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갤러리는 10월 20일까지 이정배 작가의 개인전 ‘각진 직선(Angled Straight)’을 연다. 동양화의 관점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들을 고찰해 온 작가는 인간의 필요와 욕망에 따라 재단되고 사유화돼 온 자연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 왔다. 2016년 피비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잠식’을 통해 선보였던 ‘부분이 된 전체’ 시리즈는 우리의 일상 터전에서 마주하는 도심의 풍경 속에서 드러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원형에 좀 더 접근하는 조형적 시도를 보여준다. 크게 ‘토르소’, ‘공원’, ‘다각형’으로 명명한 3가지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토르소 작업은 자연의 몸통, 그 부분 중의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자연은 자연처럼 보이기보다는 각지고 도형적이며, 그 단면이 다듬어진 조각처럼 보인다. 이전 전시에서 수평적 관점에서 채집된 자연의 조각은, 다시 수직의 시점에서 분절돼 축 방향의 종단면으로 나타난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를 통해 작가는 작품에 대한 시각을 좀 더 고도화 한다.
공원 작업에서는 작가가 세계의 대도시를 여행하면서 발견한 사각형, 혹은 다각형으로 이뤄진 공원이 평평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작가는 사각형과 직선이 도시를 경제적으로 구획하고, 또 원활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봤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도심 속에서 통제돼 반듯하게 구획 지어진 공원을 모양 그대로 드러낸다.
다각형 작업은 도시에서 존재하는 자연의 모양을 평평하게 만들어 퍼즐을 맞추듯이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작업들은 ‘공원’ 작업에서 파생됐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나 대도시의 여러 공원들의 모습을 오린 뒤 다시 배치했을 때 사각형 혹은 다각형인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인공의 형식에 갇힌 자연을 불러온다.
피비갤러리 측은 “작가는 지금껏 설치, 사진과 같은 매체로 자연이 보이는 형식을 ‘산수’라는 개념을 통해 시각화해 왔다”며 “회화의 관점에서 시작해 조각과도 같은 오브제의 형식으로 자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심화해 오고 있는 작가는 2년만의 이번 개인전에서 작업의 시작이 돼 온 의미 해석에서 한발 물러나 ‘비(非)의미적인 것’들이 소환된 듯 대상에 미적인 요소들을 환기시키며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차원을 확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