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막이 강래오 작가의 개인전 ‘밤과 안개’를 11월 8~29일 연다.
전시명과 동일한 ‘밤과 안개’는 알랭 레네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만든 다큐화의 제목이자 히틀러가 시행했던 작전명이기도 하다. 나치 정권에 저항하는 자들은 누구나 밤과 안개 속으로 소멸될 수 있음을 암시했던 이 명칭은 알랭 레네에 의해 망각과 기억의 흐트러짐에 저항하는 다큐로 만들어졌다. 홀로코스트는 인류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찬란한 기술문명의 화려한 조명과 속도에 바래지고 밀려 현대인의 기억 속에서 퇴장한 건 아닌지 작가의 마음 속에서는 의문이 생겨났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이런 일이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예시임을 지적한다. 사실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적 진실을 서둘러 봉인 해버리거나 아예 무관심으로 묻어버린 예들이 얼마나 많은지 현실을 꼬집는 것. 작가는 ‘밤과 안개’가 지닌 함의를 되새기듯 작업을 통해 수치의 인간 역사를 다시 소환해서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삼는다.
작가는 “여전히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 살육은 진행형이고, 그 배후라 할 수 있는 강대국들의 비윤리적인 자본의 뒷거래는 물론, 이를 알면서도 나약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기꺼이 침묵의 공조와 망각을 선택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를 떠나 개인의 연대 가능성을 작업을 통해 짚어 본다”고 밝혔다.
작가가 택한 망각에 저항하는 방식은 전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작가는 “어떤 이들은 어둠만 무성하고 ‘희망’은 보이지 않는 작업에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루쉰의 말처럼, 희망이란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어두운 현실을 짚었다.
하지만 이 비참한 현실에도 분명 희망은 자라난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 그는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생겨난 종전이라는 통일이라는 희망을 얻기까지 우리는 어두운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다. 그래서 더 ‘기억’의 문제를, 기억의 연대 가능성을 작업을 통해 질문하고 망각에 저항하고자 한다”며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여전히 ‘밤과 안개’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을 우리에게 ‘기억의 연대’는 시대적 당위라 할 것이며, 이런 시대의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은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질문과 생각’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