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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타요” 카카오 카풀 흥행 vs “죽어나요” 택시기사 파업

카카오와 택시업계 첨예한 대립에 국민 찬반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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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김수식⁄ 2018.10.24 11:40:59

'카카오 T 카풀' 앱 출시 이후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공유경제 시대에 발맞춰 카카오가 내놓은 카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택시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사회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택시업계는 택시 운행을 24시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서며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여론은 대체로 카카오 카풀 사업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에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생존권 지키려 거리로 나선 택시업계

 

10월 15일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T 카풀 크루’를 출시했다. 카풀은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차에 함께 타고 이동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때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바로 카카오 T 카풀 앱이다. 카카오는 올해 2월 카풀 중계 서비스 업체인 ‘럭시’를 252억 원에 인수하면서 택시와 대리운전에 이어 카풀로 이어지는 교통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전부터 카카오의 교통 사업을 주시하던 택시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가 모인 ‘불법 카풀 관련 택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월 18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열고 “카카오는 법망을 피해 일반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만여 명이 참여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T 카풀 앱을 ‘유사 택시 영업’으로 본다. 택시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택시업계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공유경제라는 미명 하에 30만 택시 종사자와 100만 택시 가족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 추진을 강력 규탄한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업체를 인수,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면서 택시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18일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택시업계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로 돈을 받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자가용 자동차도 운송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24시간 카풀 서비스가 가능한 셈이다. 택시업계가 거리로 나선 가장 큰 이유다.

 

택시업 “자가용 택시 변질” vs 카카오 “기술적 솔루션 가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조 위원장은 “카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직장이나 사는 동네가 같아 연결되는 부분은 인정한다”며 “그런데 카풀 앱을 이용한다는 것은 영업을 한다는 것과 같다고 본다. 국토부가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카풀이 가능한 출퇴근 시간대를 특정하는 대신 횟수를 출근 1회, 퇴근 1회 등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내용안을 검토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대로 실패했다.

 

구 위원장은 “국토부가 내놓은 중재안은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 카풀 앱 사업자를 압수수색했는데 상당히 많은 운영 건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대로라면 기존 택시 산업 종사자들, 즉 법인과 개인이 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자가용 카풀의 부작용이 늘어나자 뒤늦게 규제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을 포함한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은 면허가 없는 운전자의 카풀 영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사법재판소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서비스 업체가 아닌 운수 업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카카오 측은 카풀이 출퇴근 시간대 택시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라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 측은 "카풀이 결국 택시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T 카풀' 앱의 다운로드 화면. 사진 = 연합뉴스

최바다 카카오모빌리티 신사업팀장은 "내부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여론이 지적하는 문제점들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이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우리도 택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 산업에 피해가 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카풀 앱의 목적은 명확하다. 기존 대중교통 구조의 한계 때문에 특정 출퇴근 또는 심야 시간에 이용할 수 없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 순간에 이동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기업이 말하면 신뢰가 안 가겠지만 우리는 카카오택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잘 알고, 나아가 자가용 택시처럼 변질되는 것을 막을 기술적인 솔루션의 적용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민 찬성 여론 더 높지만 앞날은 ‘미지수’

 

택시업계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승차 거부, 난폭 운전, 성희롱, 택시 내 흡연 등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들이 다시 터졌다. 평소 업무상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H씨(34·여)는 “서비스 등에 대한 개선은 생각하지 않고 요금만 올리려는 택시업계가 근본적인 해결은커녕 파업부터 하는 게 못마땅하다”며 “차라리 저렴한 비용으로 카풀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지만 민심을 잡기는 이미 늦은 듯하다. 전반적인 국민 여론은 카풀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6.0%로 집계됐다. ‘택시 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카카오 카풀앱 서비스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 결과. 자료 = 리얼미터

물론 반대 의견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반대 쪽에 선 국민들은 안전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현재 택시 운전자들은 면허 취득 단계는 물론 입사 후에도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범죄 경력을 조회한다. 하지만 카풀 업체들은 운전자들의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실제로 범죄가 일어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을 이용한 20대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디디추싱을 이용한 범죄 사례는 현재까지 3건에 이른다.

 

사고 시 운전자의 자동차 보험 문제도 있다. 택시는 사업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카풀 서비스 차량은 사업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생기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해법은 운전자를 모집할 때 보상 범위가 넓은 ‘대인배상Ⅱ’에 가입된 사람만 받는 것이다. 대인배상Ⅱ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타인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손해보상금액이 대인배상Ⅰ 담보의 손해보상 범위를 넘어설 경우 이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인배상Ⅱ 역시 사업용 차량을 위한 것은 아니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지만, 택시업계의 반대가 워낙 완강해 서비스가 과연 시작될 수 있을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찬성과 반대의 근거가 천차만별이라 근시일 내에 이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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