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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 시작… 검찰, SK케미칼‧애경산업 ‘정조준’

피해자단체, 전‧현직 대표 14인 고발… CMIT·MIT 유해성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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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2호 정의식⁄ 2019.01.09 08:26:47

2018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들이 모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구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375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6246명의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사회적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가 새해 벽두부터 재개되면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 수년간의 소송과 고발, 재판 과정에서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가 정지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와 피해자단체 등이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됐다며 소송 승리를 자신하고 있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배상은 물론 심각한 기업 이미지 손상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끝나지 않은 악몽… 가습기살균제 사건
 

SK케미칼이 생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7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최고 경영진을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어 지난 1월 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가 피해자 가족과 고발을 대리한 변호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하면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수사가 다시 재개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지난 2000년 이후 널리 사용된 가습기의 위생관리를 위해 사용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메이트(애경) 등 여러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면서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를 양산한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biocide) 사건을 말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 사진 =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포털

1994년 국내에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최초 출시된 후 2011년까지 약 20여 종의 제품이 시장에 판매됐으며, 18년 간 약 800만 명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2000년부터 꾸준히 원인불명의 폐렴‧소아폐렴 환자가 발생했으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다가 2011년 5월께 관련 폐 질환 환자가 급증하자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졌고, 마침내 그해 11월 10일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점이 확정됐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 CMIT·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등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질환의 원인물질이라는 사실도 순차적으로 밝혀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28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모두 6246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375명, 생존자는 4871명이다. 피해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K케미칼‧애경산업, 처벌받지 않은 이유

피해 규모가 커지고, 원인물질이 판명되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은 국가와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으며 배상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여타의 기업들과 달리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는데, 이는 옥시싹싹에 사용된 PHMG, 세퓨 등에 사용된 PGH와 달리 SK케미칼이 생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함유된 CMIT·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된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CMIT·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와 의료계의 역학조사 자료가 쌓였고, 환경부가 2017년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가습기넷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이 자료들을 근거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을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CMIT‧MIT 유해성 입증 자료 늘어… 유죄 판결 가능성↑

고발장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국내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한 원료물질을 공급한 회사다.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PB, 롯데마트PB 제품의 살균제 물질인 SKYBIO1125(주성분 PHMG)와 애경, 이마트PB, GS마트PB, 다이소PB 제품의 살균제 물질인 SKYBIO FG(주성분 CMIT·MIT) 등을 모두 개발‧공급했다.

고발인들은 SK케미칼이 PHMG가 흡입독성을 가지고 있고 공기에 수증기 형태로 분사되는 가습기의 특성상 PHMG를 포함한 살균제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PHMG를 지속적으로 공급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기존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폐 손상만을 중심으로 판정을 내리면서 천식과 비염 호소율이 높은 CMIT·MIT 사용자들이 낮은 등급의 판정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초기부터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보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법적인 책임과 윤리적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상태”라며, 두 회사가 “CMIT·MIT의 유해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지난 수년간 진행된 여러 동물실험 결과와 해외의 연구자료 등을 제시했다. 

 

2018년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를 대상으로 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업계는 이번 검찰의 재수사에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전‧현직 경영진들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분위기다. 이미 비슷한 혐의로 고발당한 옥시레킷벤키저 등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할 자료도 많이 보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CMIT‧MIT의 독성을 인정하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언급한 것도 유죄 판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이미 2년 전 환경부의 피해자 지원 분담금 요구에 따라 애경이 약 92억 원을 납부했고, SK케미칼은 약 212억 원 중 약 70%를 납부한 상황이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별개의 문제”라며, “옥시 등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어서 이번 재판에서는 유죄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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