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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종중 땅을 팔거나 산다구요? 총회 거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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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7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8.05.14 09:41:5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토지를 샀는데, 알고 보니 종중 땅이라면? 종중의 토지를 샀는데, 알고 보니 종중대표자가 종중의 동의 없이 판 것이라면?


종중(宗中)이란 공동 선조의 후손들에 의하여 선조의 묘소를 관리하고, 제사를 모시고,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단체입니다. 특별히 종중을 조직하는 행위가 없더라도, 당연히 성립합니다. 별도의 가입 행위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어느 종중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는 종중의 힘이 매우 강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종중의 힘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혈연과 제사를 중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갈수록 일가친척이라는 개념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고 자연스레 종중이라는 구속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종중이 상당한 수준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종중이 가지는 재산은 주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종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종중 재산을 처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종중 재산인 토지가 주변의 개발로 인해서 가격이 상승하면 종중원들이 토지를 팔아서 분배하자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쨌든 많은 종중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종중재산을 매각하고 있습니다. 

 

종중의 힘은 결국 재산에서 나온다


결국 종중의 힘이 약해지는 이유는 돈입니다. 혈연의 구속력이 약해진 현대 사회에서 종중의 힘은 결국 종중 재산과 비례합니다. 종중에 재산이 많으면, 종중의 힘은 아무래도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종중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면 종중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갈수록 재산이 줄어드는 중중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종손(宗孫), 종부(宗婦)의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종중에서 종손, 종부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큽니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고 일가친척들과 교류하는 일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소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단지 종손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예전처럼 종중을 관리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종중 재산이 팔려나갑니다. 종중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종중과 관련된 법률 문제는 결국 부동산 문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종중은 특별한 조직 행위가 없어도 생성이 되는 단체입니다. 그러다보니 종중과 관련해서 법률에서 ‘이런 것이 종중이다’, ‘종중의 법적 성격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한 것은 없습니다. 종중은 하나의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법인도 아닙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 북부 접경 지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폭발 수준이다. 사진은 4월 29일 파주 접경 지역인 문산읍에 위치한 부동산. 사진 = 연합뉴스

결국 종중을 어떤 관점에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는 종중과 엮인 법률 관계를 풀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종중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결국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려주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종중의 법적 성격을 ‘비법인 사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법인 사단이라는 말이 좀 어렵습니다. 법인이 아닌 사단이라는 것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비법인 사단의 가장 큰 특징은 재산의 총유(總有)입니다. 총유는 단체적 색채가 강한 공동소유의 형태입니다. 즉 다수인이 하나의 단체로서 결합되어 있고, 목적물의 관리·처분은 단체 자체의 권한으로 하지만, 단체의 구성원들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각각 사용·수익의 권한만을 가지는 공동소유 형태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총유라는 개념은 매일 법을 다루고 사는 우리 법조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법인 소유의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기본적으로 법인 대표자와 거래를 하면 됩니다. 반면에 종중의 경우에는 좀 절차가 필요합니다. 

 

‘총유’의 대상이 되는 종중 재산


종중 재산은 총유이기 때문에, 종중 소유의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은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 점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합니다(대법원 1994.9.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 종중의 대표자라고 하더라도, 무단으로 종중의 땅을 처분할 권한은 없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종종 규약, 종중 총회 등 적절한 절차가 없이 종중 대표자와 부동산을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무효입니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22881 판결). 즉 부동산의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종중이 재산을 매각할 때 종중 규약에 따른 절차 혹은 종중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만 아시면, 종중에 대해 기본적인 법률 지식을 갖추신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종중 재산과 관련된 법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제가 이번 칼럼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바로 이것입니다. 종중과 부동산 거래를 할 때에는 반드시 종중 규약을 요구하고, 종중 총회의 결의서를 요구해야 합니다. 나름 이런 절차를 다 거쳤다고 생각했는데도, 종중 총회가 위법한 절차로 이루어졌거나, 정족수가 부족해서 효력이 없다든지 하는 복병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튀어나오면, 부동산 하나 잘못 매수한 죄로 여러 해를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능하면 종중과의 부동산 거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저런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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