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2019.07.12 16:50:49
일반의약품(OTC) 사전피임약 시장에서 중견제약사인 종근당과 유한양행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유한양행이 14년 동안 키워온 ‘머시론’의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두 회사가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OTC 사전피임약의 대명사처럼 통해 왔던 ‘머시론’이기에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5월31일 다국적제약사인 알보젠코리아는 유한양행과 맺었던 ‘머시론’에 대한 독점유통계약을 종료하고 최근 종근당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머시론’은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피임약으로 3세대(게스토덴, 데소게스트렐)로 분류된다. 참고로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유사물질로 구성되는데, 국내에서는 2세대(레보노게스트렐)와 3세대(게스토덴, 데소게스트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전체 300억 원 규모인 사전피임약 시장에서 약 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100억 원대 매출은 OTC 시장에서 드문 실적규모다. 동아제약 ‘마이보라’(3세대), 화이자 ‘에이리스’(2세대), 광동제약 ‘센스리베’(3세대), 녹십자 ‘디어미’(3세대) 등이 뒤를 쫒고는 있지만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이같은 매출 성과를 이룬 데는 2005년부터 마케팅을 담당한 유한양행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적지 않은 힘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오리지널 특허 때문에 독점권이 부여되는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품 매출이 판매사의 영업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을 들인 만큼 유한양행도 적극적으로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결국 종근당의 손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에서는 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제네릭(복제약)인 ‘센스데이’를 출시하며 발빠르게 대처했다. 센스데이는 지난 2017년 유한양행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두었던 약물이다. 역시 3세대 제품으로 현재 허가받은 경구피임약 중 가장 작은 크기로 복용편의성이 높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종근당 “기존 여성용 제품과 제품과 시너지 기대”
종근당은 이번 계약을 통해 적극적으로 여성 전문 OTC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는 분위기다. 시장 공략을 위해 가격인상 없이 7월 1일부터 약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종근당 관계자는 “기존에 여성질환 관련 OTC 제품을 주력해서 판 것이 판권 인수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여성질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종근당은 “‘시미도나’(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 ‘프리페민’(월경전 증후군 치료제), ‘펜잘 레이디’ 빈혈치료제 ‘볼그레’, 임산부 영양제 ‘고운자임맘’ 등 다양한 여성용 OTC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여성용 의약품 전문 제약사로서의 브랜드 파워를 키워나갈 기회인 셈이다.
종근당은 이번 ‘머시론’ 계약 외에도 최근 적극적으로 타사와 제품 판권계약을 맺고 있어 매출 확대가 주목된다.
지난 2015년에는 대웅제약이 판매하던 뇌기능개선제 1위 제품이자 오리지널인 이탈코파마의 ‘글리아티린’과 한국 MSD의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와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아토젯’ 등의 판권을 따내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에서는 CJ헬스케어의 위식도역류염치료신약 ‘케이캡’의 공동판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영업력도 영향이 있겠지만, 무조건 큰 품목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종근당에 맞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들을 라인업 하다 보니 (판권인수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근당이 올해 매출 1조원 고비를 넘을 수 있을지도 업계에서는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95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종근당이 올해 1조원 매출을 돌파할 경우 유한양행, 한국콜마, GC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에 이어 국내에서 7번째로 1조원 매출을 돌파한 제약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