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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정 작가의 세 가지 키워드 ‘피해자의 이미지’ ‘엄마’ ‘늙은 개, 밤세’

인사미술공간서 성과보고전 ‘아그네스 부서지기 쉬운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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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4.15 11:24:36

권세정, ‘201105_#26’. 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 66.5 x 94.7cm. 2018.(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 참여 작가 성과보고전을 4월 19일~5월 18일 인사미술공간에서 연다. ‘아그네스 부서지기 쉬운 바닥’은 지난해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각예술분야 작가들의 연구 결과를 엿볼 수 있는 성과보고전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다.

연구비 지원과 공통 강좌는 아카데미에서 전시 기획, 홍보 및 예산지원은 인사미술공간에서 담당하는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만 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 연구와 발표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추진된 사업이다. 권세정 작가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 및 그룹전에서 간헐적으로 선보인 그의 창작의 화두와 작업 경향을 일괄한다.

작가는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워 판단을 보류해둔 대상이나 사건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해 왔다. 특히 미와 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등 이분법적 구분이 그 가치 판단과 기준에 따라 모호해지는 지점에 관심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해자의 이미지 ▲엄마 (혹은 어머니, 여성) ▲늙은 개, 밤세를 작업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다. ‘1/2 커뮤니티’는 온라인에 나열된 여성,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단어들의 조합을 비롯해, 무분별하게 채집한 이미지의 파편들이 모인 출판물 한권과, 이 책의 일부 요소를 다시 파편화하여 전시장 바닥에 카펫으로 구현한 것이다.

권세정, ‘½ 커뮤니티’. 카페트 타일, 50 x 50cm. 2019.(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 작업 ‘리액션’은 어머니의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어머니의 몸에 카메라를 설치해 주 1회 촬영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녀의 시선과 시선이 닿는 대상의 언행들은 미세한 비언어적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낸다.

회화 연작 ‘232CB54A51A63D4501.jpeg’는 웹 서핑 중 발견한 여성 피해자의 이미지에 명시된 출처로, 무분별한 죽음의 이미지를 수집해 나열하고 공유하는 ‘언커버리얼리티’라는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이 중 하나의 이미지를 실제 크기로 확대해 최초에 접했던 이미지 사이즈로 분할하고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이미지는 그 선명도가 낮아지고 파편화된 800장의 이미지는 그 형상을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통해 휴대폰에서 무분별하게 클릭해 얻는 이미지 수용과 소비 방식을 회화로 구현한다.

마지막으로 작가와 함께 한, 나이 든 개 ‘밤세’의 파편들은 주름진 목, 늘어진 가슴살 등 세부 항목들로 쪼개져 모델링으로 구현된 새로운 형상으로 지하 1층에 배치된다. 그리고 이들의 재현방식과 연결되는 작업 ‘4.1kg’은 연성의 덩어리가 무게에 의해 변형되는 또 다른 조형물로 전시장 2층에 배치된다.

이렇듯 전시에 소개되는 각각의 작업들은 한 공간에서 총체적으로 포착이 불가능하다. 모두 흩어져 있되 각각의 개별성이 존중되는 방식이다. 즉 작품과 이를 해체한 파편들이 독립적인 또 다른 작업으로 서로 다른 전시장에 배치돼, 전시가 전하는 주제 및 내용을 관람 환경 자체에서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권세정, ‘밤세’. 3D 시뮬레이션 뷰, 17.9 x 14.3 x 7.8cm. 2017.(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명 ‘아그네스 부서지기 쉬운 바닥’은 웹에서 발견한 ‘Agnes Crumplebottom’의 번역어로, 온라인 시뮬레이션 게임의 캐릭터명이기도 하다. 이 캐릭터는 게임 속에서 강인하고 고집 센 미망인으로 등장하는데, 작가는 이 단어들을 파편화하고 한글로 번역하면서 오히려 ‘부서지기 쉬운 바닥’이라는 대조되는 의미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총체적인 의미의 발생을 방해하면서 ‘파편화’라는 전시의 형식적 요소와 연결된다. 결국 전시는 명확한 경계성과 가치 기준을 지닌 관념, 혹은 장르적 속성을 이탈하려는 작가의 의지의 표명이며, ‘부서지기 쉬운’ 속성을 이미 내재한 게임 속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유약함처럼, 사회에 만연한 고정적 기표들의 해체 가능성, 나아가 어떤 종류의 현상이나 대상을 감싸고 있는 놓치기 쉬운 감각과 가치를 밝히려는 시도다.

회화, 영상, 서적, 설치 조형물 등 다양한 형태와 이들의 조합이 구축하는 권세정 작가의 이번 전시는 5월 18일까지 진행되며, 전시 기간 중 5월 11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업의 이전과 이후의 창작 활동 및 작업 스타일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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