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막 시작하려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 여인의 아름다운 뒷모습. 박정 작가의 회화 작업 ‘또 다른 시선’이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 그림을 스캔하면, 멈춰 있던 여인이 지하철 승강장에 발을 내딛고 그림 속에서 뛰어나와 역동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작품 제목과도 같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생기는 마법 같은 변화다.
LG유플러스(부회장 하현회)가 ‘예술에 U+5G를 더하다’전을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사에서 내년 2월 29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엔 20명 이상의 시각 예술가들이 협력해 현대미술작품 88점을 선보인다. LG유플러스와 서울교통공사가 주최,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삶과 예술적 움직임’을 주제로, 공공미술과 통신기술의 만남을 시도했다.
회화, 사진 등 정적인 전시 예술에 5G(fif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 최대 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 기술을 접목해, 문화예술 작품을 증강현실(현실의 이미지,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로 감상할 수 있도록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이번 전시의 대표 콘셉트다. 즉 작품 이미지가 하나의 커다란 QR코드(Quick Response Code,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
회화 작품의 경우 원본 작업을 디지털 이미지화 한 뒤 움직임과 소리를 입혔다. 그래서 앞서 언급된 ‘또 다른 시선’처럼 멈춰 있던 그림에 생명력을 부여한 듯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지하철에서 이뤄지는 전시는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처럼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 한 군데에서 이뤄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지하철의 특정 한 장소가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에 따라 디지털 프린트와 설치물을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거치는 에스컬레이터부터 지하철을 기다리는 공간, 심지어 지하철을 타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갤러리 ▲팝업 갤러리 ▲환승계단 갤러리 ▲열차 갤러리로 전시가 구성됐다.
전시를 보러 가기 이동하던 길에 가장 먼저 임경식 작가의 ‘꿈을 꾸다’ 작품이 프린트된 이미지를 마주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인 그에게 그림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와도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항을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니는 금붕어의 모습을 통해,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본래의 작품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U+5G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스캔하자 멈춰 있던 금붕어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음악 또한 흐르기 시작했다. 현실에 꿈이 튀어나온 것만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광경.
5G시대 예술 작품의 표현력 확대에 집중
지하철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플랫폼 갤러리에서는 신제현 작가의 ‘리슨 투 더 댄스’를 만났다. ‘리슨 투 더 댄스’는 현대미술가 신제현과 무용수 9명, 기획자, 사진가, LG유플러스의 협업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19세기 조선시대 궁중 향악정재(鄕樂呈才, 향악 반주곡에 맞춰 공연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궁중무용)의 하나인 춘앵전(春鶯囀)의 무보를 듣고, 여러 장르의 현대 무용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몸짓을 유플러스 AR스튜디오에서 360도로 촬영했다.
지하철 플랫폼엔 무용수들의 다양한 움직임 중 한 장면을 포착한 이미지가 걸렸는데, 스마트폰으로 이 작품을 다시 보는 순간, 무용수들의 춤을 손가락을 사용해 360도로 돌려볼 수 있는 하나의 공연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펼쳐졌다. 신제현 작가는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새로운 해석”이라며 “궁중 무용인 춘앵전에 5G기술을 더해 2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입체적 작품을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고 이번 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열차 갤러리는 달리는 6호선 지하철 내부를 갤러리로 꾸민 것으로, 서울교통공사에서도 처음 시도했다. 공덕역뿐 아니라 다른 역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1편(8량) 전체를 갤러리로 만들었다. 눈이 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윤병운 작가의 특별전 그리고 깊은 물속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애나한 작가의 특별전을 열차의 앞뒤 차량 내부 전면에 구성했다. 특히 애나한 작가 특별전에는 임경식 작가의 ‘꿈을 꾸다’ 작품이 함께 전시됐고, 각 차량의 일부 작품들은 구글 렌즈를 통해 움직이는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관람객을 위한 작품들도 설치됐다. 공덕역 6호선 및 5호선 사이의 ▲환승계단 갤러리에는 권오철 작가의 ‘독도 2013’을 비롯해 작가 3명의 회화 작품 9점을 설치했다. 많은 승객들이 환승 공간을 오가는 잠깐의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임팩트 강한 작품들이 구성됐다. 플랫폼 갤러리에서는 손선경 작가의 렌티큘러 작업 ‘희미한 현재’와 나점수 작가의 설치 작업 ‘땅으로부터 온 식물’ ‘다시 돌려보내기’를 볼 수 있다. 손선경은 지하철 공간을 배경으로 일상의 리듬과 풍경을 지하철 기둥 위에 작품으로 풀어냈고, 나점수는 지하철에 배치된 평범한 의자와 휴지통을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환승 거점에 위치한 ▲팝업 갤러리에는 체험용 5G 스마트폰을 배치해 스마트폰이 없는 관람객이 전시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엔 박정 작가의 ‘또 다른 시선’과 임경식 작가의 ‘꿈을 꾸다’ 등 작품 원본도 함께 설치됐다. LG유플러스의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콘텐츠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서울문화예술철도 총감독이자 이번 전시의 자문을 맡은 홍익대학교 이나미 교수는 “공덕역 ‘U+5G 갤러리’는 5G 기술을 활용해 지하철 역사공간을 증강현실로 예술 작품을 경험하게 하는 갤러리로 전환시킨 사례”라며 “특히 이곳이 문화예술 표현의 기회조차 공평히 얻지 못하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소외된 많은 시민들에게 정체된 예술이 아닌 시민이 주체가 돼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유플러스는 ‘U+5G 갤러리’에서 전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LG유플러스 5G 고객이 아니어도 현장에서 제공되는 5G스마트폰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LG 유플러스 측은 “공덕역은 하루 평균 오가는 유동 인구가 5만 명에 달하는 곳으로, U+5G 팝업 갤러리에 작가 및 작품에 대한 해설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가족 초청 이벤트에 선정된 고객에게만 제공했었던 전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확대해 상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슨트 투어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운영되며, 최대 20명 단위로 관람 가능하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6호선 응암 방면 환승 공간에 마련된 ‘U+5G 팝업 갤러리’에 문의하면 된다. 이 밖에 LG유플러스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주 3회 ‘U+5G 갤러리 고객 가족 초청 이벤트’도 운영 중이다. 오전 11시 반에서 12시까지 1시간 동안의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과 함께 이어서 인근 뷔페에서 무료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가을 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U+5G 갤러리 인스타그램에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