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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정책] 재계, ‘독약’ 원한다? ‘포이즌 필’ 촉구 내막

‘상법 개정안’ 대비, 경영권 방어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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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6-617합본호 이성호 기자⁄ 2018.12.03 11:51:00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내 별마당 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입장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정치계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우리 기업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등 방어 수단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11월 9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6개 부처 장관, 경제단체장 및 소비자단체장, 대·중소기업 CEO 및 민간전문가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손 회장의 발언 배경에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있다.

11월 초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불공정을 시정하고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상법 등 관련 법안의 개정을 위해 노력키로 전격 합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상법 개정안은 ▲종속회사에서 이사 등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지배회사의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해 선임토록 한 ‘감사위원 분리선임’

▲2명 이상의 이사의 선임에서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갖고, 이 의결권을 이사후보자 1명 또는 수 명에게 집중해 투표하는 방법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 투표시스템에 접속하는 등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이에 재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다중대표소송제’는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의 경영 개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또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집중투표제’는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이사 선임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 ‘전자투표제’도 주주의사 왜곡 가능성과 해킹·에러 위험 등의 취약성 내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 될 경우, 엘리엇의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과 최근의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간섭 등을 볼 때 앞으로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거세져 경영권 방어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차등의결권에 더해 ‘포이즌 필’ 도입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 원칙을 벗어나 일부 예외를 둬, 1주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간섭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독약(주식)을 먹는다’는 의미인 포이즌 필(poison pill, 독소조항, 독약조항, 독약처방)도 같은 맥락의 방어책이다.

신주인수선택권은 적대적 M&A 상황에서 공격자를 제외한 주주들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다. 그 권리 행사의 결과로 주주에게 교부된 주식만큼 적대적 매수자의 지분율이 낮아지게 함으로써 적대적 M&A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정갑윤 의원·권성동 의원·윤상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적대적 인수합병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 필을 도입토록 한 것으로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찬·반 팽팽…정부는 ‘중립’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관련법이 제출돼 있다.

정갑윤 의원·권성동 의원·윤상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적대적 인수합병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 필을 도입토록 한 것으로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하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0년 국무회의에서 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국회에서 무산된 바 있다. 이는 반대 목소리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포이즌 필이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공개매수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나 M&A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M&A와 구조조정이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을 해임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등 기업 및 주주의 입장에서 순기능이 있는데, 이를 포이즌 필이 막게 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의 소유와 경영권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경영권 방어보다 지배주주의 지배력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재벌특혜’가 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CNB에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촛불 혁명의 정신에 부합되지 않게 은산분리 완화 등 원칙을 무너트리는 등 친 재벌정책을 펴고 있다”며 “포이즌 필도 사실상 재벌과 기존 대주주들을 위한 측면이 크기에 도입을 반대하며 단호하게 맞서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립적인 자세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포이즌 필’ 등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것은 안정적인 기업운영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지만, 기업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해치고 기업 활력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도 있어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는 재계가 반대하고 있는 상법개정안과 찬성하고 있는 포이즌 필이 동시에 논란을 빚고 있다. 따라서 상법개정안의 ‘옵션’으로 포이즌 필이 같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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