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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픈뱅킹 앞둔 은행들, 표정 어두운 이유

‘공동결제 시스템’ 울며 겨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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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0호 이성호 기자ㅣ⁄ 2019.03.11 09:54:42

앱 하나만 설치하면 해당 은행은 물론 본인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서비스 업무가 가능한 공동결제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ATM기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정부가 폐쇄적인 금융결제 시스템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할 예정이다. 핀테크 및 금융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을 구축키로 한 것.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중은행권 표정은 썩 밝지 못하다.

앞으로 앱 하나만 설치하면 해당 은행은 물론 본인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서비스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A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이 B은행 앱을 통해, A은행 자금의 출금이체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수협은행·K뱅크·카카오뱅크 등 모든 시중은행들은 자기 고객 외 타은행 손님의 결제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핀테크(금융+IT) 기업에게도 공동결제시스템을 개방, 별도 제휴 없이 저렴하게 은행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핀테크 사업자가 은행에 지불하는 이용 수수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시킬 방침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핀테크 기업의 월 50만원 전후의 후불결제 허용, 간편결제 이용 한도를 300만~500만원으로 확대 등도 혁신 방안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오프뱅킹 참여기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올해 1분기까지 전산·보안 요건 등 세부기준, 구체적인 이용료와 조정 기준, 시행 시기 등을 정하고 전산 구축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 올해 안에 전면 시행키로 했다. 오픈뱅킹에서 은행 간 적용되는 이용료는 은행들 협의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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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NB포토뱅크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기업이 은행 등과 같이 금융결제망에 직접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추진되는데 이 경우 은행 계좌가 없어도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고, 결제·송금과 함께 금융상품 중개·판매 등의 종합자산관리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최대 수혜자는 핀테크 업계

이 같은 금융결제 혁신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 이는 현재 결제 인프라가 폐쇄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결제·송금을 처리하기 위한 금융결제망은 은행권만 이용 가능하고, 은행 역시 자기계좌 기반 업무만 할 수 있어 사실상 플랫폼으로 키울 수 없는 구조다.

또 금융결제망에 참가 할 수 없는 핀테크 기업은 모든 은행과 제휴를 맺어야 하고, 높은 이용료(1건당 약 400∼500원) 부담과 더불어 특정 은행이 제휴를 거절하면 결제수단으로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금융결제망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함으로서 은행은 종합적인 금융플랫폼 업무를 꾀하게 되고, 핀테크 업체 역시 은행권 의존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결제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서비스 혁신에 주력해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업체들은 시중은행의 결제·송금망을 쓰기 위해 각 은행과 제휴를 맺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며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핀테크 사업자들의 비용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편, 현재 은행들이 내놓은 앱들은 소비자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은행 모바일 앱에 대한 이용자 평점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경우 5점 만점에 평균 3.3점, iOS는 2.4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주요 은행들의 경우 JP모건 아이폰 앱 4.8, 안드로이드 앱 4.5,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이폰 앱 4.7, 안드로이드 앱 4.5 등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따라서 오픈뱅킹을 통해 이용자 편의성을 향상 시킬 수 있을지 예의주시 되고 있다.
 

금융사고 나면 누가 책임?

은행권에서는 썩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일단 수수료 수익이 낮아지고 고유채널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것.

한 은행 관계자는 CNB에 “핀테크 중심의 금융산업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당국에서 하는 것을 놓고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사실 은행들은 수수료 장사에 있어 타격을 받게 되고 고객 유인책도 옅어지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현재 금융소비자들은 거래하는 은행 앱에 로그인해 이체 등을 하는데 이때 다른 상품도 가입하게 하는 등 부수적인 거래를 유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이러한 여지가 축소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간 은행업이 라이선스 사업이라 진입장벽이 컸고, 늘 오던 손님들이라 긴장감이 덜했다”며 “하지만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고객 유인책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규제로 인해 이자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부문인 수수료까지 줄어들게 되면 은행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고객이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업무를 보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픈뱅킹이 활성화돼 핀테크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고 은행들끼리도 주고받는 거래량도 많아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은행업 수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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