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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운사들 살아나도록 금융·기반시설에 총력 지원”

한국해양진흥공사 황호선 사장 “올해가 재건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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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3호 부산 = 변옥환 기자⁄ 2019.01.21 09:00:26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CNB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최원석 기자

(CNB저널 = 부산 변옥환 기자) “올해는 우리나라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해다. 한시라도 빨리 해운업이 활력을 되찾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7월, 위기에 처한 한국 해운업 재건이라는 목표로 설립 이후 6개월간 지원 사업 환경 구축과 조직 안정화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올해를 해운업 재건 사업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위기의 해운업을 구원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수장 황호선 사장을 CNB저널이 만났다.



-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 배경과 그동안의 업무 성과는?

“지난해 7월 5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해운업의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했다. 신생 금융기관인 공사는 지난 6개월 간 사업 환경 구축과 조직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 MEIC(해운거래정보센터) 등 기존 법인들의 통합 절차와 자산 승계를 마치고 자본금을 2조 8000억 원으로 확충했다.

또 공사는 출범 당시 경영혁신본부, 해양투자본부, 해양보증본부 3본부 체제로 운영됐던 조직 체계를 국적 원양선사의 구조조정, 한국해운연합 등 정부의 위탁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책지원본부를 신설했다. 더불어 투자본부와 보증본부를 통합해 투자보증본부로 일원화하는 등 기능과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공사는 사업 기반 구축과 동시에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맞춰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중소 선사 선박 16척에 약 2000억 원 수준의 보증과 S&LB(매입 후 재용선) 사업을 지원해 해운선사의 안정적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도왔다. 또 국적 원양선사의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정책에 맞춰 ‘HMM 경영 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 항만 터미널 확보에 참여했다.

지난 4일에는 해운업 재건을 이끌 신규 직원 채용을 마쳤다. 직무 교육과 OJT(직무내교육)를 마무리하고 각 부서 배치를 마치면 근무 인원은 100명으로 늘어난다. 확충된 인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해운 산업 재건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해운업 침체가 장기간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해운업 역시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 세계 해운업의 불황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해외 주요 선사들의 선복량이 인수합병과 초대형선 발주를 통한 선대 대형화로 급속하게 늘어났다. 반면 해운 수요, 물동량의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공급 과잉 상황에서 해외 경쟁 선사들은 선대 대형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은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높은 금융 비용 탓에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더욱이 전반적인 해운업 경기가 침체되자 해운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 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4조 원에 이르던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이 금융위기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민간 금융권의 선박금융은 거의 실종됐다. 전반적인 해운업 침체와 더불어 금융시장까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해운사들이 선박, 터미널 등 영업 핵심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7월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 창립식에서 황호선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 해운업 지원에 대한 공사의 기본 방향은?

“공사는 ‘원가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생력 확보’와 ‘영업력을 갖춘 건실한 중소 선사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 국내 해운업 재건을 이끌고자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원양선사의 경쟁 구도는 선대의 규모화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공급 과잉 시장에서 국내 해운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사보다 낮은 운임 가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사는 초대형 친환경 선박의 확충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상선은 20척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를 마쳤다. 해당 선박들이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고정비 원가가 현저히 낮아지고 선대 규모가 1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분 수치)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적기에 확보된 친환경 고효율 선대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항로의 운항 정시성 제고, 노선 다각화 등 차별화된 영업 서비스 제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국내외 거점 항로의 항만 터미널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컨테이너 박스, 선박 기자재 등에도 관심을 가져 국적 선사 경쟁력 확보에 발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중소 선사에 대해선 우수한 영업력을 갖췄으나 적절한 투자와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한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공사의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선사의 신용을 보강해줘 제1금융권으로부터의 금융 조달을 원활히 하고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S&LB 지원 사업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공사는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장기 침체로 축소된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시장 규모를 복원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증 사업을 통해 시장 참여 리스크 부담을 덜어주고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다행히 공사 설립 이후 해운업에 투자하려는 민간 금융기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중소선사의 금융 지원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 공사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국내 대표 국제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설 것이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국제선사의 경쟁력이 굉장히 약화됐다. 그 이유는 금융위기 때 금융권이 채권보존을 위해 핵심 자산을 다 처분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의 경우 파산은 이겨냈으나 결과적으로 핵심 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의 선박금융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지난 2009년 국내 민간 선박금융 규모가 4조 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10분의 1 수준인 4000억 원 정도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새로운 친환경 고효율 선박을 발주할 수 없는 상태다. 선박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한편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항만 터미널과 컨테이너 박스 등의 자산을 많이 처분했기 때문에 현재 원가구조가 굉장히 악화돼있다.

현대상선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각적인 방안을 생각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다. 이를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2만 3000 TEU 12척을 발주했고 1만 5000 TEU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해 원가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을 잡았다.

