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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CJ대한통운 부회장 된 박근희 전 삼성생명 고문… 인생 2막 ‘리스타트’

‘샐러리맨 신화’ 삼성맨의 CJ 이적… 이재현‧이재용 화해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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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1호 정의식⁄ 2018.08.14 16:11:16

2013년 5월 삼성그룹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서'에서 강연하는 박근희 당시 삼성생명 부회장. 사진 = 삼성생명

상고와 지방대를 졸업한 ‘흙수저’였지만 샐러리맨 최고 위치인 ‘부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로 불린 박근희 삼성생명 고문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돼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CJ그룹 전체의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중임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박 부회장의 이례적인 ‘이적’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교감설이 제기된다. ‘격의없는 소통’과 ‘현장 경영’을 장조해온 박 부회장이 CJ그룹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도 관심사다.

 

흙수저 신화 쓴 삼성맨의 인생 1막

 

지난 2015년 12월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은 38년 간의 삼성 생활을 마무리하고 상담역(고문)을 맡으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상고 출신 샐러리맨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다양한 업적을 쌓으며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박 부회장의 화려한 은퇴에 업계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올해 8월 박 부회장은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일 CJ는 삼성생명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박근희(65) 삼성생명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의 인생 2막이 CJ에서 다시 시작된 셈이다.

 

박 부회장은 1953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가정환경 탓에 그는 대학 진학보다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이 가능했던 상고 진학을 선택, 청주상고에 입학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대학 입시에 도전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고, 결국 청주대 상학과 입학에 성공했다. 

 

이후 1978년 공채 19기로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함께 한 그의 인생 1막이 시작됐다. 삼성전관에서 그는 경리 전문가로 성장했고, 1987년에는 삼성그룹의 핵심 ‘비서실’에서 재무관리 업무를 맡았다.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 사진 = 삼성생명 

1995년 임원(경영기획실장/이사)으로 승진하며 삼성전관에 복귀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는 그룹 비서실로 다시 돌아가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전무, 부사장)으로 그룹 전반의 감사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2002년 삼성카드 정기감사 후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확장 중단’을 건의해 곧이어 터진 ‘카드사태’에서 피해를 줄인 건 박 부회장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2004년 그는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 사장을 연이어 맡으며 두 회사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5년엔 삼성 중국본사 사장에 임명돼 2010년까지 중국 내 삼성 사업을 주도했다. 2011년에는 삼성생명 사장을 맡아 전국의 지사를 누비며 공격적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2013년 그는 삼성생명 부회장에 승진하며 절정기를 구가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부회장 직은 샐러리맨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2013년 12월 삼성사회봉사단 및 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을 맡으며 사회봉사활동에 집중하다 2015년 12월 상담역을 맡으며 현장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대외활동 담당 이채욱‧손경식 공백 메워라"

 

‘은퇴한 전문경영자’가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건 CJ그룹이 중량감있는 리더를 필요로 한 때문이다. CJ 측은 박 부회장이 맡을 업무에 대해 “삼성에서 쌓아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간 CJ그룹의 대외활동을 총괄해온 건 이채욱 CJ그룹 부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이채욱 부회장은 박 부회장과 쌍벽을 이루는 ‘삼성 출신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이재현 회장이 구속수감 중이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CJ 비상경영체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올해 3월경 이 부회장은 건강 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의 대외활동을 담당하던 이채욱 CJ 부회장(왼쪽)과 손경식 CJ 회장(현 경총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 이 회장 부재시 그룹을 이끌었던 손경식 회장 역시 올해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업무에서 한 발 물러나자, CJ그룹은 대외활동을 이끌 ‘중량급 리더’가 부재한 상황이 됐다. 이에 이재현 회장이 ‘검증된 대외활동 전문가’ 박근희 부회장에게 접근, CJ의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중임을 맡겼다는 것.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CJ대한통운 관련 업무보다는 그룹의 대외업무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채욱 부회장 역시 CJ대한통운 부회장을 역임하다 CJ그룹 부회장을 맡았는데, 박 부회장 역시 조만간 CJ그룹 부회장 직을 맡게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선대 앙금은 옛말… 이재현-이재용, 손 잡았나?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박 부회장의 인선을 두고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종의 교감을 사전에 나눈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최고경영자 출신의 CJ 이적’이라는 흔치않은 인선이 과연 두 총수의 합의 없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 추론이다. 

 

원래 CJ와 삼성은 범삼성가의 일원으로, 이재현 CJ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촌 간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제일제당을 중심으로 CJ그룹을 설립했고, 3남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았으나, 이후 승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2012년 이맹희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4조 원대 상속재산 분할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송은 1‧2심 모두 이맹희 회장이 패소하고, 2015년 이맹희 회장이 타계하면서 마무리됐다. 

 

소송과 다툼이 끝없이 이어지며 삼성과 CJ는 극한 대립을 이어갔고, 이 기간 동안 최고위직 임원이 두 회사를 오가는 일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소속 기업의 고급 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최고위직 임원이 상대 기업으로 옮길 경우 일방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재현 CJ 회장. 사진 = 연합뉴스

다행히 양사의 관계는 지난 2014년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범삼성가 구성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풀릴 기미를 보였다. 이후 2015년 이맹희 회장이 타계했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상주인 이재현 회장을 찾아 위로하면서 선대와 달리 3세 간에는 이미 화해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와 관련해 CJ 관계자는 “(박근희 부회장의 영입과 관련해) 두 그룹의 수뇌부가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과거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에 갈등 탓에 그룹 간에도 조심스러운 기류가 있었지만 현재 수뇌부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재계는 박 부회장의 영입을 계기로 CJ와 삼성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CJ와 삼성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 두 그룹의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문화와 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두 기업이 협력할 경우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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