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관장 이지호)은 7월 13일~9월 30일 고암 이응노 도불 60주년 기념 국제전 ‘이응노, 낯선 귀향’을 연다.
지난해 이응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에서의 기증전을 비롯해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의 ‘군상의 남자’전 등에 전시됐다. 세르누쉬 미술관과는 2013년 업무협약을 체결해 활발히 교류해 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세르누쉬 미술관 전시 기획자인 마엘 벨렉을 초청해 프랑스인의 관점에서 본 이응노의 예술세계를 해석하는 자리다. 또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적 없었던 프랑스 세르누쉬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의 이응노 소장 작품 29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이응노가 작가로서의 여정에서 발견한 복합적 시각 어휘들(니홍가, 한국 민속 예술, 전통적 문인화, 서양의 동시대 미술, 라틴 아메리카 미술, 서예 등)로부터 길러 올린 영감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본다. 그 다음 섹션은 이응노가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 당대 새로운 화풍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파리 앵포르멜 화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까지 그가 서양의 미술과 조우한 방식을 되짚어본다.
세 번째 섹션은 이응노가 서양미술계에 온전히 몸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통적인 동양미술가로 인식된 까닭을 탐색해본다. 이응노는 1967년 세브르 국립도자기제작소와 첫 공동 작업을 하면서 프랑스의 공식적 예술계에 통합되기 시작한 반면, 남한에서는 투옥되기에 이른다. 1969년 석방됐으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남한 정치권력과는 갈등적 관계가 지속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한의 감금에서 풀려나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여러 프랑스 기관들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다. 네 번째 섹션은 이응노에 대한 프랑스와 남한에서의 상반된 인식을 극명하게 대조해 보여준다.
1977년부터 남한에서의 활동이 금지되자 이응노는 1983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창작된 작품들은 고국 남한에서 이응노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섹션은 1980년대 창작된 작품들에 드러나는 특성들인 1950년대 다루던 주제들과 기법들의 재등장, 광주 학살 이후 의도적으로 표현된 정치적 메시지를 고찰해본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이응노미술관은 매 전시마다 이응노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푸른 눈의 외국인, 학예연구사 마엘 벨렉이 바라보는 이응노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와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