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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70) 볼리비아] 서울 면적 20배 소금 사막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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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7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5.14 09:41:57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9일차 (우유니: 글로벌 한국인들)


우유니 당일 투어에 나선다. 아침 10시 반쯤 출발해서 저녁 7시 반쯤 돌아오는 투어 프로그램은 점심 식사 포함 미화 30달러이다. 열차 무덤(Cementario de trenes)부터 들른다. 지금은 칠레 땅이 되어버린 태평양 연안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까지 광물을 실어 날랐던 기관차와 화차들의 폐차장이다. 철도는 19세기말 힘들여 건설했으나 1940년대가 되면서 광물 자원 고갈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서비스를 멈췄다.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린다. 어디 여기뿐이랴? 지구촌 구석구석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을 만난다. 부럽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글로벌 세상을 몸소 겪으면서 그들이 깨닫고 익힐 글로벌 시민 정신, 글로벌 실용주의 정신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밑천이자 자산이다. 그들의 젊음과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던져줄 그들과 그들이 살게 될 대한민국의 앞날에 찬란한 영광 있으리라.


재치있는 볼리비아 사람들


토요타 사륜 구동 SUV는 사정없이 소금 호수로 들어간다. 1만 2000 평방km, 서울시 면적의 20배 가까운 어마어마한 소금 사막을 자동차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가이드 겸 운전기사 아브람(Abram)은 가는 곳마다 기묘한 트릭 사진을 연출한다. 잠시 들른 휴게소에는 만국기가 펄럭이니 방문자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국기를 찾아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사막 한가운데 이런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볼리비아 사람들의 영악함을 엿본다.

 

소금사막에서는 모자 배가 둥둥 뜬다고? 관광객들과 함께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해봤다. 사진 = 김현주 교수
소금사막에 공룡이 나타났다면? 방문객들이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 김현주 교수

마지막 해를 우유니 사막에서


난데없이 커다란 바위산이 나타난다. 잉카후아시 섬(Isla Incahuasi). 섬 아닌 섬이다. 높이 150m쯤 될까? 여러 번 쉬어 가며 작은 언덕을 힘겹게 오른다. 이곳은 해발 3700m. 세계의 대표적인 소금 사막인 이스라엘 사해(해발 마이너스 400m), 중국 신장성 뚜르판 분지(해발 마이너스 154m), 미국 데스 밸리(해발 마이너스 86m) 등이 모두 저지대에 있는 것에 비하면 우유니 소금 사막은 거대하다는 것 이외에도 특이한 점이 많다. 


우유니의 다양한 모습을 실컷 보고 마지막으로 석양을 보고서야 도시로 돌아온다. 해가 우유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바쁘게 살았던 지난 한 해, 삶의 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해가 떨어진 사막은 견딜 수 없이 추워진다. 

 

소금사막에서는 해질녘 풍경도 별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 김현주 교수


10일차 (우유니 → 라파스)


야릇하게 기분 나쁜 고산증 


어제 사막에서 무리했는지 밤새 몸이 몹시 불편했다. 야릇한 편두통과 함께 호흡이 힘들어지고 눈이 튀어 나오는 것처럼 아프다. 난생 처음 겪는 희한한 증상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저지대 산타크루즈에서 해발 4000m의 포토시로 급격한 항공 이동, 포토시에서 바쁜 하루, 그리고 3700m 우유니 사막에서의 무리. 신체가 고지대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일정을 강행한 탓에 고산증이 온 것이다. 나의 경우, 비교적 경증이어서 다행이지만 심한 경우 구토와 설사, 출혈 증세도 있다고 한다. 고산병에 강하다고 착각하고 방심했던 자신을 책망한다. 


