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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됐던 기업 메세나 활동, 문화접대비 관련 세법 개정으로 살아날까

"김영란법으로 위축"… 문화'접대'비 용어에도 반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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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옥송이⁄ 2019.02.07 10:42:34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회째를 맞은 동서식품의 '동서커피클래식' 행사. 사진 = 동서식품

 

피렌체의 시민 출신 대부호 메디치 가문은, 과거 귀족들이 독점했던 예술 후원을 이어받아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찬양을 받는다. 메디치 가문 이후 기업들이 문화예술 후원자 역할을 대거 맡아 하고 있다. 이른바 ‘메세나’ 활동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문화접대비’를 줄이면서 메세나 활동 역시 위축됐다는 비판도 일었다. 지난달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이 이 법 개정에 따라 늘어날지 주목된다. 

 

문화접대비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지원도 위축 … 개정된 세법 내용은?

 

문화접대비는 문화 진흥 또는 기업의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연극·뮤지컬·오페라·전시회·운동경기 등의 공연 관람권을 구입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음주‧유흥 등의 향응성 접대비 지출을 줄이고, 문화접대비 지출을 늘림으로서 건전한 접대문화 조성은 물론 문화예술 산업을 살찌우는 마중물로 기대됐다. 

 

2007년 시행 당시에는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가 인정됐으나 2016년부터는 한도가 20%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문화접대비 처리가 까다로워지면서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2017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4.1% 감소한 수치로 집계됐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감소한 건 6년 만이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지원 건수도 전년대비 3.3% 감소한 1415건을 기록했다. 

 

김영호 제10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은 "모든 영역에 청탁금지법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김영호 한국메세나협회장은 “김영란법 이후 기업의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 축소됐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영역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영란법 테두리 안에서는 좋은 공연 티켓을 살 수 없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올해 1월 기획재정부는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문화접대비 적용대상에 100만 원 이하의 미술품 구입비용이 새롭게 추가됐고, 법인에서는 미술품 구입 시 손금산입이 가능한 기준 금액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렸다. 

 

또 지금까지 관광공연장의 입장권 가격 중에서 공연물 관람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만 문화접대비에 포함됐지만, 앞으로는 관광공연장 입장권 구입비용 전액이 문화접대비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화접대비 활성화 캠페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로 인사합시다' 홍보 그래픽.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그러나 현장에서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문화접대비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접대비 특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사례가 많고, ‘접대’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 

 

이를테면 한 문화예술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문화접대비가 문화·예술 분야 지출 유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기업의 1위 답변은 ‘고객이 문화접대를 원하지 않아서’였다. 문화접대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고객의 경험을 노출시키고, 자발적 문화·예술 서비스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 것이 애초의 취지였지만, 정작 고객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던 것. 

 

따라서 문화접대비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 변화는 물론, 클래식 등의 일부 공연에 문화접대 범위를 한정 짓기보다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미술품 구입 등을 고객과 직원을 위한 문화접대로 인식하는 기업들의 풍토가 형성돼야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예술가의 윈-윈'인 메세나가 지속돼야 하는 이유 

 

문화·예술분야와 기업.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둘이지만, 실은 밀접하다. ‘메세나’ 활동 때문이다. 메세나는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총칭하는 말으로, 문예 보호에 공헌한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에케나스란 이름의 프랑스어 변형이 메세나다. 한국에서도 메세나를 내걸고 많은 기업들이 문화예술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음악 영재 양성과 클래식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한민국 메세나의 대명사로 통한다.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기업이 예술을 지원하는 이유는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CSR)의 일환인 동시에, 기업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기업은 예술을 지원함으로서 문화 기업의 이미지를 높힐 수 있고, 예술가들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메세나 활동은 이익보다는 지출이 많고, 그래서 직접적인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예술에 대한 지원을 놓지 않는 이유는 민간의 지원 없이는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르네상스는 메디치 가문 덕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고, 조선 시대에는 호조참판을 지낸 신재효의 연구와 지원 덕분에 판소리 열두마당이 전해질 수 있었다.

 

콘서트부터 청소년 지원까지 … 다양한 메세나 활동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메세나 분야에서 돋보이는 기업이다. 지난 1977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출범 이래 클래식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금호영재' 출신들은 해외 무대를 누비는 예술가로 거듭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손열음도 금호영재를 거쳐 갔고, 금호아시아나에 따르면 현재까지 1000여 명이 넘는 음악가를 발굴하고 지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외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젊은 음악인을 독려하는 금호음악인상 제정, 명품 고악기 무상 임대, 연주자 항공권 지원 및 음악 영재 장학금 수여 등 클래식 음악 지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술 분야에서는 금호미술관 운영, 신진 작가 발굴 및 소개, 더 나아가 젊은 작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창작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 신인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스튜디오형 공간 'CJ아지트'가 개관했다. 사진 = 채널CJ

 

지난해 한국메세나협회가 선정한 ‘2018 메세나 대상’에 오른 동서식품 역시 메세나 활동에 힘쓰는 기업이다. 동서식품은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으로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문학 분야 외에도 가을마다 열리는 클래식 공연 ‘동서커피 클래식’, 인재 양성 취지에서 설립된 ‘동서식품장학회’, 나눔이 필요한 곳에 악기 등의 문화 자산을 후원하는 ‘맥심 사랑의 향기’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동서식품의 주력제품이 커피이다 보니, 커피와 어울릴만한 사회공헌 활동이 무엇일까 생각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며 “커피와 문화, 커피와 예술 등으로 기업이미지와 연관된 메세나 활동으로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CJ문화재단은 사회공헌재단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서울시 문화상 수상식에서 문화예술후원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CJ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창작 공간 겸 공연장인 CJ아지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지원·창작 공간 대여·멘토링 교육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청소년들을 위한 메세나 활동 'KB청소년 음악대학'을 진행해 왔다. 사진 = KB국민은행

 

지난 26일 수료식을 개최한 KB금융그룹의 ‘KB청소년음악대학’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만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메세나 활동이다. 6개 대학의 교수진의 레슨, 예술 특강, 인성교육 등을 제공한다. 2013년에 시작된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총 67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수료생 중 40%가 음악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KB청소년음악대학을 통해 음악적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미래를 스스로 연주해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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