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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 금리시대에 은행들 혁신 박차

금리 딜레마 탓 기로에 선 시중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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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2호 도기천 기자⁄ 2019.10.01 09:30:52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꾸준히 하락해 사상최저 수준이다. 9월 16일부터 시행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은행직원으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수신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익이 줄어든 데다, 내년부터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 특히 금융당국의 달라진 기준에 맞추려면 예금을 늘려야하는 상황임에도 낮은 금리 탓에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은행권 실태를 들여다봤다.

당장 시중은행들의 발등의 불은 강화된 예대율 기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예대율 산정 시 가계부채의 가중치를 늘리는 규제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말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해 가중치를 산정한다. 총예대율은 현행과 같이 ‘100% 이내’를 적용하면서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춘다. 가계부문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막는 한편 기업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가계대출을 많이 시행한 은행은 그만큼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 통계에 따르면, 달라진 예대율 기준을 적용하면 4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모두 비율이 100%를 넘는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전보다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예금을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신규 예금을 유치할 유인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는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한동안 유지해오던 상승 기조를 ‘유턴’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9년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7월 은행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보다 0.10%포인트 떨어진 1.69%를 나타냈다. 2017년 10월 1.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8월 수신금리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가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전략 포기? ‘특판’ 사라져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가 최소 1~2회 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금통위원들은 미중(美中) 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 따라서 한은이 통화확장(금리인하)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 금리를 0.25% 내린 2.00~2.25%로 결정했으며, 지난 12일 유럽중앙은행(ECB)도 예금금리를 -0.4%에서 -0.5%로 낮췄다.

은행들은 이같은 저금리 추세로 인해 향후 예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당장은 예금규모에 큰 변동이 없지만 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시중자금이 채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이동할 수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예금을 늘리기 위해 과거처럼 특판 상품을 내놓자니 역마진이 우려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은행권 특판예금은 2%대 금리를 유지해 왔는데, 지금은 ‘특판’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출시한 ‘우리 특판 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에 연 1.7% 수준이며, SC제일은행이 내놓은 디지털 전용 정기예금 ‘e-그린세이브예금’ 또한 최고 연 1.7%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실상 특판이 사라진 이유는 대출금리가 내려간 탓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경우 꾸준히 하락해 지난 7월에는 평균 2.64%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월 시장금리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정하는 보금자리론(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은 5월에 연 2.60∼2.85%로 떨어지더니 이달에는 연 2.00∼2.25%로 더 낮아졌다. 여기에다 최근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은 일정 자격을 갖춘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 연 1.85∼2.10%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바꿔주고 있다.

이로 인해 불과 1년 전만 해도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2.3%였는데 현재는 1.7%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되다보니 2%대 특판 예금은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다.

‘소매금융→투자은행’ 시대 오나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때, 새로운 예대율 기준이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은행들이 가계대출이나 예금유치 등 소매금융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업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은행(IB)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과 은행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가 허용된 만큼 펀드, 채권, 주식투자 등과 연계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DGB대구은행은 하이투자증권과 손잡고 이미 지난 7월 수도권 최초로 복합점포를 개설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핀테크(금융+IT)를 통한 체질개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 하반기 공채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IT 전문인력의 채용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은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약 1800여명 신규인력을 채용할 계획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디지털 분야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NB에 “높은 금리를 내세워 예금을 늘리던 시절은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업무 혁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내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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