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꽃, 숲’전을 MMCA 서울, 미술관 마당과 5전시실에서 9월 5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연다.
최정화 작가는 플라스틱 바구니, 돼지저금통, 빗자루, 풍선 등 일상에서 소비되는 흔하고 저렴한 소재 혹은 버려진 소모품을 활용해 다채로운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비재를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업방식은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급속한 경제성장이 빚어낸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을 은유한다.
작가는 ‘뮤지엄’(1987)전을 비롯해 ‘썬데이서울’(1990), ‘쑈쑈쑈’(1992) 등 단체전을 구성하는 한편, 1980년대 후반 이후 ‘올로올로’(1990), ‘스페이스 오존’(1991), ‘살바’(1996)와 같이 먹거리, 음악, 전시, 공연, 세미나가 어우러지는 젊은 세대의 공간도 디자인했다. 1990년대 역동적으로 변모한 한국 소비문화의 중심에서 클럽문화, 대중문화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옴으로써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관계를 긴밀하게 엮어왔다.
‘꽃, 숲’(Blooming Matrix)을 부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민들레’, ‘꽃, 숲’, ‘어린 꽃’, ‘꽃의 향연’ 등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의 대표적인 재료라고 여겨왔던 플라스틱을 넘어서 나무, 철재, 천으로 확장된 사물의 물질성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꽃, 숲’은 작가가 각지에서 수집해온 물건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작가는 밝음과 어두움이 대비하는 공간 속 수직으로 세워진 146개의 꽃탑이 가득한 숲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뒤섞고, 하늘과 땅을 이어 전시실을 침묵과 기억의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신작 ‘민들레’는 참여형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지난 3월부터 서울, 부산, 대구를 돌며 시민들이 기증한 생활용품을 수집하고, 예술작품을 함께 제작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 ‘모이자 모으자’(Gather Together)를 진행했다. 그 결과로 가정에서 용도를 다한 약 7000여개의 식기가 모여 높이 9m, 무게 3.8t의 거대한 작품 ‘민(民)들(土)레(來)’가 탄생했다. ‘민들레’를 이루는 하나하나의 냄비, 식기는 가정에서 용도를 다한 대량소비재가 관람객 참여로 작품의 재료로 활용된 것으로 관람객과 현대미술작품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5전시실에 마련된 ‘어린 꽃’은 금빛, 은빛의 화려한 유아용 플라스틱 왕관을 활용한 작품으로 눈부신 거울면 위에 설치돼 7m를 힘겹게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끝내 오르지 못하는 이 왕관을 통해 세월호 침몰로 희생당한 어린 생명을 추모한다. 반짝이는 미러 시트 위에 놓인 왕관은 작가가 어린 생명에게 씌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한 소재로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은 추모의 의미가 다른 일체의 언급이나 수사대신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재현된다.
이와 함께 밥상탑, 밥공기로 만들어진 ‘꽃의 향연’, 무쇠솥, 항아리 등으로 만들어진 ‘알케미’, 빨래판으로 이루어진 ‘늙은 꽃’ 그리고 화려한 색채로 쌓여진 ‘세기의 선물’에는 물건의 수집과 축적, 시간이 쌓인 재료 사용 등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을 담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일상과 예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회는 최정화 작가의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친숙한 소재로 관람객과 폭넓게 소통하는 한편 한국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중 가족과 어린이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시연계 교육프로그램 워크샵 ‘꽃, 숲, 꽃’, 그리고 작가와 함께하는 치매노인대상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작가의 ‘예술’과 쉐프의 ‘요리’ 만남을 콘셉트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의 제휴 프로모션인 ‘최정화 아터눈티 뷔페’를 그랜드 하얏트 서울 로비 라운지 갤러리에서 9월 7~30일 진행한다. 본 전시와 연계해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마카롱, 무스 케이크, 쿠키와 같이 다채로운 디저트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