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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기업] PART 1. 순수사진예술 지원 시작한 안국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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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4호 김금영⁄ 2019.10.22 13:41:40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제약업계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국약품은 안국문화재단 갤러리AG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 종근당은 올해 6회째를 맞이한 ‘종근당 예술지상’으로 작가 지원을 이어갔다. 각 전시 현장을 방문해 안국문화재단과 종근당의 작가 지원 방식의 특징을 짚어봤다.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이 열린 안국문화재단 갤러리AG.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에 들어서자 마치 전통영화의 필름 프레임이 차르륵 펼쳐진 느낌을 받았다. 이 프레임들에 가까이 다가서자 멀리서 봤을 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프레임 속 흑백의 세계는 익숙하고도 낯설었다. 길을 거닐며 한 번쯤 접해봤을 것 같은 풍경 같기도, 전혀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판타지 세계 같기도 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 독특했다.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 최종 선정 작가인 남오일이 포착한 풍경들이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수원에 살았던 작가에게는 1호선 성대역과 수원역까지가 세상의 전부로 느껴질 만큼 거대했다고 한다. 점점 자라면서 세상을 알아간 작가는 아버지 차를 타고 가야만 갈 수 있었던 서울이 1호선 성대역에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건 작가에게 세상을 카메라에 포착하는 첫 발걸음이 됐다.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남오일 작가의 초대전이 갤러리AG에서 열렸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서울 탐방 여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에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여정에 잠시나마 동행해볼 수 있었다. 이번 공모전과 관련해 장승현 갤러리AG 큐레이터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장승현 큐레이터 “전문적으로 순수사진예술을 논하는 장”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을 기획한 장승현 갤러리AG 큐레이터. 사진 = 김금영 기자

갤러리AG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감성 충전과 체험의 공간으로, 임직원들에게는 휴식과 접견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개관했다. 매년 유망한 신진작가의 전시를 후원하고 있으며, 회사 임직원들을 비롯해 일반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 관람을 제공하고 있다. 9월 10~30일엔 순수사진예술 장르 지원을 위한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을 처음으로 마련해 선보였다.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이 열린 전시장. 마치 전통영화의 필름 프레임이 전시장에 펼쳐진 느낌을 받았다. 사진 = 김금영 기자

-‘2019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이 올해부터 시작됐다. 이 공모전의 취지는?

“사진 공모전이 굉장히 많다. 누구나 편하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만큼 사진이 대중에게 매우 친근한 매체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점이 순수사진예술이 설 자리를 오히려 좁게 만든 측면도 있다. 사진 공모전은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 대중이 볼 때 ‘사진예술이 일반 사진과 뭐가 다르지?’ 하는 의문점도 생겼다.

이 지점에 순수사진예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고 알려줄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여기서 ‘AG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이 시작됐다. 사진예술의 대중적 저변확대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한국 사진예술계의 잠재성을 가진 실력 있는 신진사진예술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공모전은 그를 위한 자리다.”

 

남오일 작가는 서울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풍경들을 포착해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공모전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공모전을 시작할 때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사진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해줬다. 미술비평가인 정현 인하대 조형예술학 교수가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최연하 사진평론가, 사진작가 이명호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전문성을 높였다. 지원자들 또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공모전은 순수사진예술을 지원하면서도 능력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그래서 참여 자격을 사진을 전공한 자, 그리고 공모전 수상 2회 이하, 개인전 1회 이하로 제한했다.

심사위원들이 후보 작가 10명을 두고 심사를 거쳤고, 2차 예심에서 남오일, 이향안, 허수정 등을 선정 후보자로 선별했다. 이중 최종적으로 남오일 작가가 선정돼 갤러리AG에서 9월 10일 시상식을 진행한 뒤 9월 10~30일 수상작가 초대전을 선보였다.”

 

-공모전 작가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본 부분은 무엇인가?

