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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영업환경 악화에도 1위 지키며 2-3위와 격차 벌려… '메가 브랜드' 통했다

수입·수출 모두 호조… 경쟁사는 실적 개선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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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5호 정의식⁄ 2018.11.16 17:57:06

카스 광고의 한 장면. 사진 = 오비맥주

2016년부터 국내 맥주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지만 오비맥주는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 및 수출 맥주 시장에서도 오비맥주가 꾸준한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오비맥주는 경쟁사들이 선점한 발포주 시장에도 진출을 준비하는 등 공격적 영업 전략을 취할 기세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류 수요 줄어드는데, 맥주업계 ‘공급 과잉’

7일 한국기업평가가 공개한 주류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류 시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인구성장률 둔화, 음주 문화 변화, 인구 고령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점차 줄고 있지만, 맥주업계는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영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2010년 이후 7년간 맥주업계는 약 50만㎘, 소주업계는 약 25만㎘의 설비 증설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국산 맥주 소비량은 약 5% 감소했다는 것.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설비 증설이 이뤄진 건 롯데칠성음료의 시장 신규 진입 때문으로 분석됐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판매대.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의 경우 2012년 이후 증설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충주에 연간 생산능력 5만㎘ 규모의 맥주 공장을 신설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2015년 초에는 이 공장을 10만㎘ 규모로 증설했다. 2017년 6월에는 연간 생산능력 20만㎘의 충주2공장을 신설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시장 진입으로 시장 구조도 새롭게 재편됐다. 과거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양분하는 독과점 시장에서 2014년 ‘클라우드’를 앞세운 롯데칠성음료와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 맥주 및 수제 맥주 등 다수 브랜드가 경쟁하는 완전경쟁 시장으로 변화한 것.

특히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변수는 ‘수입 맥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수입 맥주 비중이 2017년 15%까지 상승하면서 2·3위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맥주 시장 환경 악화가 두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목했다.

수입맥주 공세에도 오비맥주 꾸준한 1위 이유

2위와 3위 업체가 고전 중인 반면, 1위 오비맥주는 꾸준히 출하량을 늘리며 점유율 수성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간 맥주업계 출하량 증감을 들여다보면, 2011년까지는 하이트진로가 98㎘로 93㎘를 출하한 오비맥주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고, 이 시기 수입맥주의 출하량은 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오비맥주가 106㎘를 출하하면서 하이트진로(89㎘)를 추월하게 되고, 이후 오비맥주가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맞게 된다.

맥주업계 출하량 추이(추정치, 각사의 수입맥주 유통분 제외). 자료 = 한국기업평가

이런 상황에서 2014년 롯데칠성음료가 시장에 진입했다.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2014년 ‘클라우드’ 출시, 2017년 ‘피츠’ 출시 등을 통해 롯데칠성음료는 단기간에 10만㎘의 출하량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특기할 만한 건 꾸준히 상승하던 수입 맥주가 2017년 급성장을 기록해 무려 33만㎘까지 성장했다는 것.

보고서는 “2011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지위가 역전된 이후 오비맥주의 선두 입지 강화와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하락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4년 진입해 일정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고, 수입맥주 점유율은 두드러지게 상승하고 있다”며 수입 맥주 유통분을 제외한 2017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수입맥주의 점유율을 각각 55%, 25%, 2%, 15% 수준으로 추산했다.

메가 브랜드 vs 신규 브랜드… 승자는?

경쟁사들의 추적을 이겨내고 오비맥주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먼저, 국내 1위 맥주 브랜드 카스(Cass)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점이 유효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카스 아이스 라이트(2006년), 카스 레드(2007년), 카스 레몬(2007년) 등 카스 중심의 메가 브랜드(Mega Brand) 전략을 추진해왔다.

메가 브랜드란 독점적 인지도를 구가하면서 라인을 확장한 제품들 혹은 차별적이고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다수의 개별 브랜드들을 보증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패밀리 브랜드나 기업 브랜드를 지칭한다.

메가브랜드를 중심으로 20~30대를 공략하는 일관된 마케팅 정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가져간 결과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상승해 2012년부터는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 맥스, 필라이트(왼쪽부터). 사진 = 하이트진로

반면, 하이트진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수요를 발굴하고 고객층을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선택했다. 맥스(2006년), S(2007sus), 드라이d(2010년), 퀸즈에일(2013년), 이슬톡톡(2016년), 망고링고(2016년), 필라이트(2017년) 등을 잇따라 출시했으나 ‘하이트’ 등 대표 브랜드의 노후화와 신규 브랜드의 성장 정체로 합계 출하량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하이트 등 기존 브랜드의 판매는 저조해 전체 맥주 출하량은 전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하이트‧롯데 난국타개책 먹힐까?

실적 및 수익성 면에서도 1위와 2·3위 업체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비맥주는 국산 브랜드 판매량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주사(AB인베브)의 브랜드 라인업을 활용해 수입 및 수출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꾸준한 외형 성장과 20~3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맥주 부문에서 2014년부터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비용이 더해져 수익성이 추가로 하락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역시 맥주 사업에 진출한 2014년 이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특히 2017년에는 충주2공장 증축에 따른 고정비 확대와 피츠 출시로 인한 판촉비 부담 증가로 영업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주요 맥주 업체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 = 한국기업평가

이에 따라 양사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맥주 사업 부진을 감안해 보수적 경영 전략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 및 설비조정을 진행했고, 광고 판매비는 전년보다 4.6% 줄였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적극적인 영업전략으로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2018년 점유율 10%, 2010년 17% 달성을 목표로 외형 확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광고판매비도 2013년 1317억 원에서 2017년 2356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2·3위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 맥주 선호 강화, 소규모 맥주 업체 진입 등 시장 변화가 오비맥주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에는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보고서는 오비맥주에 대해 “수입 맥주 사업 확대, 수제 맥주 시장 진출, 발포주 신제품 출시 등으로 우수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지만, 하이트진로에 대해서는 “신제품 필라이트와 수입 맥주 매출 성장이 하이트, 맥스 등 국산 브랜드의 부진을 보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칠성음료에 대해서도 “대규모 증설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점유율 상승을 목적으로 광고 판촉을 강화하고 있어, 당분간 맥주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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