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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편의점 출점 제한 논란, 해법 있나?… 규제냐 완화냐, 공정위도 골치 

편의점협회 자율규약 심사 요청에 후발 기업 역차별 가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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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3호 정의식⁄ 2018.08.29 16:46:27

지난해 7월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한 건물 1,2층에 두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서 논란이 됐다. 나중에 입주한 세븐일레븐 점주가 폐점을 결정하면서 논란은 마무리됐다. 사진 = 연합뉴스

편의점업계의 요청에 따라 정부의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방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의 유권해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공정위는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안을 일종의 ‘카르텔’로 간주하고 폐기했지만, 이후 편의점업계가 과다출점으로 논란을 겪으며 다시금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다만 규제가 적용되면 이마트24 등 후발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로서도 신통한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편의점협회, 과거 자율규약 다시 꺼내다

 

지난 7월 2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근접 출점 자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규약안을 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1994년 ‘브랜드와 상관없이 80m 이내의 출점을 금지’하는 내용의 편의점업계 자율규약을 제정해 약 6년 간 시행한 바 있으나, 2000년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위반’으로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다. 기존 업체들 위주의 출점 제한 규정이 자칫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공정위의 조치에 따라 폐기된 이 규약을 업계가 다시 꺼내든 건 근래 편의점업계가 맞닥뜨린 위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협은 과도한 경쟁이다. 과거 2012년 약 2만 5000개 수준이었던 편의점은 2018년 현재 약 4만 1000여 개로 늘었다. 한 블록에 한 점포만 영업하던 시대에서 두세 점포가 경쟁하는 시대로 바뀌고, 심지어 한 건물에 서로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 두 곳 이상이 들어서는 상황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는 ‘250m 이내에 (동일 브랜드의) 새로운 점포를 내지 않는다’는 개별 브랜드의 자율규정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규정조차 서울 도심 같은 밀집지역에만 적용되고, 지방 소도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서로 다른 브랜드끼리는 마구잡이로 근접출점이 가능하게 돼 현재의 과당‧출혈 경쟁 상황이 도래했다는 주장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 증가 현황. 자료 =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두 번째 위협은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세다. 지난 2010년의 최저임금은 4110원이었으나 지난달 결정된 내년도(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약 10년 사이에 2배로 상승한 셈이다. 최저임금제는 사용자측과 노동자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여서 적절한 최저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입장이 다르지만, 최저임금의 빠른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이 소상공인들, 그 중에서도 편의점 업주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낮은 수익률과 과도한 노동시간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편의점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상승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편의점업계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편의점주들은 각 편의점 가맹본부에 “브랜드가 달라도 기존 편의점 인근에 신규 출점을 못하도록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주요 편의점 브랜드가 가맹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이를 공정위에 제안하기에 이른 것이다.

 

업계‧정부 공감대 형성… 공정위 판단이 관건

 

최저임금 확정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2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편의점 과당 출점 경쟁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 이 방안에는 점포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업체들이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심사를 요청하면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공정위로 쏠리고 있다. 공정위의 판단 여하에 따라 규제 도입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공정위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정한 경쟁 환경’이 중요한 화두였지만, 현재는 업계 전체의 생존권이 걸린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업계의 상황을 감안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시장도 사회 분위기도 과거와 많이 바뀌었다”며 공정위가 과거와 다른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공정위도 근접 출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거리를 명시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편의점협회 측은 과거와 같은 ‘80m 이내 근접출점 금지’를 요청하고 있지만, 공정위 측이 “그건 너무 강한 형태”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는 것. 자칫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후발주자 ‘역차별’ 논란에 깊어가는 공정위 고민

 

또 하나의 변수는 편의점업계의 의사가 하나로 통일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마트24 같은 후발주자의 경우 출점거리 제한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는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사가 가입돼 있다. 이 중 CU, GS25, 세븐일레븐 3사는 ‘빅3’로 구분된다. 이들 기업의 점포 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88%에 달한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편의점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빅3로서는 출점제한 규제가 도입되는 것이 현상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빅3가 아닌 후발주자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더 점포를 늘려서 몸집을 키워야 하는데 출점제한 규제가 생긴다면 사업 확장의 길이 막힐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점포 수 증대에 나선 이마트24의 경우 편의점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비회원사라 자율규약이 도입된다 해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마트24. 사진 = 연합뉴스

이마트24의 점포수는 7월말 기준 약 3300여 개인데, 오는 2020년까지 6000개 매장을 출점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반면, 업계 1‧2위인 CU와 GS25는 각각 1만 2000여 개이며, 3위 세븐일레븐도 약 9500여 개다. 이마트24와 빅3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구도다. 

 

앞서 편의점협회는 “공정위에서 자율규약안에 대한 심사가 완료되면 비회원사인 이마트24 등에도 브랜드간 근접출점 자율규약 실행에 동참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24로서는 공정위가 이를 허용할 경우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가맹사업법을 일부 개정해 근접출점 제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공정위가 이와 관련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은 동안 과다출점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기 때문에 아예 법적 근거를 만들어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에 공정위가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을 허용한다해도 검찰이 사후에 ‘부당 공동행위’라며 고발할 수 있다는 얘기가 거론된다. 이같은 상황을 막으려면 국회가 시장상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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