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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뭐가 문제? ①] ‘여객기 1대 늘면 +100명’이 국제기준, 한국은 ‘60명’ 왜

적정인력에 대한 현실적 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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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윤지원⁄ 2018.05.23 08:37:56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인권 보장 및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한항공 오너 집안 ‘갑질’ 사태가 지속되면서 항공업계의 전반적인 승무원 노동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정을 돌볼 새도 없이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쥴, 연차 휴가뿐 아니라 병가도 마음껏 쓰지 못하는 현실, 승무원들이 연달아 과로로 실신하는 문제 등은 이번 갑질 논란 이전부터 들려 왔다. 이러한 뉴스들은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항공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항공업계는 매년 3500명 정도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충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항공사의 적정 채용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승무원 충원 요청, 수년째 공허한 메아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승무원 노동 인권 관련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난 3월 10일엔 자신을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작성한 ‘대한항공의 불법적인 노동력 착취와 인권 침해를 신고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청원 글을 통해 항공사가 매달 인력을 고려하지 않은 빡빡한 비행 스케줄과 대기 스케줄을 제시해 사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지 못할 정도라는 고충과 함께 강도 높은 노동으로 서비스 질 저하와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승무원 충원의 필요성과 사측의 인력 착취를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1월 20일에는 현직 항공사 승무원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작성한 ‘4가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항공 승무원’이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회사가 승무원들의 휴가 신청을 이유 없이 반려하는 경우가 많으며, 비행 스케줄 외 부수적인 업무들이 근무일수에 포함되어야 함에도 개인 오프일에 실시하게 함으로써 휴식권을 박탈해 승객 안전을 저해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밖에도 항공사 승무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약 10여 건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의 청원에 담긴 내용은 비슷한 시기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항공업계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휴가를 신청해도 거절되어 잔여 연차일이 100일이 넘는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실태를 조사한 뒤 시정 조치를 권고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에어부산에서 두 달 사이 네 명 이상의 승무원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뉴스가,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직원이 3일 동안 50시간을 일하고 5시간 잠을 자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이들 각각은 개별 사안처럼 보이지만, 모두 항공업계의 고질적 인력난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항공 승무원들은 그동안 근무 여건 및 인권 문제와 함께 시급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 된 것은 2013년 ‘라면 상무’ 사건과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등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나서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실은 크게 달라지니 않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항공 A380 항공기. (사진 = 대한항공)

신규 항공기 1대에 신규 채용 60명?

 

국내 항공업계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각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 대수 및 직원 수가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증가한다는 것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변수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업계에는 항공기 1대를 신규 도입하면 일자리 100개가 새로 창출된다는 통념이 있다.

 

맹성규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해 말 한 매체 기고문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와 함께 “(지난해) 국적항공사 보유 항공기가 16대 늘면서 1700여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3600여 명이 새로 채용됐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국내 항공업계가 신규로 도입하는 항공기는 50여 대에 달한다. 반납이 예정된 항공기 대수를 감안해도 지난해보다 많다. 그런데 항공업계 전체 신규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3500명 수준이다. 항공기 1대 당 60명 꼴이라 ‘100명/1대’라는 앞의 통념과 크게 어긋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기 1대당 100개의 일자리라는 것은 해당 항공사 직원뿐 아니라 그로부터 주변 산업에 파생되는 다른 일자리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증가로 인해 여객 인원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공항 주변에서 늘어나는 교통 및 편의시설 등에 대한 수요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포함된다는 뜻이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6년 보유 항공기가 1대 늘어나면 해당 저가항공사는 조종사 6팀(1팀=기장 1명, 부기장 1명)과 정비사 11명 이상을 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각 항공사는 이 권고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객실 승무원 수를 산정, 재량껏 인원을 충원한다. 대개 객실 승무원은 조종사에 맞춰 6팀을 충원한다. 그리고 항공기 규모 및 운항 거리에 따라 객실 승무원 한 팀은 6명일 수도 있고 10명 이상일 수도 있지만, 객실 승무원 6명을 1팀으로 계산, 신규 항공기 도입 1대당 60명 정도를 적정 인력으로 산정하고 채용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항공기가 늘어나면 지상 근무자나 기타 사무 관리직의 업무도 늘어나지만, 항공기 대수를 기준으로 계산할 정도로 큰 변화는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올해 국내 항공업계의 신규 채용 인력이 풍족하지는 않아도 적절한 규모라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 관련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 대한항공)

