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은유로 해 ‘오늘날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조직돼 있는가?’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심소미 독립 큐레이터가 기획한 ‘건축에 반하여’전이 SeMA 창고에서 6월 24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건축이 함축하는 말부터 시작된다. 심소미 큐레이터는 “건축의 기본은 거주인데 도시, 가족, 경제, 성장, 정치, 권력, 역사, 제도, 문명 등 건축으로부터 구축되는 또 다른 이름들까지 살피면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짚었다. 즉 건축은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사고관을 현실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가 깊다는 것. 그렇기에 “건축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산물이자 역사적 구축물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이를 설명하는 토대로 다양한 저서가 언급된다. 근대 건축이 태동하던 시기 바타이유는 건축을 사회 질서의 부산물이자 두려움의 질서로 우려했지만, 이런 견해는 한참 후에서야 건축적 은유를 형이상학적 메타포로 재해석한 드니 홀리에의 ‘건축에 반하여’, 서구사상의 견고한 구축으로의 의지를 비판한 가라타니 고진의 ‘은유로서의 건축’과 같은 저서를 통해 주목받는다.
심 큐레이터는 “비판적 사유가 대두된 60~70년대는 현대건축이 유형학적으로 확립된 시기로, 도시 개발과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던 때”라며 “반건축적 견해는 당대의 지배적인 질서에 대한 저항이자 공격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효한 논제이자 숙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늘날 건축과 관련한 문제를 건축의 주변에서부터 검토하면서 동시대 건축이 은유하는 질서, 체계, 시스템으로부터 미시적 주체들이 처한 사태와 이를 맞서는 수행 방식을 다룬다. 이에 대한 탐색은 국내외 작가 8팀에 의해 신체, 도시, 무의식, 페미니즘, 가상, 죽음 등 복수적 경로로부터 접근된다.
▲공공장소의 벽에 맞서 홀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기록한 줄리앙 코와네 ▲젠더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항 하는 스라 폴라로이스카 ▲불완전한 건축에 맞서는 가상의 건축 세계를 다룬 안성석의 작업에서는 건축과 인간 사이에서의 불협화음이 고찰된다.
▲고층 건물에서의 투척과 투신 사건을 구조화한 정운의 작업 ▲폐허의 현장에서 발견된 생명력을 시적 영상으로 담은 우치유 ▲대만 타이난에서 예술 공동체와 사회적 개입을 도모한 포토아우라의 작업은 건축과 관련한 시대상과 사회적 문제를 거론한다. 더불어 ▲일본 안무가 나쓰코 데즈카는 관람객의 지시에 반응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신체에 각인된 표현 불가능한 역을 움직임으로 다룬다.
심 큐레이터는 “작가 8명의 작업에 담긴 비체, 이상 행동, 폐허, 쓰레기와 주변화된 것에 대한 성찰은 세계가 어떻게 조직돼 있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반(反)건축적 응답이다. 결론적으로 이 전시에 건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신 건축으로부터 주변화된 존재와 파생된 사태를 또 다른 구축적 조건으로 제시해, 견고한 건축에 가려진 세계의 허와 실에 다가가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건축의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의지를 되묻고, 오늘날 건축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는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전시 연계 행사가 함께 열린다. 6월 16일 강정석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메트로아방가르드: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의 예술과 도시론’을 주제로 강연한다. 6월 22~23일엔 참여 작가인 나쓰코 데즈카가 ‘사적 해부실험-3 요구 버전’ 퍼포먼스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