둘째는 범위의 경제다. 해운업에서는 항만 하역료 등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항만 하역료 절감을 위해 현대상선이 이미 많은 지분을 매각해버린 부산신항의 HPNT(현대부산신항만) 터미널 지분을 다시 매입해 항만 터미널을 저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컨테이너 박스도 우리가 직접 발주해 아주 낮은 가격으로 리스를 가능하게 해줘 현대상선의 원가구조를 개선시키려 한다.”



-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사들의 부담이 높아져간다는 데 대한 대책은?

“공사는 국적 선사들이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친환경 설비 장착에 따른 해운업계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 지원에 앞장설 계획이다.

오는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협약에 따라 해상 오염 방지를 위한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유의 황산화물 수준을 0.5%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에 공사는 지난해부터 친환경 설비에 특화된 특별보증 상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설비 이차보전사업, 폐선 보조금 제도 등과 연계해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발굴할 예정이다.

우리 국적 선사들이 철저히 준비해 환경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공사가 그 발판을 마련해주겠다.”

 


- 최근 중소 선사에 대한 S&LB 사업의 1차 접수가 마무리됐다. 해당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은?

“주기적인 호·불황이 반복되는 해운 시장에서 선사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동안 국내 선사들은 해운업 불황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직면할 때마다 고금리의 금융조달이나 선박, 터미널 지분 매각 등의 방법으로 유동성을 마련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하면 해운 경기의 회복기와 호황기에 큰 폭의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사는 중소 선사의 유동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선사의 선박을 공사가 인수한 뒤 선사에게 재용선을 해주는 S&LB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선사의 경영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이미 6개 중소 선사가 S&LB 방식으로 총 500억 원 수준의 지원을 받았으며 올 초에 진행한 2019년도 1차 S&LB 사업에 총 11개 선사가 18척을 신청했다. 특히 선사의 유동성 지원 적시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한 차례만 진행했던 사업을 올해는 연 3회로 확대를 결정했다.

공사는 S&LB 사업을 통해 불황기 유동성 위기로부터 선사의 핵심 영업자산을 지켜내고 경기 회복기에 다시금 기초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계속하겠다”

 

지난해 8월 29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국선주협회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 =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 다양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공사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자본금이 부족하다는 여론 지적이 있었는데?

“공사의 자본금에 대해 시장과 업계에서 많은 관심과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인 해운업에는 선박, 항만 인프라 확보 등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공사 출범 이후 추진하고자 하는 지원 사업이 산적해 있는 점을 감안해 일각에서는 자본금을 10조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5조 원이고 출범 초기 납입 자본금은 2조 8000억 원 수준이다. 내부적으로 현금성 자금이 잔존해 있고 자본금을 활용한 보증·투자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책 지원 사업이 조만간 확대될 예정이고 아울러 안정적인 공사 사업의 운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자본금이 확충돼야 한다. 특히 현금성 자금 확보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된다.

중장기 사업계획과 추진 사업의 진행 상황에 맞게 자본금 확충 방안을 수립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법률에 명시된 자본금 5조 원도 확대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 작업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 오랜 기간 부경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다 공공기관 경영자가 됐는데.

“저는 지난 2002년부터 대통령자문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특별위원을 맡으며 국가 경제 정책이나 해운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

해운업의 재건과 운영 및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방안을 갖고 있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도는 충분치 못한 면이 있었다. 해양진흥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해운업 재건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전에 대학에서 생각하던 것보다 해운업의 현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에 대한 어려움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해운업 관계자와 접촉하고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으로서 향후 이루고자 하는 바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어렵다. 특히 조선, 자동차 등에서 상당 기간 업황 악화를 겪으며 제조업 기반이 상당히 무너졌다. 이에 따라 고용 수준이 굉장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민간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대부분 비생산적인 자산 배출을 통해 끊임없이 유동성을 제공해왔다. 말하자면 국내 경제에 거의 1100조 정도 가임유동성이 제공돼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를 하는 데 기본적인 토대를 제공해왔다. 상당히 왜곡된 국내 자본시장의 구조다.

향후 선박금융 활성화를 통해 생산적 자본의 흐름으로 유도해야 한다. 또 조선업의 금융으로 이어지게 해 왜곡된 자본 흐름을 개선시키고 생산적인 자본 시장이 되게끔 하는 것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국내 제조업 기반인 조선업이나 조선기자재업의 고용 기반이나 국민경제성장 기반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공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운업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핵심 기간산업으로 지금도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비상 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전략 산업이다. 또 조선업, 항만업 등 해운 연관 산업과의 경제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산업임을 강조하고 싶다.

올해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업 원년이자 우리나라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해다. ‘대한민국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선 해운업계는 물론 금융, 조선, 화주 등 각 연관 산업 간의 유기적 연계와 국민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사는 한시라도 빨리 우리 해운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추진될 해운 재건 사업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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