우유니 공항 의무실에서 산소 호흡 처치를 받고(유료) 약 처방을 받으니 일단 기분은 조금 나아진 것도 같지만 고산병은 낮은 고도로 이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오늘 목적지 라파스(La Paz)도 3640m이니 그 다음 목적지 콜롬비아 보고타(Bogota, 2640m)까지 가야지 회복되려나 근심이 앞선다. 그러려면 라파스에서 주어진 이틀을 잘 버텨야 한다. 라파스 일정을 줄이고 휴식에 주력하기로 한다. 고도에, 날씨에 아무튼 볼리비아 여행은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서울 면적의 20배나 되는 소금사막이니 그 광대함을 알 수 있다. 사진 = 김현주 교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라파스


우유니 출발 한 시간 후 항공기는 라파스 엘알토(El Alto) 공항에 도착한다. 도시는 이미 평균 해발 3640m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해발 4000미터 외곽 고지대에 공항이 위치해 있다. 항공기가 보통 1만 1000m 높이를 날으니 항공기 순항 고도의 절반에 육박하는 아찔한 높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 인구 80만, 광역으로는 230만 명이 이 깊은 산골짝에 산다. 


그래도 이 도시는 자랑스러운 곳이다. 1548년 도시 설립 이후 끊임없이 혁명과 반식민지 저항이 이어졌고 1781년에는 토착민 반란군들이 6개월 동안 도시를 포위하면서 스페인 정복자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남미에서 최초로 독립전쟁의 불꽃을 당긴 곳이기도 하다. 

 

태평양까지 광물들을 실어날랐다는 우유니 사막의 열차 무덤. 옛날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형해만 남은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사진 = 김현주 교수

텔레페리코 투어


오후에 기운이 좀 돌아와서 시내 탐방에 나선다. 남위 16도, 낮은 고도라면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야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오늘 낮 기온은 최고 16도, 새벽 최저 기온은 1도였다. 적절하게 옷을 맞춰 입는 것에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첫 일정은 이 도시의 명물, 특유의 교통수단인 케이블카(teleferico) 탑승이다. 택시를 타고 레드 라인(Linea Roja) 도심 승강장(Estacion Central)으로 간다. 낡은 택시는 가파른 언덕길을 엔진이 멎을 듯 겨우 올라간다.


도심 승강장을 떠난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높은 벼랑 위에 걸린 상부 승강장에 닿는다. 엘알토 지역이 시작되는 곳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엉성한 벽돌집들이 발아래 끝없이 펼쳐진다. 언덕이란 언덕, 벼랑이란 벼랑에는 아득히 높은 곳까지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사는 곳의 높이가 곧 사회계층?


라파스의 지형은 곧 사회 계층을 반영한다. 낮은 곳에는 도시의 핵심 기능과 함께 가진 자들이 사는 우아한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고 높은 곳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허름한 집들이 널려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고지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낮은 곳 시내로 다니기 편하라고 이 도시 특유의 교통수단인 케이블카가 있다는 점이다. 모두 6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는데 안전하고 깨끗하고 또한 매우 자주 다닌다. 


‘서민의 대통령’ 모랄레스(Evo Morales)의 큰 마음 씀씀이를 과시하려는 듯 그의 얼굴을 담은 포스터를 곳곳에서 본다.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긴 도시 케이블카는 2015년에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간 정거장에서 블루 라인(Linea Azul)으로 갈아타고 엘알토의 고원 지역을 끝없이 가로지른다. 멀리 사방으로 버티고 서있는 설산의 위용이 대단하다. 케이블카로 도시 머나먼 외곽까지 다녀오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고산 햇볕에 그을린 것만 아니라면 우리나라 어디에 있어도 표시가 나지 않을 얼굴들도 많다.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아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소금사막 선인장의 눈길을 잡아끄는 풍경. 사진 = 김현주 교수

마음이 뜨거워지는 저녁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숙소가 있는 산프란시스코 광장까지 걸어서 온다. 지형 특성상 도시는 어느 지점에 있든지 계속 낮은 곳으로 걸어가다 보면 시내 중심에 반드시 닿는다. 교회 앞 광장에는 오늘밤에도 축제가 한창이다. 한 재담꾼의 개그에 관중은 폭소로 응수해준다. 오락이 부족한 이 나라 서민들에게 이만하면 큰 재밋거리인가 보다. 마침 교회에서는 저녁 미사가 열려 참석한다. 교회 내부가 무척 아름답다. 1583년에 최초 건축되었으니 434년 되었다. 감사의 기도를 올리니 마음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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