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이구 갤러리가 수화당 최선호 작가의 ‘수화당당(水花堂堂)’전을 12월 8~20일 연다.
수화당은 작가의 스튜디오 당호다. 수화는 왕유의 시 구절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 水流花開, 빈 산에 사람은 없으나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 중 두 글자를 따 온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방대한 작품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수학하며 송원명청(宋元明淸)의 수묵화와 조선의 산수화에 빠져든 작가는, 단순히 수묵화의 매력에 미혹되지 않고, 그 안에 한국적 미감을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동양의 미를 서구적 형식 속에 녹여내며 조선 색의 순수와 정감에 대해서 얘기해온 작가는 이제 “조선후기의 서화가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조선후기의 화가 정선 겸재(1676~1759)의 명작은 남다른 시각과 남다르게 살아간 인간적 고뇌가 만들어낸 피눈물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나이가 됐다.
“오늘의 급진(急進)은 내일의 고전(古典)이다”를 마음에 품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적 탐구의 물질적 현현을 시도한다. 세잔의 에칭과 들라크루아의 판화, 바우하우스 조명, 추사 김정희의 붓글씨, 겸재산수화, 단원 화조화 4폭 및 8폭 병풍 그리고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고미술품으로 삼국시대 토기, 송대 다완 백자 등 동서양의 주요한 시대를 아우르는 컬렉션은 3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탐미 정신을 드러낸다. 근대 여성 화단의 주요인물인 나혜석의 유화, 문신 선생의 조각 작품, 브라운 진공관 라디오 아톰 토이, 사보이베이스, 세르쥬블록의 작품 등 근현대의 수집품도 풍부하다.
이길이구 갤러리 측은 “작가의 예술적 안목이 담긴 이 컬렉션들은 작가 작품의 영감의 원천, 창조의 열쇠가 되기도 했다. 서양적 미니멀리즘부터 동양적 깊이의 미감의 작품까지 도전하며 스펙트럼이 넓은 작품 세계를 보여 온 최선호 작가의 은밀한 흔적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자리다. 또한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