“심사위원들이 ‘과연 이 작품들이 사진예술 분야에서 순수예술사진으로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심층 토론을 거쳤다. 너무 유행을 쫓아가는 스타일은 지양하고, 사진예술의 정통성을 쫓아가면서도 독창적인 자기 색깔을 지닌 작가를 중요하게 봤다. 이 모든 심사 과정을 거쳐 남오일 작가가 선정됐다.”

 

남오일 작가가 찍은 풍경엔 화려함과 그 이면의 쓸쓸함이 공존해 눈길을 끌었다. 고급 승용차 뒤 쭈그려 앉아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남오일 작가의 작품에서 특별했던 점은?

“이번 전시 제목이 ‘서울(Seoul). 관광(觀光)’이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접근하자면 서울을 관광하러 다닌 작가의 발자취다. 작가는 굉장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울의 여러 풍경을 찍었다. 처음엔 사진기 두 대를 들고 서울을 걸어 다녔고, 대학교에 가서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면서 연출 없이 사진을 찍었다. 특히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했다. 화려한 것들은 쉽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그는 이보다는 가려진, 어두운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막연한 동경을 갖고 찾아왔던 서울에서 도시의 찬란한 불빛 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이 작가의 가슴에 다가온 것이다.

예컨대 고급 승용차 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나이 든 인물의 모습, 넓은 도로 위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는 인물, 고층 빌딩 앞자리를 펴고 누워 있는 노숙자 등 화려함과 어둠이 공존하는 풍경을 찍었다. 이중적인 구도가 존재하는 화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결과물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인화한 점도 사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컬러로 인화했으면 보다 사진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왔겠지만, 작가는 도시가 지닌 가려지고 어두운 정서적인 부분을 흑백 사진 매체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한 흑백으로 표현된 풍경은 이 사진의 배경이 60년대인지, 먼 미래를 표현한 것인지, 한국인지, 해외의 어떤 곳인지 모호하게 만들어 더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런 의미에서 남오일의 작업은 서울을 구경하며 다닌 관광이었지만, 이 관광(觀光)을 ‘빛을 본다’는 사진의 기본 원리에 접목해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었다. 사진은 빛을 기록하는 매체로, 작가는 이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 것이다. 순수사진예술을 지원하는 이번 공모전의 맥락과도 맞았다.”

 

남오일 작가는 도시가 지닌 가려지고 어두운 정서적인 부분을 흑백 사진 매체로 표현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공모전 수상 작가에게는 어떤 혜택이 주어졌는가?

“공모전 수상작가에게는 초대전과 사진집 출간의 기회를 특전으로 동시에 지원했다. 수상작가 초대전은 9월 10~30일 안국문화재단 갤러리AG에서 선보였다. 공모전에 선정된 작가들이 사진계에서 주목을 받고, 성장할 수 있게끔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해가 그 첫 시작으로, 앞으로도 매년 순수사진예술 지원을 위한 공모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남오일 작가의 프레임 속 흑백의 세계는 익숙하고도 낯설었다. 길을 거닐며 한 번쯤 접해봤을 것 같은 풍경 같기도, 전혀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판타지 세계 같기도 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 독특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공모전 이후 갤러리AG에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갤러리AG는 매년 봄엔 신진작가 지원 전시, 여름엔 기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미술탐구’ 시리즈, 가을엔 ‘순수사진예술 신인상 공모전’ 그리고 겨울엔 갤러리AG 신진작가 연속 장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전자강성(主專自强成)’을 진행한다.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갤러리AG를 거친 김정민(회화), 김치신(설치), 오윤화(동양화), 조현수(조각) 작가가 참여하는 ‘주전자강성’ 프로젝트를 펼친다.

기존엔 작가들이 대중에게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이 일반적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시 작가들이 작업과 관련해 조언을 듣고 싶은 대상을 초청해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갤러리AG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갤러리AG는 앞으로도 다양한 공모전과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 있는 예술인을 발굴, 양성하고 이들이 미술계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문화예술 후원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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