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스페이스 풀(디렉터 안소현)은 6월 13일~7월 14일 김대환 작가의 개인전 ‘안녕휴먼?’을 연다. 작가는 ‘현대 미술 전시’라는 자신의 당면 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다가 엉뚱하게도 인간의 보편적 관계의 문제들을 불쑥 꺼내 든다.
현대 미술 전시는 언제부터 ‘볼 것’보다 ‘알 것’을 앞세우고, 관념적이고 관성적인 언어들이 난무하는 지루한 ‘훈계’의 공간이 됐을까?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열고 누군가를 초대해 평가를 듣는 것은 어쩌다 그토록 천편일률적이고 피상적인 과정이 됐을까? 김대환의 질문은 하나 같이 그 ‘재미없음’에서 시작된다.
전시장은 크게 3개 또는 그 이상의 공간들로 구성된다. 전시장 밖에는 저해상도의 합성 이미지 가운데 작은 유리창이 있고, 그 너머로 카메라가 켜진 6인치 스마트폰이 있다. 이 여러 겹의 프레임들은 입구부터 우리의 눈을 활성화한다. 하지만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잘 하는 친구’는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든다.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를 왜곡해서 보게 만들어 동일한 ‘휴먼 스케일’을 전혀 다른 크기로 보이도록 한 이 장치는 종종 착시의 예로 등장한다. 그러나 바닥에는 친근하고 폭신한 촉감의 바닥재가 깔려 있어 의심에도 불구하고 온갖 감각들이 깨어난다. 벽면에 거울이 붙어 있는 공간에서는 변형된 ‘스케일’로 이상하게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의심하면서도 정성들여보게 된다.
전시장의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면 어딘지 친근한 얼굴들이 낯설게 배치돼 있고, 상징적 의미를 앞세우기보다는 형태를 들이미는 조각들이 전시장에 놓여 있다. 관람객들은 그 조각들의 형태와 질감, 배치 등을 따라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아트 스페이스 풀 측은 “김대환은 세심한 통제를 통해 보는 것을 의심하게 만들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의심을 통해 우리는 보는 것에 예민해지고 더 나아가 고전적인 의미의 조각과 전시가 고민했던 감각적 경험을 되돌아보게 된다. 결국 관객들은 오늘날의 미술과 전시에 대한 회의와 기대를 동시에 확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