의 형태를 참고해 만든 조각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오버뷰 퍼스펙티브’는 우주인 윌리엄 A. 앤더스가 1968년 NASA 아폴로 8 미션 중 촬영한 사진 컬렉션과 기념비로 이뤄진 작업으로, 사진 컬렉션은 작가가 직접 수집한 것이다.
아트선재센터 측은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영상, 설치, 조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문화와 정치적 상황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그 방식이 개인적 서사부터 거시적인 관점까지 확대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는 작가가 사회의 쟁점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전시 작품에 등장해 개인적인 역사를 언급했던 방식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년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하우스 그라츠에서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