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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과 2.7조 신사업 손잡은 이유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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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8-589호 정의식⁄ 2018.05.17 09:43:43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초대형 HPC 공동 투자에 나섰다. 사진 =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롯데케미칼과 2조 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이미 지난 2014년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성과를 거둔 두 회사가 이번에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석유화학사업이 높은 성장성을 보이면서 정유회사들이 비정유 사업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IPO(기업공개)를 성공시키려는 현대오일뱅크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선택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2조 7000억 공동투자해 HPC 설비 건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정제능력 기준 국내 4위, 내수시장 점유율 기준 3위인 현대오일뱅크가 정유 전문기업에서 석유화학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5월 9일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중질유석유화학시설) 신설 투자 합의서에 공동 서명했다. 두 회사는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약 2조 7000억 원을 추가 출자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약 50만㎡(15만 평)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설비다. 납사를 사용하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대비 원가가 낮은 것이 강점이다. NCC의 경우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지만, HPC는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면서 납사보다 저렴한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다.

 

특히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3개 정유사만 생산하는 희소가치가 높은 원료다. 경유와 벙커C유 중간 성상의 반제품으로 불순물이 적은 편이라 가동 단계에서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케미칼은 향후 탈황중질유 등 부산물 투입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케미칼 HPC를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는 양사 경영진들. (왼쪽부터)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 =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의 새로운 HPC는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 하반기 공장 설계가 시작된다. 상업가동 이후 생산되는 연간 75만 톤의 폴리에틸렌, 40만 톤의 폴리프로필렌은 대부분 해외에 판매할 예정이다. 연간 3조 8000억 원의 수출로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따라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컬은 LG화학 더욱 누르려는 포석

 

LG화학과 석유화학 1위 자리를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이번 합작으로 사업 다각화를 기대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6620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5527억 원을 기록한 LG화학을 앞질렀다. 2016년,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선두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으로 현대케미칼을 설립한 바 있다.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최초의 합작으로 화제가 된 현대케미칼은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지난해 약 3.4조 원의 매출액과 26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케미칼의 성공 DNA를 공유하고 있다”며 “정유사와 화학사의 장점을 결합하여 국내 최초의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거대 정유기업들 "휘발유 벗어나 석유화학으로"

 

정유기업인 현대오일뱅크가 석유화학 사업에 적극적인 건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EIA가 향후 글로벌 원유 수요를 정유 부문이 아닌 석유화학이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운송 원료에 해당하는 휘발유의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석유화학이 높은 성장성으로 원유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와 미국 정유회사 모티바(Motiva)는 공동으로 석유화학에 투자를 확정짓고, 프랑스 화학기업 토탈(Total)과 에틸렌 150만 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 설립한 현대케미칼 전경. 사진 = 현대오일뱅크

국내에서도 지난 2월 GS칼텍스가 약 2조 원을 투자해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MFC(Mixed Feed Cracker, 혼합유분크래커)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에쓰오일(S-Oil)도 약 4조 8000억 원을 투자한 정유·화학 복합설비(RUC·ODC)를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 사업의 경우 매출 규모에 비해 이익률이 높지 않고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많다”며 “정유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석유화학 중심으로 재편하는 건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지적했다.

 

IPO 성공의 열쇠… 투자사 둘다 ‘윈-윈’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IPO를 추진 중이라는 것도 이번 대규모 합작 투자의 중요한 이유다. 

 

앞서 IPO를 추진하던 SK루브리컨츠의 경우 윤활기유 점유율 1위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윤활기유 매출 비중이 무려 87%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함께, 최근 들어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급증하면서 윤활기유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SK루브리컨츠는 세 번째 상장 시도를 포기해야 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주력은 정유 사업이라 비정유 부문 확대는 IPO 성공의 관건이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현대케미칼,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OCI 등 합작 자회사를 통해 비정유 사업의 비중을 키워왔다. 그 중심은 물론 현대케미칼이며, 이번에 현대케미칼에 거액을 재투자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 지분구조. 자료 = 한국신용평가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이번 합작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2017년 33%에서 2022년 4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비정유 부문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금융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계획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가 약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번 합작 투자가 공개되며 현대오일뱅크는 IPO 성공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투자를 통해 석유제품과 벤젠 등 아로마틱 제품에 이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제품까지 정유 및 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종 건설까지 약 4년과 2.7조 원의 투자비용이 소요되고, 설비 100% 가동 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2조 원과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감가상각비용 등을 고려한 투자비 회수 기간이 최대 5~6년이며 유‧무형 가치까지 감안하면 합작 투자 회사 모두에게 윈-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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