적정 인력 산출에 현실 반영해야

 

그러나 승무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승무원들은 해당 권고 기준은 현장에서 체감하기에 부족한 인원이며, 심지어 그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항공사도 없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항공기가 운항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국토부의 감독이 미흡해 적발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 작성자는 “현재 항공안전법이 규정하는 최소 탑승인원만 태워도 국토부가 운항 허가를 내준다”며 “승무원의 적절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운항이 이뤄지는 건 항공업계의 관행과 국토부의 감독 소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휴가 사용도 여의치 않은 현재의 스케쥴에서 여유 인력도, 휴식도 없는 장시간 운항이 계속될 경우 서비스 질 저하는 물론 승객 안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원 글도 “항공안전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승객 50명 당 승무원 1인이 아닌 승객 30명 당 승무원 1인으로 개정하고, 하루 비행 시간 규정을 최고 16시간에서 더 낮추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항공기 1대 증가에 따른 적정 인력 채용을 신규 채용 인원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조종사 및 승무원의 퇴사 및 이직율이 높기 때문에 신규 채용 규모가 늘어도 전체 인력이 그만큼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조종사 및 승무원 등 인원 증가율이 항공기 보유 대수 증가율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고 그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사측은 이런 점을 고려해 인원 충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항공 조종사 인력의 경우 2014년 148대였던 항공기 대수가 2017년 161대로 8.8% 증가했지만 조종사 수는 오히려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내국인 조종사들이 외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 수가 감소한 예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긴 했으나, 거의 모든 항공사에서 숙련된 내국인 조종사의 이탈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아카데미 과정에 참석하고 있는 제주대학교 학생들이 경기도 부천시 제주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구명복 착용 요령을 실습하고 있다. (사진 = 제주항공)

인력은 안전과 직결

채용해도 충분한 교육 따라야

 

업계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 연봉이 높고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데도 국내 항공사는 조종사 처우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직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시달리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이처럼 숙련된 조종사의 이탈이 지속되면 전반적인 업계의 서비스 질은 물론 안전성과 신뢰도까지 낮아지는 것도 우려해야 할 일이다.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허희영 교수는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 안전 규정 및 국제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반드시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승무원의 최대 비행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해도, 한 차례 장거리 운항으로 그치는 경우와 퀵턴(도착 직후 곧장 다음 운항을 준비하는 것)으로 단거리 운항을 몇 차례 반복하는 경우 사이에는 이착륙 회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의 업무 부담과 피로도가 현저히 다르다”며 “올해 초 저가항공사에서 피로 누적으로 인한 실신 문제가 불거졌던 배경이 그런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항공업계의 인력난은 안전 문제로 이어지므로, 정부에도 큰 부담”이라며 “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충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사는 승무원들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현실을 이해하지만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업계 1위인 만큼 올해 신규 채용 규모도 1000명 이상으로 가장 많이 계획하고 있다. 최근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해 추가 인원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며 “4년 만에 경력직 100명을 채용했으며, 앞으로도 올해 수백 명 대 추가 인원 채용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사의 채용은 단순히 인원수만 늘여서 뽑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전문적이며 안전 문제에 민감한 업무에 적합한 인원을 신중하게 선발하고, 또한 선발된 인원을 충분히 교육하고 숙련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새로 선발한 인원이 교육을 마친 뒤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체감하고 피드백을 수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충원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원 산정이 쉽지 않다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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