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레이스가 여성의 몸에 대한 서사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이피 작가의 개인전 ‘피미니즘 프노시즘(Fiminism Fnosticism)’을 다음달 7일까지 연다.
전시명은 작가의 이름인 이피(Lee Fi Jae)의 ‘피(Fi)’와 ‘페미니즘(Feminism)’, ‘그노시즘(Gnosticism, 영지주의)’울 연결해 작가가 만든 조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생각은 작가의 작품에서 이전부터 계속돼 온 화두로, 이번 전시는 페인팅, 드로잉, 조각을 포함한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늘 남성들만 참여해 제한을 받았던 여성만을 위한 제사 및 제단을 설치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제단을 만든 이유는 지난 사건들을 마음으로 품고 모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나의 제단은 불교식, 힌두식, 서양 종교식도 아닌 나만의 그노시스를 품고 있다. 페미니즘이 미술과 결합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그 제단(작품) 위에 여성성과 존재에 대한 인식, 비밀스러움 등을 간직한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신작 ‘모든 종교의 천사’ ‘내 몸을 바꾸기 위한 신체 진열대’ ‘난 자의 난자’가 눈길을 끈다.
‘모든 종교의 천사’는 서양 회화에 등장하는 천사를 고려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해 그린 작품이다. 특히 천사의 위치가 눈길을 끈다. 작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단화엔 신이 가운데 좌정하고, 천사는 위나 뒤로 밀린다. 그와 반대로 나는 천사를 가운데 배치하고, 동서양의 신들은 천사 날개의 품에, 폭탄과 화살들을 사방에 배치했다”며 “천사는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명사와 다른 품사들 사이의 조사나 전치사처럼 사이에 사는 메신저다. ‘모든 종교의 천사’에서는 주객과 색채, 내용을 모두 전도시켰다”고 설명했다.
‘내 몸을 바꾸기 위한 신체 진열대’는 ‘여성의 몸을 벗고 입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작가는 “병풍 8쪽에 몸 8개를 걸어놓고 날마다 바꿔 입는 상상을 했다. 누가 나를 다치게 하면 또 다른 몸을 입으며 마치 한 생 안에서 윤회를 거듭하는 상상을 했다”고 밝혔다.
‘난 자의 난자’는 3폭의 그림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가운데 여성의 몸이 있고, 양쪽에 그 여성의 알들이 배치됐다. 작가는 “여성의 ‘알’ 속엔 여성이 키우지 못한 무수한 생명들이 들어 있다”며 “여성의 몸에 가해진 시선들, 금들, 억울한 누명들, 폭력들, 폭언들과 마음을 다치게 하는 무수한 차별들이 여성으로 하여금 제 알의 보따리들을 열어보지도 못하게 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떠나보낸 무수한 알들을 여자인 나의제단에 평등하게 배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문예슬 큐레이터는 “이피의 작품은 하나의 전체로써의 완결성과 다양함을 지니고 있으며 부분으로써는 몇 백, 수천 개의 작품들이다. 각 부분을 들여다보면 다사다난한 사건과 인물들과의 관계와 사회구조 또한 얽히고 설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며 “다년간 불화를 배우면서 작가는 고려 불화의 선과 색채를 사용해 개인적인 상상의 내러티브들을 담았다. 금빛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지듯 작품이 보다 조형적으로 탄탄하게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에서 이피가 소환하는 상상의 세계는 드로잉으로 시작돼 페인팅과 조각까지 다양하게 변주된다”며 “이피의 독특한 예술관, 예술세계로 들어가, 작가가 스스로를 위해 만든 제단(작품)에서 그가 선사하는 세례를 받는 경험을 해보고, 앞으로의 그의 세계에 대한 여정을 탐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