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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경영기획실 모두 없앤 한화그룹… 김상조 공정위 예봉 피할까?

문제됐던 한화S&C를 한화시스템으로 합병… 삼성-롯데처럼 경영기획실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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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1호 정의식⁄ 2018.06.04 17:51:23

서울 종로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사진 = 한화그룹

그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공정위의 압박을 받아온 한화그룹이 문제가 된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합병하는 한편 그룹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쇄신 작업에 돌입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할 방침을 밝힌 것. 김상조 공정위의 압박이 재벌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규제, 이젠 “해당 無”

 

지난 5월 31일 한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독립‧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의 경영쇄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먼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해 그간 일감 몰아주기라는 공정위의 지적을 받았던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합병시키고 향후 3형제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은 5월 31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합병법인 ‘한화시스템’이 출범하는 것은 오는 8월 경이 될 예정이다.

 

한화S&C는 지난 2001년 ㈜한화에서 분사한 IT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그룹내 각종 IT서비스를 맡아왔다. 사업의 특성 상 전체 매출의 70%가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발생할 정도로 내부거래 비중이 큰데, 지분 100%를 아들 3형제가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 규제 기준에 저촉되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된 것.

 

이에 공정위의 해결 압박이 거세지자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이 회사를, 지분 100% 보유 투자회사인 H솔루션(존속법인)과 사업회사인 한화S&C로 물적분할하고, 한화S&C 지분의 44.6%는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에게 25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등의 해법을 내놨다.

한화시스템-한화S&C 합병 전과 후 지분 변화. 사진 = 한화그룹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공정위로부터 ‘3형제 -> 한화S&C’로 이어지던 지분 구조를 ‘3형제 -> H솔루션 -> 한화S&C’로 분리해 총수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만 규제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정을 피해가려 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3월 12일 공정위가 서울 장교동의 한화빌딩을 전격 현장조사한 이유다. 당시 조사대상이 된 회사는 한화S&C, H솔루션, 한화,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벨정도 등 6개로 특히 한화S&C와 H솔루션이 핵심이었다.  

 

이번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합병법인 한화시스템의 주주별 예상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2.9%, H솔루션 26.1%, 재무적투자자(스틱컨소시엄) 21.0%가 된다. 이후 H솔루션은 합병법인 보유지분 약 11.6%를 스틱컨소시엄에 매각해 지분율을 약 14.5%로 낮출 예정이다. 스틱컨소시엄의 지분은 약 32.6%로 높아지게 된다. 

 

합병법인에 대한 H솔루션의 지분율이 10% 대로 낮아짐으로써 공정거래법 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취지에 실질적으로 부응하게 되는데 특히 H솔루션은 향후 합병법인에 대한 보유지분 전량을 해소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이 아들 3형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확실히 자유로와지고 싶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화S&C의 IT서비스 역량과 한화시스템의 방위‧전자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공개됐다. 그룹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방산과 IT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BAE시스템스나 레이시온 등 세계 유력 방산기업들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두 회사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에 따른 연간 지배주주순이익 증가분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약 1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스틱컨소시엄과 5년 내 한화시스템 상장 조건도 계약서에 담겨 있어 기존 방산 부문의 가치가 재부각될 기회도 있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전면 도입… 이사회 혁신 추진

 

두 번째로 한화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하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도입해 사외이사 후보 풀을 넓히고 추천 경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의 내부거래위원회를 개편하고, 상생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종전과 달리 앞으로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보다 더 엄격하고 객관적인 심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상생경영위원회 역시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여, 하도급법 관련이나 갑을관계, 기술탈취 등 공정거래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항들을 심의하게 된다.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담당 사외이사 제도도 도입한다.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게 되며 주주들의 의사 전달이나 각종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 롯데 이어 한화도 "해체"

 

이사회 중심 경영을 담보하는 가장 두드러진 조치는 역시 ‘경영기획실 해체’다. 

한화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 및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할 예정이다. 경영기획실의 역할은 각 그룹 이사회가 나눠갖게 된다. 

 

그 외의 그룹 전체 업무를 위한 조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해 각각 그룹 차원의 대외 소통 강화와 준법경영 등을 맡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 브랜드 및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CSR), 대외협력 기능 등을,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거나 관련 업무를 자문·지원하게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 연합뉴스

경영기획실 해체는 최근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롯데그룹의 정책본부 해체 등 국내 주요 그룹이 과거 방식의 ‘총수 측근 보좌 헤드쿼터’를 없애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그간 이런 류의 조직은 그룹 전체의 구심점으로 그룹의 의사결정과 장기 전략 수행 등에 큰 역할을 담당했으나, 특정 법인에 속한 조직이 아니라 법률적 존립 근거가 미비하고, 명확한 책임 소재 없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화가 그룹 대표 기능을 맡고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등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은 SK그룹이 운영 중인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위원회’와 유사한 형태로 받아들여진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영기획실 해체와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및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신설·운영을 통해 각 계열사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 기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계열사는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강화된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책임 경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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