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 참여 작가 성과보고전을 2월 22일~3월 23일 인사미술공간에서 연다. ‘여백’은 지난해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각예술분야 작가들의 연구 결과를 엿볼 수 있는 성과보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다.
연구비 지원과 공통 강좌는 아카데미, 그리고 전시 기획, 홍보 및 예산지원은 인사미술공간이 담당하는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만 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 연구와 발표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추진된 사업이다. 이번 전시는 규정되지 않은 과거 속 무언가를 ‘발굴’하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박관택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는 과거의 한 사건을 키워드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이미지와 텍스트를 투명 잉크로 그려낸 공간 드로잉 프로젝트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흰 벽과 텅 빈 공간만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의 정체가 의심될 때쯤 한쪽 벽면에 적힌 글과 그 아래 놓인 손전등, 그리고 “손전등을 사용하여 벽에 있는 드로잉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이번 전시를 향한 여정은 시작된다. 관객은 UV(Ultra-violet) 라이트 손전등을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드로잉을 감상하게 된다.
예술위 측은 “박관택은 평소 역사와 과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누군가 기술한 역사보다 마치 덩어리로 뭉쳐져 규정되어 있지 않은 과거 속 무언가를 스스로 파헤쳐보고자 한다”며 “이에 작가는 ‘인터넷 이전 시대에 일어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 격추 사건에 대해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주요 신문/방송 언론의 관점에서 벗어난 어떠한 주변부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고, 이번 전시에서 이를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접근하고 탐색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사건 관련 키워드 검색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등장하는,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정보들을 마주하면서 사건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들을 풀어나가고자 했던 작업 초기의 의도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들을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여러 방식으로 검색해보며 주변적인 정보와 이미지들을 찾아냈고, 그들을 일종의 메인 스토리에 대한 스핀오프(Spin-off)적 사실들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작업에 포함시켜 구성한다.
박관택은 “그림을 그릴 때, 차라리 하얗게 남은 종이가 낫다 싶을 때가 있다. 시각예술로서의 결과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꽤 많은 경우, 더 큰 상상의 동력을 차단한다”고 말한다. 예술위 측은 “작가는 비워진 상태를 통해 반대로 떠나버린 어떤 대상을 생각하게 하는 여백처럼 빈 화면과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사이를 오가는 상태를 본 전시에서 구현한다”며 “그 여백으로 하여금 작가 자신이 그려낸 이미지보다 더 큰 덩어리와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가 개개인의 경험과 심리상태에 기반 한 연상 작용을 통해 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그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