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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헤어드라이어 팔고 자동차정비 나서고…골목상권 “한숨”

비판에 SK네트웍스-CJ계열사 “중소기업 침해 아니다”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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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 2018.12.12 18:19:50

SK네트웍스가 일본 가전업체 카도와 조인트벤처(JV) ‘카도 쿠오라’를 설립하고,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 SK네트웍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 사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SK네트웍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가전업체와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하는가 하면 렌터카 사업 확장을 통해 자동차 정비업에 진출하는 등 중소기업 영역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CJ프레시웨이도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간 중소기업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대기업이 헤어드라이어 출시한 이유는?

 

올해 3월 SK네트웍스는 일본 가전업체 카도와 조인트벤처(JV) ‘카도 쿠오라’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했다. 이 헤어드라이어는 지난 12월 10일 일본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앞으로 일본 외에 아시아 영역까지 판매 지역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미용가전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28만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라고는 하지만, 그간 중소기업 영역으로 여겨지던 헤어드라이어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을 바라보는 중소기업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한 중소 가전업계 관계자는 “SK 정도 되는 대기업이 일본과 합작까지 해서 굳이 소형가전 제품인 헤어드라이어를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떨어진 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골목상권에 침입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SK네트웍스는 석유 제품 등 에너지 유통은 물론 자동차 판매, 휴대폰 등 정보통신 유통, 자원개발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종합상사다. 이 회사가 갑자기 헤어드라이어 시장에 진출한 이유를 업계는 ▲실적 부진 ▲헤어드라이어 시장의 성장세에서 찾는 분위기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SK그룹 계열사 중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감소했다. SK네트웍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작년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1조 1736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10조 4396억 원에 그쳤다.

 

SK네트웍스와 일본 가전업체 카도가 설립한 ‘카도 쿠오라’가 선보인 프리미엄급 헤어드라이어. 사진 = SK네트웍스

반면, 국내 가전 소비재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가전 소비재 시장은 지난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6.5% 성장했다. 특히 소형가전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2.4% 성장했는데, 이 시장 규모는 약 1조 466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헤어드라이어 같은 소형가전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SK네트웍스 입장에서는 떨어진 매출을 채워줄 좋은 먹거리로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설명은 다르다.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와 일반 헤어드라이어 시장은 구별되며, SK네트웍스는 중소기업이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한다는 것. 또 이번에 출시한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라고 피력했다.

 

SK네트웍스 측은 “SK그룹은 중소기업 상생이나 사회적 가치 부분에 있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헤어드라이어 출시는 중소업체와 경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가격대도 다르다. 미용 시장이 발달한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쟁이 이뤄지면 고객은 더 나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며 “고객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의 사업 진출은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자동차 정비업계, 대기업 진출에 한숨

 

SK네트웍스는 렌터카 부문에서도 중소기업 사업 영역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SK네트웍스는 지난 9월 AJ렌터카 주식 935만 3660주(지분율 42.24%)를 3000억 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SK네트웍스(12.2%)와 AJ렌터카(9.5%) 등 SK그룹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21.7%로 늘었다. 24.3%로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렌탈을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시장 공략은 정부의 규제에 부딪혀 소강 상태다. 렌터카 시장이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커지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2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1년 미만 자동차 단기 대여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새로 지정한 것. 적용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다.

 

동반위는 해당 시장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은 지금의 지점 수를 유지하고 확장은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또 해당 기간에 다른 대기업이 자동차 단기 대여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제한하기로 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2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1년 미만 자동차 단기 대여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새로 지정했다. 사진 =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위의 결정으로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 진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자동차 정비업계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자동차정비 전문기업들은 SK네트웍스를 비롯한 장기렌터업체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자동차전문수리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렌터카 업체들이 고객에게 차를 빌려주고 월별로 일정 금액을 받으며 주기적으로 방문해 소모품을 교체해 주고 있다는 것. SK렌터카 역시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렌터카 업체들은 “자동차관리법을 보면 카센터는 등록된 사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점검이나 정비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자가정비일 경우는 예외”라며 “해당 소모품 교체는 자가정비 영역이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자동차정비업계는 소비자가 렌터카 회사에 금액을 지불하고 정비를 받는 것이므로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일반 카센터의 경우 자가정비라도 정비소 밖에서 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SK네트웍스는 자동차정비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스피드메이트는 관련 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때도 모범 사례로 소개됐을 정도다.

 

관계자는 “스피드메이트는 초창기 때부터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와 협의하며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며 “수입차가 늘며 작은 규모의 정비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때도 스피드메이트는 무상으로 수입차 정비에 대한 교육은 물론, 구하기 어려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피드메이트는 SK네트웍스에서 하는 유일한 가맹점 사업으로 언제든 관련 업체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앞으로도 SK네트웍스는 원칙을 지키고 중소업체와 상생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움직임에 중소기업 ‘흔들’

 

CJ그룹 계열사도 중소기업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배식 카트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명세CMK는 CJ그룹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의 골목상권 침해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김종섭 명세CMK 사장은 “대형병원 급식업을 하는 대기업이 온냉 배선카 시장에 진출해 20년간 독자 개발한 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대기업이 연간 40억 원 규모에 불과한 시장에 뛰어든 것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가 공개한 연도별 명세CMK 영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 15억 8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4억 10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명세CMK의 배선카. 사진 = 명세CMK 홈페이지

이 같은 주장에 CJ프레시웨이 측은 “자체적으로 배선카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내 한 소기업(D사)과 계약을 맺어 판로 확대를 위해 참여한 것”이라며 “제품은 저가의 중국산이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직접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전기안전인증(KC)도 획득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골목상권 보호라는 건 단순히 진짜 골목에 있는 점포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작은 기업들의 생계 수단을 뺏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말하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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