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울갤러리가 막사발 작가 김용문과 평론가이자 작가인 윤진섭의 도판화 2인전을 7월 11~20일 연다. 이번 전시 제목은 ‘소요유(逍遙遊)’이다. ‘장자’에 수록된 소요유는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노닐 듯 살아감’을 뜻한다. 홍익대 75학번 미대 동기인 두 사람은 오랜 인연과 우정을 이어 온 친구 사이로 이번에는 도판화 전시로 함께한다.
도판화는 도자기 점토판에 그림을 그려 구워낸 작품이다. 도자기 타일에 바른 유약이 마르기 전 순간적인 상상력과 영감으로 형과 색을 표현하는 감각적인 장르다. 도판화는 초벌 도판에 갖가지 유약과 안료를 붓으로 도판에 그리는 것, 성형한 점토판에 조각칼로 제작하는 도각 기법, 도화용 연필로 스케치를 하는 것, 초벌 도판에 유약을 덧바른 후에 지두문(指頭紋)을 그리는 방법 등 다양한 현대 기법을 활용한다. 일종의 도자 예술인 도판화는 캔버스화와 달리 도판을 가마에 구워 완성시키며 열과 불의 과정을 통과해 완성된다.
김용문 작가는 특유의 지두문화법으로 제작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산과 나무 등 자연 속 이미지를 명상과 사색 속 어느 순간에 손가락으로 그려낸다. 또한 도판화와 함께 출품한 먹그림들에도 산과 나무들이 담겼다. 시작도 끝도 없이 밤하늘의 드라마를 써대는 우주의 별똥별처럼 한지에 까만 먹으로 명상하듯, 관조하듯 뭉텅뭉텅 드리운 점이 특징이다.
윤진섭 작가의 도판화는 추상적이며, 원색적이며, 단색화적이다. 그가 펼치는 색과 선에 관한 무한 단상은 그가 40년 가까이 진행해 온 무의식적 퍼포먼스와 무관하지 않다. 도달하기 힘든 미지의 우주 세계, 비현실적인 정신세계의 울림을 단순하고 해학적인 그림으로 풀어낸다. 집착과 욕망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원초적인 그림들, 그것이 장자의 소요유와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