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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英왕실 밀크’로 똑똑…‘그냥 우유’ 가고 ‘고급 우유’ 뜬다?

카페에서만 판매 중…“반응 좋아 판매처 넓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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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2호 옥송이⁄ 2018.10.31 09:43:28

서울우유의 디저트 카페 '밀크홀 1937'에서 판매중인 '저지 우유'와 '저지 아이스크림'. 사진 = 서울우유 

 

최근 저출산 등의 여파로 인해 우유 소비량은 매해 감소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우유 시장은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우유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유기농·무항생제·저지방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사의 흰 우유를 브랜드화하고 프리미엄 우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서울우유의 ‘저지(Jersey) 우유’다. 기존 젖소에서 벗어나 영국산 ‘저지’ 젖소(cow)에서 받아낸 우유로 차별화했다. 서울우유의 저지 우유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우유 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저지 우유’,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리 잡을까 

 

지난 6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특별한 우유를 출시했다. 이른바 ‘저지 우유(Jersey Milk)’다. 서울우유 청정 목장에서 한정 생산 및 별도로 집유한 국내 최초의 저지 우유를 서울우유의 디저트카페인 ‘밀크홀 1937’에서 선보인 것. 

 

‘저지’는 소의 한 품종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흰색·검정색의 얼룩 점박이 젖소 홀스타인이 아닌 갈색 털을 가진 영국 소다. 영국에서 왕실 전용 우유를 만들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젖소라 저지 우유는 ‘로열 밀크(Royal Milk)’라고도 불린다. 저지 우유는 일반 젖소의 우유에 비해 유량이 훨씬 적지만 유고형분 함량이 높다. 

 

저지 소(Jersey cow). 사진 = 서울우유 

 

하지만 저지 우유는 압도적인 생산성을 가진 홀스타인에 밀려 대중적인 우유 시장에서는 외면 받아왔다. 농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최근 서울우유가 저지 우유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기호와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저지는 유기농 축산 환경에 적합한 품종이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맞다. 소가 내뿜는 탄소 양 역시 현저히 적다. 즉, 친환경·고품질의 색다른 우유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저지 우유와 저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우유의 밀크홀 1937 매장은 개점 이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SNS에서도 저지 우유와 관련된 인증샷과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앞으로 저지 소의 두수를 늘리고, 밀크홀 1937의 매장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밀크홀 1937'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사진 = 인스타그램

 

우유회사들, 왜 프리미엄 우유에 집중하나 

 

서울우유 외에도 많은 우유 회사들이 프리미엄 우유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기농 우유’ 열풍이 대표적이다. 반면 평범한 ‘흰 우유’는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우유 업계의 판매 1등 공신은 ‘흰 우유’였지만 최근 소비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지난 2000년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연간 30.8㎏였지만 2016년엔 27㎏로 줄었다. 치즈, 버터, 가공우유 등의 가공유제품의 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난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제품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280만 톤에서 2016년 390만 톤으로 크게 늘었다. 

 

기존 흰 우유(왼쪽)와 가공 유제품. 사진 = 남양유업 

 

이 때문에 우유 업계는 천편일률적인 흰 우유가 아닌 ‘프리미엄 흰 우유’로 판매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우유의 생산량이 지난 2011년 2만 8306톤에서 2016년 8만 470톤으로 3배가량 증가한 것이 일례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 소비량은 감소세지만, 유기농 우유 등의 프리미엄 우유 시장은 성장 추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유기농 우유가 프리미엄 우유의 ‘효시’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우유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유기농 우유’는 이미 프리미엄 우유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유기농 우유는 충분한 축사 면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농약과 항생제 없는 농산물을 먹고 자란 소에서 생산한 우유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대표적 기업은 매일유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락토프리(유당을 제거해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우유) 제품인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선보인 이후 지난 2008년에는 국내 최초 유기농 우유인 ‘상하목장’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 되는 우유'는 락토프리 제품이다. 사진 = 매일유업

 

‘소화가 잘 되는 우유’는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하목장’ 역시 출시 이후 지속적인 판매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기농 우유 시장의 85%를 점유했던 상하목장은 올해 역시 81%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유기농 우유 시장을 이끌고 있다. 

 

남양유업 역시 지난해 ‘옳은 유기농 우유’를 출시하며 유기농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일반 유기농 원유가 20가지 검사를 받는 데 비해 ‘옳은 유기농 우유’에 사용된 아인슈타인 유기농 원유는 36가지 자체 검사를 받는다는 점을 남양유업은 강조한다. 

 

2006년부터 유기농 우유를 내놓은 롯데푸드의 파스퇴르는 지난 9월 저온살균 유기농 우유 ‘바른목장’을 출시했다. 바른목장은 국내 유기농 인증은 물론 국제 유기농 인증 기준 통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저온살균으로 칼슘 손상을 최소화하고, 하루 3000개 한정 생산된 우유를 가정으로 배달한다는 점 역시 파스퇴르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파스퇴르는 바른목장의 성장을 통해 유기농 우유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엄 우유 시장으로 ‘판매 다각화’ 노린다 

 

프리미엄 우유 시장은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처를 다변화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제품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디저트 카페’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우유 판매 채널이다.

 

디저트 카페를 처음 도입한 건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폴 바셋(Paul Bassett)과 제휴를 맺고 지난 2009년 유제품 업계 최초로 커피 프랜차이즈 ‘폴 바셋’을 출시했다. 커피 전문점이지만,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인 ‘상하목장’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이 커피 못지않게 호평을 받았다.   

매일유업의 커피 전문점 '폴바셋'의 매장. 사진 = 폴바셋

 

그 이후 2014년 남양유업의 ‘백미당’, 2016년 롯데푸드의 ‘파스퇴르 밀크바’, 2017년 빙그레 ‘소프트랩’, 지난해에는 서울우유 ‘밀크홀 1937’이 문을 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유 업계가 내놓은 디저트 카페라는 점과 동시에, 각 사의 프리미엄 우유를 활용한 아이스크림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각 사의 프리미엄 우유를 활용한 유기농 라떼, 푸딩, 밀크셰이크, 우유 디저트, 그릭 요거트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고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저지 우유에 대해 홀스타인 품종이 아닌 색다른 품종에서 생산한 우유라는 것에 호기심으로 접했다가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맛에 호감을 나타내는 고객이 많다”며 “현재는 ‘밀크홀 1937’에서만 판매 중이지만, 더 많은 고객들이 저지 우유를 맛볼 수 있도록 판매처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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