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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메디톡스 ‘보툴리눔’ 싸움, 마무리될까

ITC 제소로 다시 대립 과열 … 어느 쪽이든 큰 피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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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1호 이동근⁄ 2019.05.30 08:46:55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흔히 사용하는 ‘보톡스’는 앨러간의 보툴리눔톡신 제품명) 균주 논란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양사 모두 유리함을 자신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서 한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어찌됐든 양사의 대립은 종지부가 눈앞에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 사옥(왼쪽)과 메디톡스 사옥. 두 회사의 사옥은 모두 삼성역 인근에 있다. (촬영 : 이동근 기자)


양사 대립은 메디톡스가 2012년 경부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가 우리 회사의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메디톡스는 2016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2017년 대웅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나보타의 품목 허가를 신청하자 메디톡스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결과는 현재까지도 1심 판결도 나오지 않고 늘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사의 대립이 깊어지고, 감정적인 비난과 반박이 이어지자 결국 법원에서 양사에 더 이상 장외 설전을 벌이지 말 것을 요청했고, 한동안 조용했다.

그 사이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지난 2월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수출명 ‘주보’)했을 뿐 아니라, 5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도 나보타(유럽제품명 ‘누시바’)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해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받았다.

메디톡스의 ITC 제소로 양측 대립 ‘수면 위’로

그러나 지난 2월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하면서 다시 양사의 대립은 격해지기 시작했다.

ITC는 메디톡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5월8일(현지시간)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이 대웅제약의 나보타 전용 생산시설인 향남공장과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한 모든 서류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증거수집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웅제약 역시 메디톡스의 균주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는 자사가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인 ‘A 홀 하이퍼 균주’가 미생물이 번식을 위해 내뿜는 포자를 뿜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만큼 실제로 포자를 뿜는지 뿜지 않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양사가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엉뚱한 방향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jtbc가 5월16일, 메디톡스가 제품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생산 공정자료를 입수해 제조번호를 임의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메디톡스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과 관련해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음을 재차 강조한다”며 “제보자는 대웅제약과 결탁한 메디톡스의 과거 직원이며 메디톡스 균주를 훔쳐 불법 유통을 한 범죄자로 제보 자체의 신뢰성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톡스가 jtbc 보도 후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 이밖에 별도의 보도자료는 내지 않았다.



ITC 조사 결과 ‘분기점’ … 양측 다 “우리가 유리”

현재 양사의 대립은 ITC의 증거수집 행정명령을 통한 결과와 이에 대한 해석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실제로 양쪽 관계자는 모두 ITC의 조사 결과에 따라 FDA 허가 뿐 아니라 한국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기관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제품을 막거나 유통을 못하게 할 수 있다”며 “나보타의 허가 취소 권한은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허가 취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양사는 서로의 입장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균주 관련 정보를 확보하게 되면 염기서열 분석도 가능해져 나보타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대웅제약은 “우리 균주는 자연 발견 균주”라며 “메디톡스의 균주에서 포자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게 되면 자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메디톡스도 균주를 제출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양측의 입장이 갈린다.

대웅 측은 “ITC 결정문에 메디톡신 균주는 실험실 배양 균주라고 하니 유전자적으로 인위적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 법무부에 확인해 보니 메디톡스 측의 제출은 합의됐고,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자사가 균주를 제출하는 것은 ITC와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안 줄 이유가 없으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1년 이상 대립 전망 … 협상 가능성 낮아

양사의 대립은 장기간, 적어도 1년 이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결국 양측은 서로의 균주를 갖고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및 포자검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균주의 동일함 혹은 상이함을 입증해야 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그 기간이 통상적으로 1년 이상 걸린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소송도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어 결국 ITC의 결론이 양사의 대립을 끝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양사 모두 대립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ITC의 행정 명령 발표 때에는 대웅제약의 주가가, jtbc의 보도 뒤에는 메디톡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사가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갈등을 매듭짓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양사의 신경전은 과열될 만큼 과열된 상태여서 과연 냉정한 협상이 가능할지는 아직은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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